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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삼 May 06. 2021

1억의 가치, 랜드로버 디펜더 110

시승기ㅣ영롱한 랜드로버 엠블럼과 보닛 위 DEFENDER 이니셜

뉴 디펜더 110 D240 SE. 이 녀석의 몸값은 9,560만 원이다. 비싸다.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디펜더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바겐, 지프 랭글러와 함께 오프로드 3대장으로 꼽히는 모델이다. 참고로 G바겐은 2억이 넘고 랭글러는 6천 정도 한다. G바겐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랭글러보다는 단돈 3천만 원이 비쌀 뿐이다. 이 정도면 가성비(?) 모델 아닌가. 억지라고? 인정한다.


Elephant?

얼굴을 들여다본다. 첫인상은 코 없는 코끼리다. 듬직하고 강인하다. 어딘지 모르게 귀여워 보이는 느낌은 1세대 디펜더의 헤리티지를 계승하기 위해 디자인된, 원형의 메인 램프와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큐브 형식의 램프 덕분이다. 특히 반달 형상의 DRL이 점등될 때면, 이마 위에 새겨진 DEFENDER 레터링과 함께 구형 디펜더의 향기를 잠시나마 내뿜는다. 범퍼에는 코끼리의 상아처럼 실버로 포인트를 주었고, 양 끝으로 안개등을 머금고 있다.


 

옆에서 봐야 비로소 도시 냄새나는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와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준다. 정통 오프로드 SUV답게 전후방으로 짧은 오버행을 지니고 있으며, 윈드실드는 곧추서있고, 사각형의 휠 아치에는 어디든 오를 수 있는 20인치 크기의 올 터레인 타이어를 품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쉽게 볼 수 없는 칼로 자른 듯한 트렁크 라인과 2열 루프에 위치한 알파인 라이트가 숨 막히는 옆태를 완성한다.



밋밋해 보이는 엉덩이는 스페어타이어로 볼륨감을 살렸으며, 헤드램프와 결을 같이 하는 큐브 모양의 리어램프는 세로로 배치해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재미를 부여했다.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하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인데, 그건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참아보기로 한다.


Rough & Luxury

두껍고 무거워서 열기 힘든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선다. 레이아웃은 투박하다. 다만 블랙과 그레이 색상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시보드 형상이다.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이 그 어떤 차량에서도 볼 수 없는 센슈얼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 사이에는 10인치 크기의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터치감도 좋고 기능을 한데 모아 조작성이 용이하다.


 

스티어링 휠은 오프로드 SUV답게 다소 크고 두껍지만, 잡는 느낌은 괜찮은 편이다. 가장 놀랄만한 점은 실내 곳곳에 수납공간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이다. 기어노브를 센터페시아 앞쪽에 배치해, 센터 터널 부분의 공간 활용성이 높은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수납공간이 정말 많다. 시트는 가죽과 직물이 혼합돼 있으며, 앉았을 때 포근한 맛은 없다. 하이라이트는 암레스트 아래에 있는 실내 냉장고다. 무더운 여름 언제든지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겠다.



2열에 앉아봤다. 휠베이스가 3m에 달하는 대형 SUV라, 레그룸과 헤드룸을 따질 필요가 없다. 등받이 각도는 적당히 기울어 장거리 여행에도 손색이 없다. 또한, 1열과 마찬가지로 많은 수납공간이 있으며, 2열 에어벤트, USB 포트, 시가잭 등이 적용되어 뒷좌석에 앉은 이들이 불만을 느끼기 힘들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1,075L이며, 폴딩 시에 2,380L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Premium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편의 사양도 가득하다. 올 뉴 디펜더는 6개의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 4개의 레이더를 통해 다양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지원한다. 특히, 3D 서라운드 카메라는 외부 투시도를 제공해 3D로 렌더링된 차량의 이미지를 차량 주변 환경과 결합시켜, 마치 실제 차량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구현한다.


 

또한, 오프로드 주행 시 보닛을 투과하여 보는 것처럼 전방 시야를 확보해 주는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 기능도 지원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룸미러를 HD 비디오 스크린으로 전환할 수 있는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다. 차량 후면의 사각지대까지 고해상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어시스트 시스템 등이 있다.


On-road

엔진룸에는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있다. 최고출력 240마력, 43.9kgm의 힘을 네바퀴로 전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9.1초, 최고 속도는 안전상의 이유로 188km/h에서 제한되며, 연비는 2.5톤에 달하는 육중한 몸 덕분에 9.6km/l이다.


 

달려보자. 가속 페달은 무거운 편이다. 반응도 재빠르지 않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예민하지 않아 좋다. 풀 악셀 시에도 2.5톤에 달하는 무게 탓에 240마력을 체감하기는 힘들다. 차량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빠릿빠릿할 필요는 없지만,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P400 모델의 400마력 또는 P300 모델의 300마력이 떠오른다. 물론 일상 주행에서 큰 답답함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승차감은 단단하다. 대게 오프로드 SUV를 표방하는 모델들은 말랑말랑한 서스펜션 세팅이 특징인데, 녀석의 승차감은 다소 하드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고속 안정성은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질주 본능을 일으키는 모델은 아니다.


  

코너에서는 높은 차체와 올 터레인 타이어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거동으로, 운전자로 하여금 페달에서 발을 떼게 만든다. 연속되는 복합 코너에서는 뒤뚱뒤뚱 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조금 심한 롤을 일으킨다. 다만 풀타임 4륜 구동이 적재적소에 개입해 위험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무거운 편이며, 성능은 무난하다. 다만 워낙 중량이 나가는 모델이기 때문에 잦은 스트레스에는 취약하다. 때때로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차가 스포츠카 또는 스포츠 세단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녀석은 온로드가 아닌 오프로드를 위해 태어났기 때문에 이 정도로 충분하다. 사실 필자가 너무 괴롭힌 것도 있으니....


Off-Road

이제 녀석의 주종목 오프로드를 맛볼 차례다. 철인3종경기 선수에게 100m 달리기 선수의 능력을 바랄 수는 없다. 정통 오프로드 SUV라면 아스팔트가 깔린 매끈한 도로가 아닌, 자연이 만든 비포장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놀아보자. 무겁고 반응이 빠르지 않아 불만이었던 가속 페달은,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원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편안한 페달이 되었다. 다소 단단하게 느껴지던 서스펜션 세팅은 제멋대로 생긴 임도길에 굴복하지 않는다. 롤을 유발하던 높은 차체는 올 터레인 타이어와 힘을 합쳐 오너가 어디든 오르고, 내릴 수 있게 돕는다. 마치 그 어디든 데려다줄 수 있을 것처럼.



어디 이뿐이랴. 1초에 500번 차체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은 험난한 길을 달리면서도 물병의 물을 흘리지 않고 마실 수 있게 도우며, 4코너 에어 서스펜션은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어 눈길, 진흙, 암석, 도강 등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오너를 돕는다. 오프로드 초보도 왕으로 만들어 준달까. 도강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900mm까지 도강이 가능한 랜드로버 디펜더 110이지만, 차에서 직접 내려서 들어가 볼 수는 없지 아니한가. 걱정 말아라. 웨이드 프로그램으로 들어가도 되는 곳인지, 아니지 다 알려준다.


Two Faces

시승은 끝났다. 참 성격이 뚜렷한 자동차다. 아스팔트 위에서는 심심하다. 그래도 영롱한 초록색 랜드로버 엠블럼으로 인해 차선 변경 시에도 편히 끼어들 수 있고, 아직 많이 판매되지 않은 모델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느낄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은 굉장히 재미있는 자동차다. 하지만 디펜더가 1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껏 즐기기는 힘들다. 그 점만 빼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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