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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Jul 16. 2024

인턴님! 질문 있어요?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인턴님은 언제부터 그렇게 일을 잘하셨어요?"



처음에 기대가 크지 않았다. 4개월짜리 인턴이 온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을 분장해 줄 수 있을지 난감하기만 했다. 조금 배우다가 일을 본격 할 수 있을 때쯤 떠나기에 딱 좋은(?) 기간인 거 같았다.


하지만 첫날 인턴님에게 할 수 있는 일을 간단하게 알려준 후, 이튿날 인턴님이 가져오신 자료를 보고 알았다.

'아! 인턴님 업무 습득력이 매우 높으시구나.'  


셋째 날, 인턴님에게 "오늘 레벨 업 해볼게요."라고 하면서 업무를 알려드렸다.

넷째 날, 인턴님은 '레밸 업' 된 자료를 가지고 오셨다.

'아! 인턴님 일 잘하시는 분이구나.'


그다음 날, 한 번에 5단계 레벨 업 된 업무를 알려드리고 천천히 이해하신 후 결과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이번에도 인턴님은 하루 만에 모두 이해해서 정리한 결과물을 가져오셨다.

'아! 인턴님 이걸 벌써?' 양손 엄지 척이 본능적으로 나왔다.

  

어느 날은, 인턴님에게 '문서 정리'를 알려드렸다.

2주 정도 지났을 때 "인턴님, 문서 정리 상자는 어디 보관 중이세요?" 하니

"넵 주무관님, 여기요."라고 보여주시는데 내 눈이 두배로 커졌다.

'아! 이건 예술이다.'

 문서 상자 안에서 아름답게 묶음씩 정리돼 있는 문서들은 작품 자체였다.

 두툼한 문서 뭉치라기보다는 문구점에서 보았던 말랑하고 귀여운 지우개들 같았다.


이후 인턴님의 레벨업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더 이상의 '레벨 업'을 할 수 없을 때까지 다다르셨다.

인턴님에게 주어지는 권한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레벨 업'은 중단되었다.

'아! 아쉽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인턴님의 업무 자세는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무채색처럼 존재하나 결과물은 정갈하고 빠짐이 없었다.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을 의식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단정하고 알차보였다.  

아직 기간이 남아 있음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한편으론 대학을 갓 졸업한 인턴님이 이토록 잘 준비된 사무직군이 되기 위해 쏟았을 시간과 노력들을 생각해 보면 대단하기도 하고 짠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정신없었던 20대를 떠올려보면 한없는 존경심이 든다.


나의 인턴님, 우리의 인턴님!

인턴님의 레벨 업은 영원하시기를, 아마 당연히 그러시겠지만.^^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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