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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Aug 18. 2021

백신접종과 아이 생일, 그리고 그 때 그 병실

운 좋게 잔여 백신 예약에 성공하여 6월초 1차 접종을 마치고, 어제 비로소 2차 접종을 마쳤다.

1차 때는 아스트라제네카, 2차는 화이자 백신.

1차 때와 접종 관련 정책이 달라져서 교차 접종을 하게 되었는데, 1차 때도 하루 반나절 정도 무기력하고 몸살기가 심하더니, 이번은 조금 더 심한 듯 하다.

열이 심하게 나진 않지만, 몸살기가 심하고,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집중도 잘 안된다. 그렇다고 몸져 누워있을 수준은 아니라서, 누가 보면 꾀병을 앓는 사람으로 오해할 만큼 상태가 참 애매하다. 그래도 반나절을 곤히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아 진 것 같긴 한데, 이내 무기력하고 몸살기가 내리는 듯 한 묘한 기분이 온 몸을 흘러내린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라고 했던가. 몸이 잠시나마 부실한 상태가 되니, 마음도 가라앉아 하루 종일 집 안을 정처 없이 방황하게 된다.




마침 아이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아이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그것도 프랑스 남부에서.

한국에서 아이를 가져도, 할 일은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법인데, 낯선 나라, 그것도 프랑스 남부에서 아이를 가지는 일은 많은 에피소드를 떠올릴 만큼 수월치 않은 일이었다.


프랑스는 종합 산부인과 개념이 없어서 (적어도 우리가 살던 프랑스 남부, 특히 앙티브에서는), 일반 산부인과에서 정기 검진을 하고, 초음파나 양수검사, 피검사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경우 모두 따로, 산부인과 의사가 지정하는 병원 등으로 처방전을 들고 다녀야 했는데, 처음엔 그것도 우리나라 백화점식 병원 시스템과 확연히 달라 적응이 안되었었다. 상당히 거리가 있는 병원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것도 불편하기도 했고, 일단 모든 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환불 받는 프랑스 의료보험 시스템 덕분으로 제대로 환급이 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수고도 만만치 않았었다.


그러나, 아이를 출산하던 앙티브 종합병원의 병실은 크게 화려하지 않아도, 나름 Sea view에 1인실이어서 참 편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 출산과 그리고 이와 관련된 근로자의 권리 등이 확실히? 보장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답게, 종합병원에서 출산하는 동안 서비스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정산 같은 걸 별도로 하지 않아서 참 편했다. 회사가 가입해 있던 뮤추엘(mutuelle)에서 출산 기념으로 800유로 넘게 (지금 정확히 금액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입금도 해 주었고, 1인실이라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하기에도 수월하고, 누구 눈치 볼 일이 없어서 마음도 편했던 기억이 있다.


앙티브 주앙레빵 종합 병원


씨뷰를 자랑하시는 앙티브 종합 병원 병실


1인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있을 건 다 있었고, 참 편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산부인과 정기 검진에서 소아과 정기 검진으로 그 모양새가 바뀌었는데, 친절한 여자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잘 보살펴 주셨었다. 백신을 정기적으로 맞아야 했는데, 소아과 정기 검진 시, 다음 방문 때 백신을 맞을 것이 있으면, 미리 백신 맞을 곳에 붙일 마취 패치를 처방해 주셔서 미리 약국에서 사 가던 기억이 새롭다. 마취 패치는 백신 맞을 곳을 미리 부분 마취하는 효과를 지닌 패치인데, 그런 게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었다.

- 코로나 백신 맞은 팔이 상당히 욱씬 거리는데 이런 패치를 붙였으면 좀 나았을 까도 싶다. 백신 공급이 원활치 않아 아직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태인데, 혼자 너무 큰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잠시 쓸데없는 상상도 해 본다. -

아이가 맞을 백신도 처방을 미리 해 주는데, 백신 맞을 예약이 잡힌 날 전에 약국에서 그 백신을 미리 받아서 소아과를 방문해야 했었다. 우리나라 시스템과 사뭇 달라, 일단 어색했지만, 또 소소하게 재밌기도 했는데, 아이 정기 검진 때 들르던 그 소아과가 문득 그립다.


허벅지에 붙였던 마취패치(백신 접종 몇 시간 전에 붙임, 맨왼쪽), 소아과 전경 (중간), 우리 담당 소아과 의사였던 닥터 메리(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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