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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 어제 발행된 글의 자매글입니다.
비 내리는 밤,
거리는 빗물로 씻긴 무대
가로등 아래서 오래된 기억이 춤춘다
발끝을 적시는 그리움
빗방울을 따라
마음의 파문이 번진다
어떤 빗소리는
지난 행복을 건드려 별가루로 흩날리고
웃음은 사과꽃 향기처럼
희미한 달빛 속에 스며든다
내 가슴 깊은 곳에 아직
빛나고 있는 꿈의 흔적들
어떤 빗소리는
짙은 안개가 되어
지나간 아픔과 마주하게 하고
귀 기울여 듣는 낮은 음성
상처 위에 새긴 견딤의 지도는
오롯이 나만의 별자리
번개는 밤하늘을 가르며
자만의 탑을 무너뜨리고
폐허 위에 남긴 그림자 하나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되어
새벽을 열어주는 종소리로 울린다
추억은 밤하늘 별처럼 피어나
손끝으로 다가오는 옛 풍경들
모래 위 고동 껍데기를 들어올리듯
기억을 귀에 대면
멀고 아득한 바다의 숨결이 들린다
우리가 걸어온 하루하루는
모자이크 타일이 되어
인생의 풍경을 완성하고
부서지고 닳아도 아름다운 이유는
불완전한 조각들이 빚어낸
찬란한 빛의 합창이기에.
이제 비 내리는 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후회의 족쇄 대신
가슴에 작은 은종을 매달고
호기심과 설렘으로 돛을 높이 세운다
비는 아직도 내리지만
우리는 이 삶을 축복이라 부른다.
모든 날이 빛나는 악보 위에서
우산을 든 채
오늘도 나만의 멜로디를 따라
조용히 춤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