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행된 아래 글의 형제/자매 시 입니다
https://brunch.co.kr/@juanlespins/328
눈꺼풀 아래 고요히
자신감의 등불 하나 밝히면
어둠은 숨을 낮추고
내 그림자 끝자락에 조용히 머문다.
등불은 말없이
따뜻한 속삭임으로
깊고 외로운 골목길과
돌계단의 그림자마저 어루만진다.
나는 그저 흔들림 없는 불씨를
두 손에 부드럽게 품었을 뿐인데,
시선 닿는 자리마다
새로운 불꽃이 고요히 번지고
밤하늘의 별이 피어나듯
사람들 눈빛 속 작은 태양이 빛난다.
하나의 등불이 모든 밤을 밝힐 순 없어도
빛은 늘 빛을 찾아가는 법.
나의 작고 단단한 확신은
이웃의 심장으로 전해져
창마다 잔잔한 호수를 피워낸다.
그러니 두려움이 어깨를 감쌀 때마다
나는 나직이 나에게 속삭인다,
“나는 흔들려도 꺼지지 않을 불꽃.”
그 미약하지만 선명한 빛으로
나는 천 개의 밤을 건널 테니
한 줄기 햇살이
새벽의 창턱을 부드럽게 넘으면
나는 마음 깊이 숨겨둔 씨앗을 어루만진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금빛으로 영근 씨앗은
숨결마다 맑은 울림을 자아낸다.
발끝에서 번지는 물결은
호수 위의 고요한 원처럼
멀리까지 잔잔히 퍼져가고,
물결이 물결을 만나듯
손길이 손길을 닿듯,
내 작은 맥박의 떨림이
다른 이의 가슴에서도 같은 리듬으로 깨어난다.
어깨를 펴자
낙엽들이 햇살을 반기듯 뒤척이고,
눈을 들어 바라보자
구름은 귓가에 부드러운 속삭임처럼 흘러간다.
세상은 서로를 비추는
무수한 투명한 거울
내 미소를 거울에 띄우면
낯선 얼굴들까지 환히 미소 짓는다.
바라보라,
한 사람의 고요한 확신이
저녁의 가로등처럼 차례로 켜져
사람들의 그림자를 따스히 품어주고,
불안에 떨리던 손끝조차
부드러운 온기로 달랜다.
그러니 오늘도,
내 안의 씨앗을 한 번 더 쓰다듬어라.
내일 그 씨앗이 꽃으로 피어나
다른 이의 마음속에서도
은밀하게, 그러나 환하게
빛나는 열매를 맺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