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석양이 지하철 창에 기울 때마다
네 이름을 천천히 속으로 불러 본다.
말라붙은 낙엽처럼 바삭한 마음이
작게, 또 작게 부서지지만
이 길 끝 어딘가에는
그래도 네가 돌아올 수 있는
불 켜진 문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에
작은 집 한 채를 지어 본다.
그 집의 현관 앞에는
네가 벗어 놓을 수 있는 짐이라는 짐을
모두 내려둘 수 있는 긴 벤치를 놓고.
병원 이름표처럼 차갑고 낯선 단어들이
너의 하루에 박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이내 서늘해진다.
그래서 나는
커다란 기적을 약속하지 못한 채
너의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네 어깨 위에 내려앉은 그림자들을
손등으로 천천히 쓸어 내리는
작은 동작들만 배우고 있다.
“다 잘될 거야”라는
가벼운 거짓말 대신에
“너 혼자는 아니야”를
연신 되뇌어 보면서.
네가 버티고 있는 오늘이
끝이 아니라, 문 하나였으면.
힘겹게 밀어 열고 나면
아주 작은 빛이라도
발치에 먼저 떨어져 있는, 그런 문.
내일이 어떤 얼굴을 하고 오든
나는 네 편에 서겠다는 말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괜히 마음이 초조해지다가도
그래, 사람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손을 잡고 함께 건너는 일일지 모르겠다고
혼자서 조용히 마음을 붙잡아본다.
혹시 너무 두려워져서
세상이 전부 낯선 병실 벽처럼 느껴지는 날에는
기억해 줘.
아무 설명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냥 네 얼굴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와도 된다고.
이 도시 어디엔가
너를 기다리는 집이 하나 있고
그 집 안에는
오늘도 불을 끄지 못한
어설픈 사람 하나가 앉아 있어
네가 받을 자격이 충분한,
조금 늦게 오는
조용한 행복을 위해
매일 저녁, 지는 햇살을 껴안고
조용히, 끝없이
너를 향해 기도하듯
마음을 접어 두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