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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l 01. 2021

앙티브 레스토랑#1 Le Vauban

합리적인 가격의 프랑스 정찬

앙티브에서 프랑스식 정찬을 맛보려면 어디를 가야할까?라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1초도 망설임없이 추천할 레스토랑인 Le Vauban.


앙티브 올드타운 어귀에 위치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어쩌다 보니 기념할 일이 있을 때만 다녀왔던 곳. 가격이 다른 레스토랑보다 크게 더 비싼 곳은 아니었지만 (평균가 보다는 비싼 편), 몇 번 다녀오며 관찰한 바로는 보통 프랑스 정찬 코스를 먹을 때는 apéritif로 샴페인으로 시작해서, 코스 요리에 와인을 곁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50유로 짜리 코스를 먹어도 2명이서 쉽게 180유로 이상은 지출해야 제대로 된? 정찬을 먹었다 할 정도여서, 사실 가격대가 만만한 곳은 아니였던 탓도 있고, 규모가 큰 곳이 아니어서 예약을 하려고 하면 이미 예약이 다 차서 어려웠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것이 비둘기 요리가 있어 (생각보다 피죵(pigeon) 이란 단어를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갈 때마다 한 번 시도해 볼까? 하는 유혹을 느꼈던 곳이다. 길거리 지저분한 비둘기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물론 요리를 위해 키우는 비둘기를 사용하겠지만) 매번 참 허망한 이유로 맛보지 못했었다. 큰 사이즈의 국토만큼이나 다양한 식재료가 넘쳐나는 프랑스. 말고기도 앙티브 어딘가에서 팔고 있을 정도로 색다른? 식재료가 다양한 나라인 만큼, 평소에 잘 맛보지 못하던 요리들도 접할 기회가 제법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안전한 길을 택했던 듯. 




치즈의 종류가 수백가지이고, 와인의 종류도 너무 많아, 사실 빵, 치즈, 와인 세 가지 만으로도 간단한 식사가 될 정도이고, 그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인을 다 맛 보는 것만으로도 사는 재미가 쏠쏠한 나라. 거기에 주로 육류를 말려서 가공한 charcuterie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글을 적고 있자니 군침이 샘솟는다. 프랑스에 살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아쉬운 건, 무엇보다, 그 다양한 charcuterie와 와인, 그리고 치즈. 그리고 프랑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프랑스 빵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젠 맛볼 수 있는 곳들이 제법 늘었지만, 아직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던 신선미 가득한 재료들은 아닌 듯 하다. 가성비 문제도 물론 있지만. 






Le Vauban의 내부. 규모는 작지만 나름 운치있다. 



  


 코스 메뉴를 시켰는데 전채(entrée)가 나오기도 전에 올리브 케잌?으로 입맛을 돋구고 프랑스식 햄이 올라간 당근 무스가 서비스로 제공됐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드는 건진 알 수 없지만 레몬즙이 첨가된 버터와 고급빵도 제공됐고, 전채로는 각각 가재가 올라간 라비올리, 생선 샐러드를. 가재가 곁들인 라비올리는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라비올리에 가재풍미를 더해 입안의 여러 감각을 준비시키기 위한 자국으로는 일품이었다. 전채에서 선택할 수 있는 2가지 초이스 중 하나씩 각각 선택한 해서 반씩 모두 맛을 보았다. 





메인 메뉴는 선택의 폭이 넓어서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생선요리와 오리구이를 각각 선택했다. 생선은 잘 구워져서 녹색 채소가 곁들여진 소스에 삶은 당근과 아스파라거스가 함께 제공됐다. 오리도 적당히 잘 구어졌을뿐만 아니라 함께 나란히 담긴 감자요리와 채소는 눈요기거리로도 손색이 없을만큼 art 수준의 장식이었다.







프랑방스 산 화이트 와인 (작은병)을 식사 도중 한 병 곁들였는데 그것도 금상첨화였다. 아주 고가의 와인은 아니었지만 (와인리스트에는 1100유로 상당의 와인도 있었음) 저가부터 고가까지 와인 셀렉션도 상당히 신중을 기한 듯 하다. 



디저트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금박이 올라간 초콜렛 케익과 딸기가 곁들여진 달콤한 무스. 특히나 디저트 전에 'passion fruit' 향이 진동하는 푸딩이 먼저 제공되었는데, 메인 요리 후 디저트를 먹기전 달콤하고 강렬하게 새콤한 푸딩이 메인요리의 흔적을 깔끔히 제거하고, 디저트를 맞이하기 위해 입과 위를 준비할 수 있게끔 전환을 도와주었고.


아마 앙티브에서 맛본 요리 중 가장 맛나고 기억에 남는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가 아니었다 싶다.






 역시 마지막은 에스프레스로.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Le Vauban에서의 또 다른 식사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순서대로 전재 종류 2가지 (Foie gras, 그리고 새우샐러드)와 메인 요리 2가지 (생선(Daurade)과 스테이크), 그리고 디저트 전에 나왔던 치즈 플레이트 (프랑스 정찬에는 메인 요리와 디저트 사이에 치즈를 먹는 경우가 많다. 치즈가 식사의 일부분인 셈)
그리고 바야흐로 디저트 (2가지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한 장만 남아 있어서 한장만). 이 날은 와인을 따로 마시지 않았는지 와인 사진은 없는데, 아마 크게 감흥이 없어 찍지 않았을 수도 (벌써 10여년 된 이야기 ^^). 






















 앙티브를 다시 찾는 그 날 저녁에 다시 꼭 들르고 싶은 Le Vauban. 그 때까지 성업하기를 조용히 응원하면서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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