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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조 Sep 29. 2022

가을밤, 첫 번째 글쓰기 수업

30일 챌린지

창원에 온 지 9개월이 지나가던 때였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적응하기 바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한 것들이 늘어나 무료한 생활이 반복되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활동을 찾으러 다녔고 글쓰기 수업에 도전했다. 지난 30일 챌린지 달리기 편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두 번째 챌린지 주제를 정하지 못하던 중이었다. 그 당시 우연히 창원의 독립서점에서 한 달 동안 진행되는 글쓰기 수업 공지를 보게 된 것이다.


독립서점 구경 다니는 걸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에 가보고 싶었던 서점 몇 군데를 팔로우해놨었다. 마침 오누이북앤샵이라는 곳에서 평소에 관심 있었던 글쓰기 관련 수업 공지가 올라왔다. 수업을 진행하는 작가님은 '애매한 재능'이라는 에세이를 내신 분이었다. 책을 읽어 보지 않았지만, 이웃 블로그 독서 리뷰로 접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애매한 재능’이라는 제목에 끌려 언젠가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다. (평소 내가 가진 재능이 애매하다고 생각해와서 책 제목이 끌렸다)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의 작가님이 진행하는 수업이기도 했고, 책을 쓴 작가님을 가까이서 보이는 것도 처음이라 수업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글쓰기 수업 날짜가 다가올수록 수업 신청할 때의 기대감 대신 두려운 마음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크고, 언젠가 독립출판물도 발간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타인으로부터 글쓰기를 못 한다는 평가를 받을까 두려웠다.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당일 퇴근 후 시내버스를 타고 서점을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릴 때쯤 되니 주변이 어두웠다. 초행길이라 지도 앱을 켜고,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도에서 가리키는 곳은 캄캄한 골목으로 향하는 곳이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요리조리 굴려가며 살펴보니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유일하게 통창 사이로 환한 조명을 밝히고 있는 가게가 보였다. 전날밤 인터넷 검색으로 열심히 찾아본 서점의 외관이었다. 더는 지도 앱이 필요치 않아,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환한 빛을 내는 서점을 향해 갔다. 입꼬리가 살짝 굳은  어색한 웃음을 장착하고 서점 문을 열었다. 들어서자마자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작가님과 마주쳤다. 수업  들었던 온갖 걱정이 사라지던 순간이었다.  쓰지 못한 글을 가져가도 무섭게 혼내지 않고, 지금처럼 환하게 웃고 계실  다는 생각이 든 첫인상이었다.


글쓰기 수강생은 총 4명이었다. 19살부터 39살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직장 사람들 이외의 처음 만나는 창원 사람들이었다. 글쓰기를 배우는 것은 둘째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왔다.


깊어지는 가을밤, 작은 책방에 다섯 명이 마주 보고 앉아 따뜻했던 티가 식어가는 동안 각자 쓰고 싶은 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책을 출판하기 위해, 가족에 대한 글을 남기기 위해, 직장 외 수입을 만들기 위해 등 다양한 글쓰기의 이유가 있었지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의지만큼은 같았다. 글쓰기와 책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한참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가, 작가님께 미리 글을 한 편 써서 제출하는 과제를 안내받고 첫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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