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는 서로를 버틸 수 있었을까
그와 나의 확신.
지금 나의 연애는 어쩌면 어린아이의 연애일지도 모른다.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한 번도 헤어짐을 겪지 못했다. 이별의 아픔과 그에 따른 변화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딴 세상의 이야기이다. 만남만 있었을 뿐 헤어짐의 폭풍을 겪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헤어짐만 없었을 뿐 자잘한 폭풍은 계속해서 휘몰아쳐 왔다. 그 속에서 단단히 뿌리 깊게 박혀있던 그 무언가가 우리 둘을 헤어지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사랑이 우리 둘을 단단히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우리의 연애는 각자 다른 장소에서 이뤄진 시간이 더 많았다. 군대, 유학, 시험 등의 시간을 합산해보면 무려 4년이다. 연애를 총 9년 했는데 그중의 절반의 시간을 각자의 장소에서 보낸 것이다. 왜 그 먼 거리에서 헤어지지 않은 것일까. 헤어지지 못한 것일까, 헤어지지 않은 것일까. 그 바탕에는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까. 물론 사랑이 없으면 버티지 못했을, 나름대로 엉겁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사랑해서 이별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자는 사랑하는데 이별하는 것은 그만큼 사랑하지 않은 것이라 한다. 그러나 사연 없는 사람은 없듯이 사연 없는 연애도 없다. 사랑하지만 이별을 맞이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는 연애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의 연애도 남들 눈에는 헤어졌어야만 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상하게 서로를 버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떻게 우리는 서로를 버틸 수 있었을까. 아직도 물음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에 있던지 그는 나를 항상 좋아하고 사랑할 것이다. 항상 그가 어디 있던지 무엇을 하든지 불안했던 적이 별로 없다. 물론 나 또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그를 항상 먼저 생각한다. 그도 이런 나를 아는 듯하다. 그 또한 나와 같은 확신을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것이 자신감인지 믿음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로가 이런 확신이 있기에 폭풍 속에서도 헤어지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그가 어디에 있던지, 내가 어디에 있던지, 서로가 무엇을 하든지 방향은 틀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