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대장과 영웅본색!!
범죄 코미디 영화 보안관.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조우진, 김혜은 등 연기력 하나는 끝내주는 배우들이 나오기에, 가식적인 웃음보다는 진짜 웃음을 주는 영화라 생각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유쾌 상쾌 통쾌한 영화다. 그런데 보는 내내 덩치는 어른인데, 하는 짓은 딱 10~13세 꼬마 같았다. 영웅본색을 좋아하며, 자신이 영웅인냥 우리 마을과 부하들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골목대장, 딱 그거다.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줄도 모르고 연을 날리고 놀았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 보안관이다.
한때 경찰 지금은 그냥 골목대장이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 동네 보안관이지"라면서 추켜세워주니깐, 진짜 뭐라도 된듯 행동을 한다. 골목대장답게 부하가 어려운 일에 처하게 되면, 자기 일처럼 도와준다. 그렇게 보안관 아니 골목대장처럼 기장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지금도 영웅본색에 빠져 살고 있는 아재. 영화 한편이 사춘기 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참 대단한 거 같다. 영웅본색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성냥을 물고 다녔을 거고, 선글라스를 착용했을 거고, 손으로 쌍권총을 만들어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영웅놀이를 했을 것이다. 그때 그 감정이 대호(이성민)와 그 일당들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는 거 같다. 잔잔한 파도처럼 조용한 마을을 보안관이네 하면서 지키고 있는 걸 보고 있잖니, 딱 떠오르는 말은 "꼴값하고 있네"다.
어디서 영화 좀 많이 보셨나 보네요. 하는 행동이 딱 초등 아니 중학생 수준이다. 골목대장(이성민)을 중심으로 행동대장(김성균)과 수행비서(배정남) 그리고 말 잘하는 부하(조우진)와 형으로 모시는 부하(김종수), 듬직한 부하(임현성)까지 6인조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과 비슷하다고 하면 참 좋겠지만, 복장도 그맇고, 하는 짓들이 찌질하고 어린애 장난같아 보인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많이 생각나는건, 부산사투리와 배우들때문인 거 같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카리스마 마담은 보안관에서 골목대장의 아내로, 얼굴만 봐도 후덜덜했던 보스의 부하는 골목대장을 매형으로 부르는 행동파 부하가 된다. 이와 반대로 범죄와의 전쟁에서 강한 인상을 보였지만, 분량이 짧았던 시그널의 이재한형사는 주연급으로 당당히 그 카리스마를 물씬 보여준다. 시그널땜에 참 착해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끝까지 간다를 잊고 있었다. 그때 보였던 악랄함이 이번에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어차피 니가 범인이야.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부터 그랬던 걸까? 세월이 흐르면서 그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그게 궁금했다. 더불어 언제쯤 착한 짓을 그만두고 가면을 벗을까? 범인은 따로 있는데, 잘 못 생각하고 있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할즈음, 영화 후반부에서 가면속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영화 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다 아니라고 하면서 골목대장을 멀리하기 시작했을때도, 난 골목대장의 직감을 믿었다. 왜냐하면, 골목대장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뽕이 돌고 뽕쟁이가 나타났다." 전직 형사였던 골목대장의 아킬레스는 뽕이었다. 그거때문에 동료도 잃고, 형사도 그만둬야했으니깐.
보안관은 많은 영화들을 생각나게 한다. 라면을 먹으면서, 영웅본색 주제곡을 따라 부르는 이 장면은 누가봐도 살인의 추억 오마주다. 이 외에도 범죄와의 전쟁, 영웅본색, 신세계 등 비슷한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드라마 미생이 생각나는 건, 아마도 배우때문이겠지.
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골목대장(좌)과 세상은 흑과 백이 아니라 회색이라고 하는 종진(우). 무기가 있는데도 굳이 1대1 맞짱을 하려고 하는 심리, 이것도 남자들의 로망일까? 어릴때 스트리트 파이터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이라 생각한다. 말로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거나, 몽둥이를 사용하면 되는데, 굳이 저래야하나 싶다. 남자들의 심리를 모르니, 그냥 그런걸로.
영화의 결말은 장르가 그렇듯, 해피엔딩이다. 라스트씬이 영 깔끔하지 못한 거 같아, 마블영화처럼 쿠키 영상이 있을까 싶어, 엔딩크레딧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는데 없었다. 대신 놀랄만한 후원업체만 확인했을 뿐이다. 영화 후반부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데, 너무 강렬한 인상을 줘서 많고 많은 후원업체 중에서 바로 눈에 띄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씬스틸러가 대거 나오는 영화답게 각 장면마다 씬을 잡아 먹는 배우들이 참 많다. 특히 배정남, 대사는 별로 없는데, 주인공보다 더 눈에 띄는 배우였다.
친했던 사람들에게 버림을 당하면서도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안관처럼, 마을이 아닌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그런 멋진 보안관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오늘 난 투표하러 간다. 이번에는 제발, 나만 지키는 보안관이 아니라, 우리를 지켜주는 그런 보안관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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