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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Jun 04. 2019

상실과 치유, 그리고 직면한다는 것.

영화 [하나레이 베이]리뷰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소설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상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이라는 감정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이 영화도 그러했다.

죄가 없지만 원망스러운 자연을 마주하다.

영화는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감독을 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무라카미 소설의 색으로 가득하다.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



이 영화는 주 배경이 되는 하와이의 자연경관을 아주 아름답게 그려냈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작고 연약하며 불안전한 인간과 자연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 악의도 없고, 차별 없는 자연보며 왠지 모를 서늘함과 위압감느꼈다.


이런 자연에 대한 섬세한 표현이 이 영화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소다. 또한 이를 통해 자연 앞에 마주 선 주인공의 감정에도 공감하게 된다.

자연이란 아름답고도 무섭다.

특히 영화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비치는 바닷속 시점은 아름다우면서도 관객의 숨을 멎게 하는 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과하지 않게 전해지는 묵직함.



상실과 치유, 상처와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이미 많이 사용된 소재다. 또한 잘못 다루면 한 없이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되기도 한다. 다행히 이 영화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한 없이 무거운 주제를 영화는 감정과잉 없이 담백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애달프고, 절절했다.

부모 자식 관계만큼 어려운 관계도 없다.

전체적으로 음악보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영화이나, 얼마 되지 않는 음악이라도 적기적소에 들어가 있어 감정의 풍부함을 더해준다. 그리고 극심한 무거움도 덜어준다.


평소 슬픈 영화를 즐겨보나 '과도한 울리기'에 지친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점차 스며들다 한 번에 폭발하는 자연스러운 슬픔의 흐름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엔 강점이 된 일본 영화의 특징.



나중에 한 번 따로 다뤄볼까 하지만 일본 영화는 그 특유의 색깔이 있다. 문제는 그 특색이 한국 관객들이 그다지 반기지 않는 요소라는 점이다.


간단하게 나열해보자면 불필요하게 감정 표현을 길게 잡는다던가, 배우들의 표현이 너무 절제되어 있다거나 또는 너무 과장되어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으로 느리다.

일본 영화에는 위기가 있으나 없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잘 사용되면 '러브레터''냉정과 열정사이'같은 한국인도 사랑하는 일본 영화가 탄생하곤 한다.


이 영화도 이런 일본 영화의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단, 그 특유의 색깔을 적절히 잘 사용한 편이다. 특히 가장 좋았던 클라이맥스 부분은 그런 일본 영화의 특징을 장점으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총평

-우리의 상처를 돌아보게 되는 영화.



우리는 살면서 모두 한 번은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 받는다.


이 영화는 결국 이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치유해야 하는가를 담담하게 그리고 자연의 힘을 빌어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 이야기를 이렇게까지?'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낸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었고 그렇기에 함께 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린 무엇으로 상처를 치유해야 할까?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무언갈 선사하는 영화는 아니나 가랑비에 옷이 젖듯 천천히 젖어드는 영화를 원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사치의 아픔과 치유에 공감하는 사이, 우리의 아픔도 함께 치유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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