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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홍 Jan 27. 2020

취미가 같은 부부는 어떤 기분일까

아무리 살아도 취미랑 취향은 같아지질 않는걸요

무엇을 보고 마음이 반응하는지에 따라 취향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파릇한 이파리가 가득한 숲 속 통나무집 사진이나 창 밖으로 에펠탑이 보이는 옅은 핑크톤 인테리어의 호텔방 사진을 보는 등 여러 경험으로 잠든 내 취향을 톡톡 쳐서 깨우는 거라고.


그렇게 취향을 하나 둘 발견하다가 내 취향에 맞는 어떤 활동까지 뻗어나가면 그것이 곧 취미가 아닌가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일이 아닌데도 인간이 몰두해서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활동이라면 결국 본인의 취향과 맞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나와 아내는 취향은 대부분 다르고 취미는 아예 다르다. 그래서 가끔 다른 부부들에게 묻고 싶어 진다.


"취향과 취미가 같은 부부로 살면 어떤 기분인가요?"







몇 가지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연애를 막 시작하던 무렵인지 연애하기 직전인지 그 시기에 우리가 자주 가던 파스타 가게가 있었다. 밖에서 먹은 파스타에 후한 점수를 줘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그 가게 파스타는 내 입맛에 참 잘 맞았다. 어머, 이 가게 잘하네, 그런 말이 절로 나오는 가게였다.

나는 그 당시 애인이던 아내에게 자주 그 가게에서 저녁을 먹자고 말했고, 아내는 흔쾌히 그러자고 말했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도 그 가게를 마음에 들어한다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그 시기로부터 2000일이 가까워지도록 만나고 있고 결혼 3년 차인 지금 떠올려보면 얼마나 우스운지 모른다.

"여보, 그때 정말 힘들었겠다."

내 말에 아내는 늘 웃으며 대답한다.

"아니, 한참 잘 보여야 될 때니까... 분위기 상 그런 데서 밥 먹는 게 맞겠다 싶기도 하고.."

그 말이 귀엽기도 하고 간질 거리기도 해서 웃음이 또 왈칵 나는 것이다.


사실 내 아내는 파스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빵도 좋아하지 않고 식사를 해야 한다면 한식을 선호한다. 김치찜이나 국밥, 순두부찌개 같은 것들.

내 웃음에 아내는 변명하듯 "그런 시기에 데이트하면서 국밥집 가자고 하는 것도 웃기잖아."라고 말하는데 그 말은 항상 우리를 막 연애 시작하던 그때로 돌려놓는 기분이다.

지금은 아내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데 아예 모르던 시기도 있었다는 것이 참 신기해서.


우리 부부는 식사 메뉴 선정에서도 취향이 완전히 갈린다.

나는 아침은 빵, 아내는 아침은 밥.

나는 특별한 날은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은 코스요리, 아내는 특별한 날 고기.

예쁜 카페에서 디저트와 함께 분위기를 즐기며 노닥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 그리고 흡연실이 있는 카페에서 가볍게 음료만 한 잔 마신 후 어서 나가 주변 구경거리를 구경하길 바라는 아내.


이렇게 다른데 데이트 초반에 어떻게 그렇게 착착 맞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내가 말한 '한참 잘 보여야 될 때'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맞췄던 것은 아닐까? 대부분 아내가 내게 맞춘 것 같기는 하지만.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억은 한참 각자 집에서 문자메시지로 대화하던 중 음악을 듣는 중이라는 내게 아내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물었던 날이다. 나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 것이 기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참 좋아하는 음악이라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때 듣고 있던 음악을 알려주었다. 참 좋아하고 자주 듣는다는 설명과 함께.


한참 시간이 지나고 부부가 된 이후에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난 내가 "그 음악 좋았는데, 혹시 들어봤어?"라고 말하자 아내는 약간 망설이다가 "아니, 영어 음악이라 좀 듣다가 껐어."라고 말했다.

물론 나는 그런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그저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내 아내라면 그럴 줄 알았거든.



취향이 달라서일까, 당연하게 취미도 한참 다르다.

아내는 게임, 자동차, 손으로 만들고 조립하는 것, 파충류를 기르는 것을 그때그때 돌아가며 취미로 가지는 듯 싶다. 나는 인형, 프랑스 자수, 미니 베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그림을 끄적거리는 것을 취미로 한다.

나는 자그마한 인형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아내는 레트로 게임기에 빠져 브라운관 티비도 구입했었다.


심지어 취미를 대하는 자세도 다르다. 나는 그냥 대강 물에 발가락 끝만 담그듯 새로운 것을 시작해보고 늘 모자란 나의 손재주를 탓하며 금방 놔버린다. 흥미를 금방 느끼고 또 그만큼 빨리 질린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별로 없는 데다 처음부터 제대로 익히거나 배우지 않고 스스로 터득하려고 도전하다가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극복하기보단 질려버리는 타입이다.

아내는 다르다. 아내는 취미가 생기면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숙지하고 많은 사람들의 글을 정독하고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뛰어들어 전문가 직전까지 익히는 스타일로 취미생활을 한다. 가끔 옆에서 보면 저 정도면 직업 아닌가, 취미라고 볼 수 있나 싶은 수준까지 깊어지고 깊어지다가 마스터 단계쯤이 되면 흥미를 잃고 새로운 취미를 찾아낸다.


이렇게 서로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수 있는데 의외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이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냥 다른 점은 다르다고 인정하고 그냥 넘어온 것 아닐까. 이해보단 인정에 가까운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그렇다.


우리에게는 사실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이 있다.

타인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됐더라도 상대의 취향에 내가 간섭하거나 침범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덕분에 이렇게나 다른 우리가 사랑에 빠지고 연인을 거쳐 부부로 살아도 아직까진 괜찮은 모양이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는 삶이 서로를 위해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삶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덕분에.


당신이 좋아하는 걸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좋아하는 것도 당신이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두 사람이기에 한 공간에서 무리 없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고.

참 다행스러운 일 아닌가 싶어 조금 기뻐진다.




아, 그런데 지금 글 쓰면서 피아졸라 음악을 틀어놓고 보니 안방에서 울려 퍼지는 2000년대 남자가수 발라드 메들리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거 내 아내분... 취향 참.

지금 이 순간 아내도 나도 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픽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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