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

Vol.32 | 260307 | 홍제동 아파트 화재

by 천재손금

오늘의 화재


6일 오전 7시 47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지상 15층·지하 2층 규모 아파트 13층 한 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1명이 중상을 입고 1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또 다른 1명은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주민 29명이 스스로 대피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인원 83명과 장비 21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약 30분 만인 오전 8시 16분께 불을 완전히 껐습니다. 현재 소방과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서대문구 홍제동 아파트 화재…2명 부상·29명 대피」 (2026.03.06.)


현직 소방관의 시선


— 소방관에게 홍제동이라는 이름


다행히 뉴스의 화재는 큰 피해 없이 진압된 듯합니다.


‘홍제동’이라는 지명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서울의 평범한 동네 이름일 뿐이겠지만,

우리 소방관들에게는 조금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2001년 3월 4일, 이곳 홍제동의 한 주택에서 큰 불이 났었습니다.

당시 구조 활동을 위해 망설임 없이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던 소방관들은,

갑작스럽게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깔려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사고로 동료 소방관 6명이 현장에서 순직했습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들어갔던 건물이 구조 활동 중에 붕괴하며 발생한 참변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지금도 대한민국 소방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희생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소방관들 사이에서 ‘홍제동’은 단순히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가 아니라,

가슴 한구석에 새겨진 하나의 기억이자 흉터처럼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화재 현장에 도착하면 우리는 불길의 크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건물의 '상태'를 살핍니다. 벽면이 갈라진 흔적은 없는지,

열기로 인해 구조가 약해지지는 않았는지, 혹시 모를 붕괴 위험은 없는지 꼼꼼히 훑어봅니다.

불을 끄는 일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현장에 투입된 대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막중한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그날의 사건이 잊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에게 ‘홍제동’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서늘한 교훈으로 살아 있습니다.

우리가 불길 속으로 발을 들이기 전,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다시 한번 살피는

이유도 아마 그날의 아픈 기억이 우리에게 건네는 무언의 당부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


— 오래된 건물을 고친 공간일수록 한 번 더 살펴보세요


요즘은 오래된 주택이나 공장을 개조해 만든 카페나 식당이 많습니다.
분위기 있는 공간이지만, 이런 건물들은 구조가 오래되었거나 조립식으로 증축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하면 열로 인해 구조물이 예상보다 빨리 약해질 수 있는 환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공간에 들어갈 때는 몇 가지를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천장이나 벽에 큰 균열이 있는지
오래된 건물은 이미 구조가 약해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조립식 패널 건물인지
샌드위치 패널 구조는 화재 시 열이 빠르게 퍼질 수 있습니다.

비상구 위치 확인하기
리모델링 건물은 출입 동선이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 가스기구 사용 여부
주방이 있는 카페나 음식점은 가스 사용이 많은 공간입니다.


이런 점들을 잠깐만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대피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화재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낯선 공간에 들어갈 때 출구를 한 번 보는 습관이

안전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소방 뉘우스는

대한민국 소방 전체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그저 현직 소방관 개인이,

누구의 지시도 없이

좋아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어서

기록하는 글입니다.

I♡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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