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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22. 2023

도서관에 갔다

취향을 연습하는 곳

팬데믹 시기, 내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즐겨가던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은 것이었다. 처음 도서관이 문을 닫았을 때 나는 내 책장에 꽂힌 채 아직 읽히지 못한 책을 읽을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도서관이 문을 닫는 날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빌리고 싶은 책을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면 도서관에서 가서 가져 올 수 있는 ‘워킹스루’ 시스템이나 ‘무인도서관’ 등이 도입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그리웠다.


물론 도서관이 아니어도 책은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말하면 실례가 되겠지만) 쓸모없는 책을 잔뜩 볼 수 있어서다. 모든 책을 전부 사서 읽어야 했다면 나 같은 사람은 꼭 필요한 책만 보거나 모두가 좋아하는 안전한 책만 읽으면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서관 열람실 서가를 어슬렁거릴 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처음 보는 책, 잘 모르는 책을 집을 수 있는 호기로운 사람이 된다. 도서관에서 나는 그날 그날의 기분과 운에 따라 책을 고르는 모험가가 된다. 도서관에 가면 내가 예약하지 않은 세계가 별책부록처럼 따라왔다. 


빌린 책 중 대부분은 그저 잠시 내 침대맡의 소품이 되었다가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갔을 뿐이지만, 그 중 일부는 나의 분명한 취향이 되기도 했다.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책은 이런식으로 우연히 알게 된 것이 많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이란 이렇게 생기는 게 아닐까?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의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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