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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럼 대신 키보드 Oct 05. 2023

타지에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따뜻함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어디엔가는 있는 법

내가 일하던 편집샵 옆에 있던 일식집에 계시던 사모님은 따님이랑 가게를 같이 운영하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갈 때는 항상 사모님이 계셨었었다. 퇴근 후에 그 일식집에서 카레도 몇 번 먹고 아무래도 바로 옆 가게이다 보니 일하다가 우연찮게 자주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다. 자주 본 탓에 친밀감이 더 느껴졌었을까? 그래서인지 좀 더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점심시간 때는 보통 그곳으로 먹으러 가는 일이 많지는 않았었는데, 한 번은 일하는 사람들끼리 단체로 그곳에 간 적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나에게만 유독 반가움을 표시한 게 티가 났는지 그때 같이 일하던 지현(가명)씨가 사모님이 키보드(나)씨를 보니까 엄청 반가워하신다며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하하.. 


그렇게 일하는 동안 혼자서도 많이 먹으러 갔었고, 가게 바로 옆에 있다 보니 내가 일을 관두었을 때 한 동안 안 보이는 걸 보고 관뒀나 보다고 생각을 하셨던 거 같다. 나는 그렇게 그 편집샵을 그만두고, 고시원 방을 바로로 뺄 수는 없고 한 2~3주 정도의 기간이 남았었기에 그동안 타지에서 할 것도 없겠다 싶어 본가로 내려와 오랜만의 휴식을 취하고는 고시원 방을 빼기 2~3일 전 남아 있는 짐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그곳으로 올라갔었다. 그렇게 짐을 다 정리하고 나서는 식사도 해결할 겸 마지막으로 인사도 드릴 겸 그 사모님이 계신 일식집으로 향했다. 마침 그 시간 때에 가니 사모님이 계셨었었고 예감을 하셨었는지 "일 관뒀어?"라고 물어보셨었다.

그러고 나서 떠나기 전에 밥도 먹을 겸 인사드리려고 왔다고 말씀을 드리니, "인사하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 난 또 말없이 간 줄 알고 서운할 뻔했잖아"라고 말씀을 하셨었다. 자주 먹었던 규동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어차피 관뒀기에 서울로 떠난다고 말씀을 드리니, "젊었을 때는 경험이 중요해" 라며 이거 저거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라고 응원을 해주셨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 뭔가 밥을 공짜로 먹고 나서 사모님께 아무것도 안 드리자니 미안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다가 틈이 생겼을 때 "잠깐만요"라고 한 다음 나와서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가서 호불호가 없을법한 토마토 주스를 한잔 테이크 아웃 해서 드렸다. 사모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떠나는 나에게 베풀었는데 조금은 내가 밥을 얻어먹고 이렇게 음료수를 사서 드리니 딱 끊는 거 같아서 서운해하시는 거처럼 느껴져서. "남한테 이렇게 먼저 따뜻하게 베푼다는 거 자체가 쉬운 게 아니잖아요~ 맛있는 규동만 받은 게 아니라 따뜻한 마음도 같이 받았으니, 주방에서 일하다가 더우실 때 한 모금하시면서 더위 식히시라고 사 왔어요!"라고 웃으며 말씀을 드리니 그제야 사온 주스를 받으셨었다.

그렇게 가게 문 앞에서 여기에 제가 다니는 미용실도 있어서 어차피 자주 올 거 같으니 가끔 놀러 올게요 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사모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떠난 후 약속한 대로 간간이 밥도 먹을 겸 그 일식집에 놀러 갔으면 좋았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서울 살이에 조금의 자신감을 잃은 나는 쉽사리 그곳에 밥을 먹으러 갈 자신감이 없었기에 가지 못하였다.


예전에 그곳에서 자주 갔던 카페는 궁금해서 찾아보니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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