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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럼 대신 키보드 Oct 05. 2023

서울도 한 번 찍고 가야지?

언제 또 올라오겠어?

일주일에 5일은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이 편집샵에서 나의 시간을 불태우고 있었고, 일주일에 1번 정도는 그 당시에 만나던 여자애를 만나러 거의 서울에 가곤 했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애를 만나러 서울에 간 거와 별개로 원래 서울 살이에 대한 환상이 조금 있었다. 본격적인 서울 살이에 대한 환상은 학교 졸업 후 내가 연기를 배우고 시작하면서부터였는데, 뭔가 서울로 간다 해서 모든 사람이 크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마음속엔 서울에 가야 그게 연기든 다른 것을 하든 간에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많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촌놈 주제에 원래 도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도시인 서울에서의 로망이 더더욱 컸었다.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들은 말이지만,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환경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하하

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대구에서 연기 선생님께 수업을 받고 있을 당시 선생님 제자들 중에 서울로 간 사람들이 많았기에 서울 살이에 대해서도 한 번 여쭤보긴 했었다. 그러자 하시는 말씀이 "나는 원래 서울 사람이어서 서울에 대한 로망은 전혀 없긴 한데, 뭐 내 제자들 보니까 다들 알바만 엄청 하다가 내려오던데? 하하"라고 말씀을 하셨었다. 그만큼 꿈만 가지고 지방에서 서울 살이를 도전하기에는 보통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였겠지. 그렇게 서울에 있는 편집샵에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나름 지방인 기준 서울 근처 경기도에서 일했겠다. 올라온 김에 서울은 어떨지 한 번 가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게 내가 편집샵 근무를 마지막으로 마친 후 서울에 지금 구할 수 있는 원룸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실상 그곳 편집샵에서 일하면서 고시원을 살았기에 더 이상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 거 같았다. 그렇게 맨 처음에는 어플들을 보다가, 허위 매물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집주인과 직거래로 구할 수 있다는 카페에서 어떤 방을 보게 되었다. 아니 내가 넣을 수 있는 보증금도 많지 않은 상태에 월세는 그래도 거의 60만 원이지만, 퇴실 희망하는 날짜 한 달 전에만 이야기를 하면 방을 뺄 수 있는 아주 나에게 적합한 계약 조건이었다. 그렇게 나는 집을 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고 생각했던 거 보단 작은 방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는 정도였었다. 하지만 바로 계약금을 걸기에는 조금 확신이 안 왔던텨라 그렇게 나는 고시원으로 돌아와 이거 저거 다른 방들을 보다 보니 그 방 외에는 솔직히 답이 없었다. 내가 서울에서 살 수 있는? 그래서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서울 집주인분과 연락을 한 후 다시 서울로 올라가 계약을 하고 내려왔다. 한 달 뒤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계약 후 다시 고시원에 내려왔지만, 그 한 달 동안의 기다림은 무척이나 설레었었다. 그때보단 늙고 삶에 쪄들어 무감각해진 지금, 그때의 설렘만큼 기다리는 설렘을 다시 언제 또 느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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