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 올라오겠어?
일주일에 5일은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이 편집샵에서 나의 시간을 불태우고 있었고, 일주일에 1번 정도는 그 당시에 만나던 여자애를 만나러 거의 서울에 가곤 했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애를 만나러 서울에 간 거와 별개로 원래 서울 살이에 대한 환상이 조금 있었다. 본격적인 서울 살이에 대한 환상은 학교 졸업 후 내가 연기를 배우고 시작하면서부터였는데, 뭔가 서울로 간다 해서 모든 사람이 크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마음속엔 서울에 가야 그게 연기든 다른 것을 하든 간에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많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촌놈 주제에 원래 도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도시인 서울에서의 로망이 더더욱 컸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대구에서 연기 선생님께 수업을 받고 있을 당시 선생님 제자들 중에 서울로 간 사람들이 많았기에 서울 살이에 대해서도 한 번 여쭤보긴 했었다. 그러자 하시는 말씀이 "나는 원래 서울 사람이어서 서울에 대한 로망은 전혀 없긴 한데, 뭐 내 제자들 보니까 다들 알바만 엄청 하다가 내려오던데? 하하"라고 말씀을 하셨었다. 그만큼 꿈만 가지고 지방에서 서울 살이를 도전하기에는 보통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였겠지. 그렇게 서울에 있는 편집샵에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나름 지방인 기준 서울 근처 경기도에서 일했겠다. 올라온 김에 서울은 어떨지 한 번 가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게 내가 편집샵 근무를 마지막으로 마친 후 서울에 지금 구할 수 있는 원룸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실상 그곳 편집샵에서 일하면서 고시원을 살았기에 더 이상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 거 같았다. 그렇게 맨 처음에는 어플들을 보다가, 허위 매물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집주인과 직거래로 구할 수 있다는 카페에서 어떤 방을 보게 되었다. 아니 내가 넣을 수 있는 보증금도 많지 않은 상태에 월세는 그래도 거의 60만 원이지만, 퇴실 희망하는 날짜 한 달 전에만 이야기를 하면 방을 뺄 수 있는 아주 나에게 적합한 계약 조건이었다. 그렇게 나는 집을 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고 생각했던 거 보단 작은 방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는 정도였었다. 하지만 바로 계약금을 걸기에는 조금 확신이 안 왔던텨라 그렇게 나는 고시원으로 돌아와 이거 저거 다른 방들을 보다 보니 그 방 외에는 솔직히 답이 없었다. 내가 서울에서 살 수 있는? 그래서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서울 집주인분과 연락을 한 후 다시 서울로 올라가 계약을 하고 내려왔다. 한 달 뒤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계약 후 다시 고시원에 내려왔지만, 그 한 달 동안의 기다림은 무척이나 설레었었다. 그때보단 늙고 삶에 쪄들어 무감각해진 지금, 그때의 설렘만큼 기다리는 설렘을 다시 언제 또 느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