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루지 못한 어릴 적 꿈 하나쯤은 있다

어른이의 꿈

by 향긋한

바이올린.

어릴 적 내 꿈이 담겨 있는 악기. 초등학교 방과 후 바이올린 수업에서 나를 가르쳐주셨던 바이올린 선생님은 재능이 있으니 바이올린 전공해 보라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바이올린이 좋았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어깨에 메고 집까지 걸어가는 길, 어린 몸으로 들기 조금 무겁기도 했지만 바이올린은 내가 아주 교양 있는 멋진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예고에 진학해 바이올린 전공자의 삶을 살아가고 싶었지만, 삼 남매를 키우는 평범한 집에서 한 아이를 음악가로 만드는 것은 선뜻 발딛기 어려운 길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뜻에따라 영문학과에 진학해서 바이올린과는 거리가 먼 대학 생활을 보냈다. 거리에 바이올린을 메고 지나다니는 전공자들을 보면, 막연하게 그들의 삶, 그들의 여유를 동경하고 부러워했다.


그렇게 바이올린을 다시 연주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다 첫째 출산 전, 출산까지 시간이 있으니 하고 싶은 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바이올린을 샀다. 20만 원대 안팎의 바이올린. 부모님 허락 없이 내가 원하는 악기를 살 때의 그 기쁨이란! 역시어른이 되는 건 이렇게 짜릿하고 자유롭고 좋은 거구나 하고 느꼈다. 첫째 출산 후 육아로 한동안 바이올린을 잠시 잊은 채 지냈지만, 아이가 두 살 무렵 근처 문화센터에 등록해 매주 토요일 한 시간씩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비싼 개인 레슨에 억대 바이올린을 산 것도 아닌데, 바이올린을 배우는 그 한 시간은 내가 일주일 동안 손꼽아 기다리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둘째 출산 후 두 아이를 육아하다 보니 매일이 정신없이 없었다. 바이올린은 일상에 들어올 틈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리는 미국으로 이사를 했고, 나는 남편에게 다시 바이올린을 선물 받았다. 평소 명품백에는 관심 없지만, 명품백만큼의돈을 지불하고 내가 평생 쓸 수 있는 바이올린을 구매했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Bam 케이스도 샀다. 마음에 드는 비싼 그릇을 사면 깨질까 봐 찬장에만 모셔둔다는 이야기처럼 꿈에 그리던 값비싼 바이올린을 받고 나서, 너무나 소중해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가 없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우리 집 어딘가에 그 바이올린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하지만 이제 찬장에만 ‘모셔두던’ 그 그릇을 꺼내 음식을 담고 식탁에 올려두기로 마음을 바꿨다. 찬장에만 모셔두려면 왜 샀나? 정말 내 일상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 때, 물건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게 아닐까? 매일 바이올린을 케이스에서 꺼내 연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너무 시시하고 소소해서 아이들 라이드 해주고 녹초가 된 몸으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바로 ’ 하루에 바이올린 활 한 번 켜기‘


‘에이. 그거 한다고 실력이 느나?’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나의 목표는 창고에 모셔두기만 하던 바이올린을 케이스에서 꺼내 연주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 바로 일상에 바이올린이 자리하는 삶이다. 1초 만에 해낼 수 있는 활 한 번 켜기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깨어있는 16시간 중, 한 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은 내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줄 것이었다.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려는 우리에게 ‘2분 규칙’을 제안한다. 오늘 밤에는 기필코 요가를 해야지 라는 목표 대신 일단 ’ 요가 매트 깔기’를 목표로 시작하고, 아침 조깅을 5km 뛰어야지라는 한라산같은 높은 목표 대신에 2분이면 가능한 운동화 끈 묶기부터 시작하라고 말이다. 너무 시시하고 소소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지속가능하고 습관으로 만들 수 있으며 결국 일상에 자리 잡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릴 적 이루지 못한 꿈 하나쯤은 있다. 그게 어떤 꿈이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작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꿈이었다면, 일단 핸드폰 메모장에 1줄 글쓰기를 시작해 보자. 한 줄씩 쓰다가 언제 책을 다 완성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하루 아침에 작가가 되고, 하루 아침에 책을 완성하겠다는 너무 큰 목표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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