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언어 장벽 문제 그리고 해결 방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환자를 관리한다고 하면 다양한 외국인 환자의 문화와 언어 장벽을 먼저 떠올리실 거라 생각됩니다. 의료적인 접근 방식은 각 나라의 의료 환경에 따라 의료 혜택을 받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의료인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우선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일반적인 정보확인과 의료적인 문제 여부 즉, 음식과 약품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전에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수술한 적은 있는지 혹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는지 등 정보 확인을 해야 됩니다.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병원에 오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기본적인 혈액, 소변 검사 그리고 엑스레이 가슴 사진과 심전도 검사 등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시행되고 입원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위와 같은 과정이 진행됨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리고 진단을 위한 검사를 시행할 경우 의사는 그에 대한 목적, 방법 그리고 부작용 등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는 설명한 내용에 대해 이해했음을 확인한 후 사인을 하게 됩니다. 이는 환자나 의료인을 서로 보호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그 나라의 의료 환경이나 보유하고 있는 의료 장비 종류에 따라 다양한 검사가 진행될 수 있지요.
내과적인 질병 치료나 시술 그리고 외과적인 수술 등은 각 나라의 의료 장비 보유나 의료진의 능력 그리고
해당 국가의 보험혜택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 의료기술로 질병 치료나 건강 검진을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의료관광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참고 : 보건복지부 2024.04.29 보도자료]
이 번 글에서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외국인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 환자에게 의료 만족과 질 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과 언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어려운 문제임을 파악해야 한다.
현재 외국인 환자를 관리하는 의료 상황에서의 문제점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문화적 차이입니다.
각국의 의료 시스템, 치료 관행 및 환자의 기대치 등이 다릅니다. 문화적 차이로 일부 문화에서는 가족의 의견을 중시하는 반면 또 다른 문화에서는 개인의 선택이 더 중요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의료 행위 시 보호자를 포함시키느냐의 문제로 불만을 제기한 실제 사례입니다.
한국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함께 온 동료에게 의사가 환자의 다리를 잡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함께 동행한 동료가 치료과정을 상사에게 보고하면서 불만이 접수된 내용입니다.
우리의 정서로는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의 치료적인 안정을 위해 보호자가 상주해 있기도 하나 특별히 환자 곁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서를 설명하였으나 동료 입장에서는 환자의 다리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의료인이 아닌 본인에게 다리를 잡아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해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미국 거주 시 실제 경험한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이해가 될 듯합니다.
10살 아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놀이기구를 사용하던 중 팔이 골절되어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응급실 간호사가 치료 과정을 설명하는 사이에 엄마인 제가 눈물을 보이 되었어요. 간호사는 주변에 있던 크리넥스 티슈통을 저에게 건네주면서 옆의 방으로 안내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는 엄마가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 아이에게 감정에 좋지 않다며 걱정하지 말고 보호자 대기실에 있으면 진료 끝내고 알려 준다는 설명을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한 저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되고 외국인이 저에게 대하는 언행이 옳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나라와의 문화적 차이는 있었지만 합리적이란 생각을 했거든요.
2. 언어 장벽입니다. 언어의 차이는 의료 서비스 제공에 중요한 요소로 때론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나 불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환자와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지만 혹여 영어 소통이 되지 않는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 관광으로 진료 예약을 할 경우에는 사전에 통역사를 연결합니다.
사전 예약 시스템이나 의료기록(Medical Record)은 영어로 번역해서 전달을 합니다. 예를 들어 몽골환자나 카자흐스탄 환자의 경우 본국에서 진료한 내용 결과지는 영어로 번역해서 첨부하고, 국내 병원 해당 진료과 교수와 진료 일정을 상의하여 의견 교환을 합니다.
외국인 환자 관리는 각 해당 병원마다 약간의 업무 프로세스가 차이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외국인 환자 유치의료 기관인 경우 규모에 따라 외국인 환자 진료 예약 웹 사이트를 구축하여 다양한 언어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고 외국인 의료진 및 통역사를 자체적으로 고용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랍어 환자가 많은 의료기관에서는 아랍어 통역사를 고용한 경우가 있는데, 실제 아랍어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통역비가 상당히 많이 청구되는 사례가 발생되기도 했지요. 물론 이후 통역비가 조정이 되었지만 제가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글로벌 의료환경의 변화에서 의료 외국어를 공부하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정보 접근성입니다. 외국인 환자들은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에 치료 과정이나 비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외국인 환자는 당연히 우리나라 보험제도권 밖에 있기에 의료비가 상당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일반 의료 숫가로 지불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가 한국에서 치료받기 전 많은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예상 의료비(Estimated Medical Fee)를 송부합니다.
물론 비용에 상관없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도 많이 있습니다. 진료비는 상관없이 치료결과와 질 좋은 의료 서비스 만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료 병원에서는 예상 진료비를 계산하고, 각 병원마다 외국인 환자 예상 진료비 환산 관련 기준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환자뿐 아니라 외국인 환자인 경우에도 우리의 의료시스템 전산망 컴퓨터를 이용하여 의료진은 처방 및 의료 행위 등을 입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여 당일 검사나 수술 후 숫가입력을 현재 기준으로 입력하지 못하였거나 누락되었을 경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환자의 경우 입원 병실 비용(1인실 혹은 특실 기준), 식비, 약품 비용 및 기타 의료 행위료 비용 등이 매일 합산되고 있습니다. 실제 제가 관리하던 환자의 경우 당일 기준으로 의료비용을 확인해서 알려 주었는데, 다음날 갑자기 금액이 올라간 경우가 있었어요. 제가 생각해도 별로 검사한 것이 없는데 말입니다.
환자에게 이유를 알려야 하기에 확인 결과 어제 시술한 부분에서 입력이 누락되었음을 확인했어요. 여러분 이 상황에서 의료진의 오류로 발생된 문제라고 사실을 알렸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이해를 할 듯하면서도 석연치 않아 하는 눈치였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마찬가지이지만 병원 의료진과 의료 코디네이터가 환자와의 신뢰를 취우선으로 해야 하는 외국인 환자 관리 업무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위의 3가지 문제로 정리해 보았지만 그 외에도 문제는 어디서 발생될지 모릅니다.
의료진의 언행, 식사 제공 문제 혹은 타 부서 검사실에서의 문제 등 다양하게 발생은 하지만
최대한 사전에 문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해결 방안 등 병원의 각 부서 간 긴밀한 협조와 업무 프로세스 매뉴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외국인 환자 관리를 하면서 타 부서 간 협업으로 관련 사례를 통한 지속적인 문제 분석을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좀 더 나은 질 좋은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다문화 이해 및 의료 환경 변화 관련 사전 지식을 위해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합니다. 그런 모든 과정의 노력들이 오늘의 글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고 개인적인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1. 다문화 관련 교육입니다. 병원의 의료진뿐 아니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다문화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입원 한 환자는 다양한 부서를 방문하여 검사를 받거나 다른 부서 직원과 관련된 업무가 발생됩니다.
의료 환경의 변화로 인해 해당 병원에 외국인 환자가 방문하여 치료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전 직원에게 공지하고 글로벌 마인드와 다문화와 관련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어느 국적의 외국인 환자이든 그 나라의 배경과 문화적 환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로 아랍권 환자가 입원한 경우 종교적인 기도 시간을 미리 확인하여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카펫을 제공하고 기도 시간을 병실 입구에 부착하여 가능한 방해받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입실 후 정보 제공 시 사전에 환자가 필요한 내용을 제공하니 고마워했고, 이후 치료과정 및 입원 생활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었지요.
2. 통역 서비스 강화: 전문 통역사를 배치하거나 다국어를 구사하는 의료진을 확보하여 언어 장벽을 줄 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실제 몇 개의 병원에서 외국어가 가능한 의료진을 고용한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영어가 가능한 의료진 들로 구성되어 있어 영어 대화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영어 대화가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여 몽골, 중국 혹은 네팔 등에서 온 다문화 가정 여성을 대상으로 의료 통역 서비스 교육을 실시한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해당 국가 외국인이 입원한 경우 전화 또는 의료현장 방문을 통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 정보 제공의 다각화: 외국인 환자를 위한 맞춤형 정보 자료를 제공하고,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다양한 언어로 정보를 제공하여 접근성을 높이는데 의료기관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직접 사이트에 접근하여 병원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다양한 언어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4. 환자 지원 프로그램: 외국인 환자를 위한 전담 지원 팀 혹은 국제진료 센터에서 외국인 환자들의 궁금한 점 혹은 병원 생활 안내 및 불편함 등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연히 문화적 차이로 인한 문제나 오해가 발생할 경우 중재 역할 도 수행하게 됩니다.
실제 예로 130Kg(?) 정도의 외국인 환자가 입원한 경우입니다. 환자 침대 준비도 되지 않았고 환자를 이동할 휠체어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급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본 병원과 협약이 되어있는 미군 부대 매니저와 연락하여 어렵지 않게 자동 침대와 휠체어를 구비할 수 있었지요.
5. 피드백 시스템 구축: 외국인 환자들이 치료 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입원한 외국인 환자의 생일 파티를 준비해 준 병원의 사례도 있지요.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외국인 환자 관리에서의 문화와 언어 장벽을 넘어 한국 병원에서의 입원 생활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