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일기.
내 19살 고양이가 죽었다.
태어나서 3개월을 뺀 나머지 삶을
온전히 나와 함께 한
내 동생 제이가 죽었다.
제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제이가 별이 되었다.
제이가 하늘나라에 갔다.
제이가 고양이 별로 돌아갔다.
어떤 표현을 써도 그다지 와 닿지 않아서 그냥
제이가 죽었다. 라고 일기장에 첫 문장을 썼다.
혼자 사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오랫동안 키운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걸 이제 알겠다.
텅 빈듯 무한히 확장하는 듯한 이 막막한 집에
뛰고 있는 심장이 두 개라는 건 19년 동안 큰 위안이었다. 자랑이었다.
그런데 이제 하나의 심장 뿐이라는 게.
가구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곤 했었다.
늘 거기에 있는 존재.
항상 어딘가에 있어주는 존재.
의식하지 않고 서로의 삶을 살고 있는 존재.
그런데 죽었다. 내 고양이는.
이제 이 공간에 제이가 없다고 생각하니 낯선 감각들이 느껴진다.
침대 방에 분명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없다.
블라인드가 바람에 날려 쿠당 소리가 나면 제이가 자다 깰텐데. 아니다.
누나 왔어. 제이야. 늦어서 미안해. 라고 말해도. 없을 거다.
슬프다기 보다. 막막하다.
이제야 진짜 혼자 사는 건데.
내 20대를 혼자 살았다 생각했는데 아니네. 너랑 같이 살았다 나는.
그래도 해 봐야지.
맥 풀려서 멍 때리고 앉아 있어도 시간은 흐를거고 너는 없으니.
나는 내 삶을 이제야 살아 봐야한다.
아직 날이 밝아서 실감이 안나는 걸 수도.
밤이 오고 너의 온기가 당연하던 시간이 되면 무너질 수도.
그래도 해 봐야지.
너 없는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