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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Jul 24. 2024

The Stories of Me (3)

할머니와 국수

할머니와 국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였다

'순대와 국수'라는 브런치의 내 글에서처럼

유년시절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어주시던 할머니가 그리웠다


어이쿠 세상에나 하시며 깔깔 웃고

때론 진지하게 몰입한 표정으로

나의 할머니는 수다쟁이 손녀의 말을

끝도 없이 들어주시곤 했다


돌아가신 나의 엄마가 너무 예민한 사람이였다며

때론 푸념도 하시고 자식들 불평도 하셨지만

네가 태어나고 세상에 그 병원 역사상 가장

예쁜 아기라고 간호사들이 칭찬했다며

자주 말씀하실 땐 눈을 반짝이셨다

'그럴리가 할무니'

'진짜야 지금 이렇게 크면서 난이가 되가서 그렇지 정말 예쁘다고 난리였어'

엄마를 일찍 잃은 손녀가 안쓰러워였을까

내 이야기가 정말로 재밌어서 였을까



그리운 우리 할머니가 끓여주신

맛있는 국수를 먹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데

저 시절 나는 나밖에 모르는 철부지여서

저런 눈을 하고 입에는 국수를 넣으며

그저 내 말만 하고 있었나보다


부끄럽고 황당했다

내 솔직한 손은 내 철없음을 그려냈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지나치게 솔직한 손에게 살짝 원망이 들었다

할머니와 국수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해놓고

할머니를 저리 작게 그릴 일인가

그림을 구상한 무의식에게도 꾸짖어보지만


손도 무의식도 결국 나였다


화실 선생님께서는 그림의 맥락을 수정해봤자

내가 이야기를 듣는척하며 조용히 지우고

다시 원래 그림으로 그릴 것을 아셨다

내게 애써 괜찮은 것 같다고 하시며

할머니 옷에 무늬내는 법과 오동통한 손에

마디넣는 법, 시를 평면으로 그렸던 내게

입체감 있게 표현하는 것등을 알려주셨다


할머니 이야기를 더 들어 드릴껄

내 말을 재밌게 들어주시던 할머니가 없었다면

난 지금과 무척 다른 삶을 살았을 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지고

다시 이 장면을 그리면

그땐 마주 보고 할머니와

웃으며 국수를 먹는 것을 그릴 수 있을까

부디 할머니의 삶이 너무 외롭지 않았기를

다시 할머니를 그릴 땐 좀 더 행복해 보이기를


<할머니와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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