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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다 Jul 15. 2020

나의 중고차 구매기

고장치레 없이 잘 달려주길 바란다

최근 중고차를 한 대 샀다. 차를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 꼬박 석 달 만이었다. 아무리 중고차라지만 큰돈이 나가는 일이고 안전에 직결되는 일이었다. 찾아봐야 할 것도, 알아봐야 할 것도 많았다. 3개월은 어쩌면 차를 사는데 짧은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중고차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차는 필요한데 신차에 큰 욕심이 없었고,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다. 중고차라도 상태가 괜찮고 또 잘 관리한다면 오랜 시간 무탈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한 예산은 최대 1500만 원. 사실 1500만 원을 선수금으로 하고, 추가 금액을 할부로 하면 국산 소형차 정도는 신차로 구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기량 2000cc 내외의 차를 사고자 했고, 할부 없이 일시불로 사고 싶었다. (빚은 아파트 대출만으로 내게 충분했다ㅜ)


중고차는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중고차를 ‘잘’ 사서 오래도록 타고 있는 친구가 있고, 수입차 딜러 친구와 자동차 정비사 친구도 있어 중고차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귀에 피가 나도록 들어왔다. 장단점이 있지만 결론은 중고차도 나쁘지 않다는 것. 물론 구매할 때는 꼼꼼해야 하고, 구매 이후에도 신경 쓸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내 구매조건은 조금 까다로웠다. 5년 내외 연식과 5만 km 내외 주행거리, 여기에 세단이기를 바랐고 단순한 디자인의 흰색 컬러이기를 바랐다. 또 사고 이력이 없으며, 이전 차주가 한 명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차가 있을까 싶었지만, 아쉬움 없는 구매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블로그, 유튜브, 뉴스 기사 등을 보며 중고차를 공부했다. 할 수밖에 없었다. 연식이 5년이면 괜찮은 걸까? 주행거리 5만 km 중고차는 애매한 킬로수라던데? 사고이력을 숨기지는 않았을까? 주행거리보다는 연식이 중요하다고? 구매 기준을 바꿔야 하나? 고질병은 또 무엇이며 리콜 대상 차량은 어떻게 거르지? 등등. 자동차 유튜버들의 강조점과 주의점을 수첩에 필기하고, 각 자동차 브랜드 및 모델의 장단점을 메모했다.


완벽한 중고차를 살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크고 작은 문제는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엔진계통 문제만 아니면 이것저것 갈아 끼우고 살짝살짝 고쳐가며 탈 생각이었다.


그렇게 구매조건들을 조합해 후보 모델을 골랐다. 소나타 뉴라이즈, 그랜져 IG, SM5, K5, 수입차로는 렉서스, 볼보, 폭스바겐 정도였다. 사실 그랜져 IG에 큰 호감이 있었지만 예산 범위를 훌쩍 넘었다. 다른 차들도 비슷했다. 가격을 맞추면 연식과 킬로수가 오버됐고, 연식과 킬로수를 맞추면 가격이 올랐다. 세상이 다 그렇다. 내 남은 욕심을 절충해야 했다.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모델은 폭스바겐 제타 2.0 TDI였다. 수입차라는 점에서 망설여졌던 것은 사실이다. 유지 측면에서의 상대적 단점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제타는 6세대로 이어질 만큼 오랜 시간 좋은 평가를 받던 모델이다. 세단이면서 연비효율이 좋고 성능도 무난하며 트렁크도 넓어 가성비 좋다는 평가가 많은 차다. 특히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끌렸다. 적절한 가격대와 함께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선택 요인이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모델은 SM5였다. 


내가 선택한 모델은 폭스바겐 제타 2.0 TDI였다. 연비효율이 좋고 성능도 무난해 가성비 좋다는 평가가 많은 차다. 특히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끌렸다.


모든 물건에는 적절한 가격이 있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구매하면 안 되겠지만 너무 싸게 사려는 생각도 아니라고 본다. 제로썸이라고 할까, 결국 싸게 사면 그만큼의 비용이 들게 마련인 것 같다.


최종 후보 모델이 결정되자 본격적인 검색이 시작됐다. 중고차매매 사이트들에서 ‘제타’를 집중해서 찾았다. 엔카, K카, KB차차차, 카통령까지 4개 사이트를 중심으로 봤다. 검색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조건을 설정하면 리스트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브랜드와 차종을 선택하고, 가격을 1500만 원 이하로 하며 연식과 주행거리는 넉넉하게 7년, 7만 km로 설정했다. 그러고 나서 보험처리·사고이력이 있었는지 또 소유자가 몇 명이었는지 봤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차는 없었다. 각 사이트에 등록된 차가 저리 많은데 내가 원하는 차는 없었다. 선택의 시간이었다. 조건을 조금 느슨하게 할 것인지, 기다릴 것인지. 당장 급할 건 없었다. 가격/주행거리/연식을 놓고 봤을 때 충분히 만족하는 차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씩 4개 사이트를 들어가 확인했다. 두 달 정도 지나자 눈에 띄는 차가 엔카 사이트에 한 대 등록됐다.


사실 엔카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서(허위매물이 있다, 강압적이다, 사기가 있다 등) 의심을 풀지 않았던 점은 사실이다. ‘수원 카통령’이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각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 결과 2개 이상 사이트에 중복 등록된 차도 있었고, 사고이력이 있어 보험처리 비용이 상당한 차가 카통령에 올려 있기도 했다.


물론 ‘사고차량은 문제 차량이다’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수백만 원 이상의 보험비용이 들었다면 적어도 작은 사고는 아닐 텐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내 눈에 띈 이 차는 2013년 출고돼 7년 정도의 연식이 있었지만 주행거리가 4만 km대였다. 사고가 1건 있었는데 부품 교체는 아니었고, 도색과 공임에만 몇십만 원 정도 내역이 있었다. 이 정도면 무사고차나 다름없었다. ‘엔카 진단 차량’이라는 내용이 자랑스럽게 강조돼 있었지만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 옵션. 기본형 모델이었기에 사실 옵션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장착된 기능이 꽤 있었다. 선루프, 블루투스, 가죽시트 등 프리미엄 모델에 있을 옵션이 장착돼 있었다. 블랙박스와 후방카메라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또 하나 눈여겨본 부분이 타이어였다. 각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차량을 사진으로 보면서 타이어를 유심히 봤다. 타이어 브랜드가 천차만별이다. 한국, 금호, 넥센, 미쉐린, 컨티넨탈. 연식이 7년된 차에 타이어를 갈면 몇번이나 갈았겠느냐마는 그래도 이쯤되면 돈 걱정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타이어를 쓸 법도 한데, 사진 속 마모가 거의 없는 타이어에는 ‘미쉐린 프라이머시’라고 씌여 있었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사소한 데에서 호감은 생겨나는 법이다.


구매를 결심하고 해당 중고차매장에 전화해 방문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일시를 전달했다. 그러고 나서 중고차 구매대행·점검 업체인 ‘카바조’에 서비스를 신청했다. 카바조는 자동차 구매 시 해당 차량의 내외부를 비롯해 전 부분을 점검하는 서비스업체다. ‘마이마부’와 함께 자동차 구매대행으로 대표되는 업체였다. 매장에는 방문 예약전화 할 때 “정비사님이 함께 가서 차 상태를 보려고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최소 10년은 탈 차인데 비용을 들여서라도 안전한 차량인지 전문가로부터 확인받고 싶었다. 


연식이 7년쯤된 이 차는 주행거리가 아직 5만 km를 넘지 않았다. 전 차주가 차를 상당히 아끼며 잘 관리했다는 점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매장 방문 당일이 됐다. 내가 찾은 곳은 서울 강서구에 있는 가양오토갤러리였다. 오후 2시에 찾아가기로 예약했는데, 정비사님이 한 30분 정도 일찍 오셨다. 차량 점검에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조금 일찍 왔다고 했다. 점검은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외부, 내부, 내연기관을 보고 살짝 리프팅해서 바닥까지 보며 사진을 찍고 체크했다. 정비사님은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뭐라도 하나 문제점을 찾아내려는 모습이었다.


아직 계약한 차도 아니면서 저렇게 정비사까지 불러 살펴보는 게 매장에 미안했지만 확실한 차를 사고 싶었다. 매장 관계자도 괜찮다며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차 상태만 괜찮으면 바로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사고에 보험이력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1인 소유 차량이며 주행거리가 짧아서 사실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3시 반이 돼서야 점검이 끝났다. 정비사님은 결과를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외부 스크래치 부분부터 시작해 내부 상태를 확인해줬다. 정비사님은 전체적으로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관리가 됐다는 평가. 다만 엔진오일과 브레이크오일 정도는 교체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 정도는 뭐 오케이.


사실 각 중고차매매 사이트의 차들을 보면서 각 소개 글을 유심히 봤다. 각 차량의 장점과 함께 ‘새 차나 다름없다’ ‘실물 촬영 사진이다’ ‘잘 관리됐다’ 등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 차에는 ‘병적 관리된 차량’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병적 관리라니... 오버스러운 표현이고, 100% 믿지 않지만 아무래도 잘 관리가 됐기에 그렇게 써 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전 차주가 나름 신경 써 관리했구나 하는 생각. 다른 표현보다 더욱 믿음이 보였다. 마음에 훅 들어왔다.


계약은 순식간이었다. 계약서 쓰고 돈만 입금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절차였다. 계약을 위해서 보험가입이 필수라 현장에서 모바일을 통해 삼성화재 다이렉트로 가입했다. 보험료가 가장 싸다는 말에 내린 결정이었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계약을 마쳤다. 


정비사님을 보내고 차량업체에도 인사 나누고 차를 몰고 나왔다. 시운전 없이 계약한 것이어서 사실상 이 차와의 첫 만남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블랙박스 업체에 들러 급한 대로 블랙박스부터 장착했다. 그렇게 좋은 제품이 필요 없었음에도 상기된 내 기분은 파인뷰 GX3000이라는 고사양의 장치를 흔쾌히 달게 만들었다. 


주행에 대한 평가는 장거리를 뛰어 본 후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야겠지만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다. 물론 그렇게 깐깐한 과정을 거쳐 차를 구매했지만 또 모를 일이다. 문제 없이 달려주기를 바랄 뿐.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튼튼하게 버텨주리라 믿는다.         


 

무상점검을 해준다기에 찾은 폭스바겐 목동서비스센터. 2층에 마련된 고객대기실 모습.



폭스바겐 중고차 웰컴 서비스 후기


제타를 구매하고 난 후에서야 알았다. 폭스바겐에서 중고차 구매 고객에게 무상점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폭스바겐 중고차를 구매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당사항이 있었다. 집에서 가까운 폭스바겐센터 목동점에 전화해 가장 빠른 날짜를 물었다. 나흘 뒤였다. 찾아간 센터에는 평일임에도 사람이 꽤 있었다. 자동차등록증을 보여주며 중고차 등록을 새로 했다. 매니저는 서버에 기록된 과거 정비사항을 찾아보더니 이런저런 사항을 중점적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미세누유를 비롯해 자세히 살펴봐줬으면 하는 부분을 전달했다.


2시 반쯤 들어간 점검은 4시 반쯤 끝이 났고, 매니저가 점검 결과를 설명하며 교체가 필요한 소모품을 알려줬다. 엔진오일과 오일필터, 에어컨필터, 미세누유 부위 볼트 등을 교체했다. 카바조 정비사가 체크해 준 내용이 있어서 이왕 교환하는 김에 브레이크오일과 브레이크패드도 바꾸고 싶었는데, 굳이 지금 당장 할 필요 없다는 말에 다음에 하기로 했다.


몇 가지 교환/교체를 하니 6시쯤 됐다. 총비용은 약 30만 원 정도. 웰컴 서비스 기간이라 30% 정도 할인이 적용된 금액이었다. 전 차주가 쓰고 남은 바우처가 22만원 정도가 있어 이것을 차감하고 추가 금액을 현금결제했다. 


센터 점검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갖고 있지만 직접 점검/정비를 볼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브레이크패드와 함께 몇 가지 교체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괜찮다고 하니 좀 의아했지만, 센터를 믿어야지. 폭스바겐 중고차 웰컴 서비스는 큰 기대 없이 한번 상태를 확인한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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