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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조던 Jan 02. 2018

많이 좋아해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강렬하게 들리는 말

보고 싶어
많이 좋아해요
사랑, 사랑 비슷한 걸 해요
어쩌면 정말 사랑해요


주말에 이전에 듣던 유행가를 꺼내 듣게 되었다. 제목 역시 '꺼내먹어요' 흔한 유행가였고, 나 역시 다른 노래들과 다르지 않게 흔한 감정으로 좋아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흘려듣던 노래 가사가 날씨를 타고, 바람을 타고, 기분을 타고 새롭게 다가오는 날이 있지 않나. 그날이 그러했다.


'많이 좋아해요' 와...이 가사 왜 이렇게 좋지? 진짜 좋다.

왜 많이 좋아한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지?


음. 어, 그 이유는 좋아한다는 말이 더 와 닿기 때문인 것 같아.

너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게 어떤 감정인지 더 와 닿고 알 것 같지 않아?

사랑은 더 막연하잖아. 넌 사랑이 뭐야? 하면 뭔지 설명할 수 있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그 범위도 알 수 없잖아

하지만 네가 만약 '사탕을 좋아해'라고 말하면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지 않아?

거기에 많이 좋아해요 하면, 좋아한다는 그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거지. 그래서일 거야.


그런가? 많이 좋아해요. 이 말이 더 조심스럽고. 마음을 아껴서 표현하는 느낌이야.

바로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많이 좋아해요. 사랑, 사랑 비슷한 걸 해요라는 마음을 알 것 같아.

어쩌면 자이언티는 진짜 사랑을 알지도 몰라. (이런 가사를 썼으니깐)


생각해보면 20대 언젠가는 '좋아해'라는 문장을 보면 종로 예술영화 극장에서 본 일본 영화를 떠올렸다. 영화 제목 역시 '좋아해'였다. 주인공들은 영화 러닝타임 내내 답답해 지루할 정도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다 영화가 끝날 때가 돼서야 결국 토하듯 뱉어낸 단 한마디가 'すきだ, 스키타(좋아해)'였다. 그 이후로 좋아해라는 말을 들을 땐 참고 억누르던 감정을 토로하던 주인공이 생각나곤 했다. 정말 겨우 겨우 꺼낸 한마디의 느낌.

 

17년간 좋아한다는 말을 못했던 그 답답한 영화


좋아해, 사랑해 유행가처럼 흔한 말이다. 어떤 말이 더 강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 같냐는 물음에 대다수는 사랑해라 답할 것이다. 그날의 대화를 나눈 우리 역시 그러했다. 왜 그러한지 그 차이를 묻는다면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엔 이유가 있지만, 사랑은 이유가 없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감히 정의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사랑인지 모르는 감정을 유행가처럼 향유하며 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좋아해라는 말은 정말 좀 더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닿게 전해진다. 떠올리면 기분 좋은 느낌이. 그래서 보고 싶은 마음이. 함께 나누고 싶은 기쁨이. 덜어주고 싶은 슬픔이. 나누고 싶은 끝없는 이야기가. 궁금한 호기심과 온기와. 저절로 전파되는 웃음이. 이 모든 고마움이 모여든다. '많이 좋아해요' 그래 어쩌면 정말 이것은 사랑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새해 새날부터 흔하디 흔한 좋아해. 사랑해에 대해 생각하는 겨울밤을 좋아해.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해야 한다면 종이 위에 펜으로 꾹꾹 눌러 적고 싶다.

2018년 1월 2일의 문장 '많이 좋아해요'

 2018년 1월 2일 오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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