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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 Sep 23. 2024

아침이 오는 길목에서

아침이 오는 길목에서


병든 숲에 산불을 내줘
난 거기 그대로 타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
병충해에 잠식된 나를
더는 그대로 둘 수 없으니까

한 번은 부서져야만 새로이 피어나는 법
불길 속에 몸을 던져
타오르고, 재가 되고,
비로소 병들지 않은 새싹으로
다시 태어날거야

일찍 일어난 새의 부지런함 속에
벌레는 부서져 새의 생명이 되어야지
잔인한 순간을 피하지 않겠어

씨앗은 어둠 속에서 깨져야만 싹을 틔우고
바위는 파도에 깎여야 새로운 해안을 그리고
용암은 땅을 삼켜 새로운 땅을 만들지

그 타버림, 부서짐, 깨짐
잔인하게 찬란한 아름다움을 볼거야
아침을 기다리지 않고
새벽부터 마중나가면 볼 수 있다지

두려움보다 커진 설렘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어

아침이 오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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