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속 고래

겁 많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by 낭만부인

“우와, 파랑 고래야! 넌 엄청나게 크구나!”

“응, 검정 고래야, 넌 많이 작구나.”

바다에서 우연히 만난 파랑 고래와 검정 고래는 서로의 몸집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넌 몇 살인데 이렇게 큰 거야?”

“나? 15살이야, 너는?”

“나도 15살인데! 나는 왜 이렇게 작은 걸까? 넌 어디서 왔어?”

“나는 저기 머나먼 대서양에서 왔지. 넌 어디서 왔는데?”

“나는 바로 옆 동네 아쿠아리움에서 왔어. 사실 난 수족관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얼마 전에 어떤 사람들이 날 바다로 보내주었어.”

해안가 근처에 있는 거대한 아쿠아리움에서 살던 검정 고래는 얼마 전 환경단체의 도움을 받아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수족관 속은 어땠어? 거기는 먹이도 제때 주고, 거센 바람도 거친 파도도 없다고 하던데.”

“응, 맞아. 수족관 속은 너무나도 평온해. 재주를 신나게 부린 날은 먹이도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우와, 정말 멋진 곳이구나!”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힘차게 헤엄쳐도 유리벽에 쿵 부딪히고, 또다시 힘껏 헤엄쳐도 쿵 부딪히고 말아.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힘껏 헤엄치지도, 움직이지도, 밖을 보려 하지도 않게 되었어.”

“그렇구나. 그래서 네 몸집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았구나.”

“응. 유리벽 너머에 이렇게 크고 멋진 바다가 있을 거라고는 꿈도 못 꿨어. 너의 바다 생활은 어때?”

“음, 물론 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먹이가 없어 배고픔에 헤매 일 때도 있지만,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넓은 바다와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높은 하늘이 있어 너무 좋아.”

“그래도 난 아직 많이 두려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엇이 나타날지 몰라서 너무 무서워.”

“걱정 마. 내가 있잖아. 계속 헤엄치다 보면 두려움도 사라지고, 무서운 일도 지나가기 마련이야. 나와 같이 이 넓은 바다를 마음껏 헤엄쳐보자.”

“계속 헤엄쳐? 그러면 부딪히지 않을까? 아프지 않을까?”

유리벽에서 나왔지만 마음속의 유리벽은 여전히 남아있던 검정 고래는 모든 것이 두려웠습니다.

“가끔은 큰 암초에 부딪히는 날도 있을 거야. 그럼 뭐 어때? 툭 털고 다시 헤엄치면 되지. 부딪힐게 겁이 나서 가만히 있다가 가라앉는 것보단 훨씬 멋지잖아.”

파랑 고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나도 이제 움츠렸던 몸을 펴고 있는 힘껏 헤엄쳐볼게! 마음껏 헤엄치고 마음껏 숨도 쉴 거야. 이젠 두렵지 않아!”

수족관 속 고래는 있는 힘껏 물 위로 올라와 숨을 내뿜고는 다시 드넓은 바닷속으로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가빠져오는 숨만큼이나 몸과 마음도 따뜻한 행복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수족관 속 고래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아니, 두렵지만 계속 헤엄치기로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