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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May 14. 2021

책 몇 권, 한방에 정리


1.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아주 무지막지하게 유명한 책인데, 몇 번이나 읽으려다 재미없어서 못 읽었다. 이번에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는데, 역시 내 취향은 아닌 듯.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 중에서도 가장 공감이 가지 않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왜 책 서두에 배치했는지 모르겠다. 고유 감각을 상실했지만, 어느 정도 재활에 성공한 크리스티너의 이야기가 훨씬 공감과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고, 재미만 따진다 해도 숫자에 능통한 발달장애 쌍둥이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는데 말이다.


책을 읽다가 <우주를 계산하다>의 저자, 이언 스튜어트가 나와 반가웠다. 어떤 날짜든지 요일을 알아맞히는 발달장애 쌍둥이의 수수께끼에 관한 설명을 이언 스튜어트가 제시했다는 것이었다. 이 쌍둥이가 모듈러 연산을 이용했다는 것인데, 내 생각에는 모듈러 연산으로 단순화되는 부분은 너무 작다. <레인맨>의 주인공처럼 떨어진 성냥개비의 숫자를 단박에 맞추는 능력은 숫자가 그냥 시각화되는 현상이 아닐까? 말하자면 그들은 수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다. 쿠르트 괴델은 소수가 일종의 '표식'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을 제기했다. 성냥개비의 수를 맞출 때도, 쌍둥이들은 그 숫자를 소수의 배수로 표현했다. 괴델의 추측이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발작 직전에 사람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발작 직전의 행복감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썼다.



2. 아라키 켄타로,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


구름 덕후라면 완소책일 듯하다. 나는 구름 덕후가 아니니, 구름을 '사랑스런 아이'라는 표현으로 부르는 저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구름과 기상 현상을 예쁜 사진으로 담는 것은 도전해볼 만한 일로 보인다. 구름에 관한 지식은 너무 복잡해서 포기했다.


'코리올리의 힘'이라는 것이 있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의 회전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거대한 규모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태풍은 그런 방향으로 돌지만, 국지적 소용돌이는 그냥 마구잡이다. 예전에 호주 출장을 갔을 때, 화장실 변기가 반대 방향으로 도는 걸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그게 코리올리의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그런 게 아니라는 설명을 본 적이 있다. 변기가 그냥 그렇게 생겨먹어서 그렇게 회전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올리의 힘은 그런 작은 규모에서 관찰할 수 없는 힘이다.


또 한 가지. <카메라, 제대로 배워보려 합니다>라는 책에서 일출, 일몰 전후 시간대를 매직 아워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에 보니 기상학자도 실제로 쓰는 말이었다.



3. 제프 베컨, <천문학 아는 척하기>


매우 기초적인 수준의 책이다. 그런 기초적인 수준의 책에서도 배운 것이 있는데, 예컨대 달이 공중보다 지평선에서 더 커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제일 유력한 설명은 지평선 근처의 달이 근처의 물체와 비교되어 더 커 보인다는 것인데, 무려 프톨레마이오스가 내놓은 설명이다. 그러니까, 1800년 동안 더 나은 설명을 우리는 찾지 못했다.



4. 닐 코민스,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


근미래에 실제로 상업화될 우주여행과 관련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컨대 화성에서는 대기압이 낮아 우주복에 묻는 먼지가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저속으로 충돌하는 먼지가 잘 떨어져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자외선은 그대로 내리쬘 것이므로, 화성에서는 의류가 쉽게 상하고 마모된다. 다행인 것은, 화성의 대기압이 워낙 낮아 영화 <마션>에서처럼 폭풍우에 사람이 쓰러질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립된 공간에서는 사람 사이의 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 비행사들에게 허용되는 숙소 크기는 공중전화 박스보다 조금 큰 정도다. 프라이버시는 어림도 없고, 언제 공중을 떠다니던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부딪쳐올지 모르는 환경이다.


화성의 하늘은 녹슨 주황색이다. 이는 지구와 대기 조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화성 대기의 먼지 입자들은 가시광 파장을 산란시키기에 너무 크기 때문에, 레일리 산란보다 미(Mie) 산란이 더 우세하기 때문이다. 레일리 산란과 미 산란에 관해서는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예컨대 일출, 일몰 시점에 태양광은 대기층을 길게 통과하기 때문에 미 산란이 우세해지며, 이로 인해 하늘이 붉게 보인다.


얼마 전에 <보이저스(Voyagers)>라는 영화를 보았다. SF의 탈을 쓴 <파리 대왕> 번안물인데, 우주여행 관련된 고증이 엉망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수준이다. 80여 년 동안 몇 광년을 날아가는 우주선에서 에어록을 열고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라니...


보통 우주선의 속도는 시속 6.4만 km 정도 된다고 한다. 프록시마 켄타우리까지 무려 7만 년이 넘게 걸리는 속도다. 그러니까, 광속의 만 분의 1도 안된다는 말이다. <보이저스>에 나오는 승무원들은 80년이 아니라 8만 년 동안 우주여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는 도중에 에어록을 열고 격투를 벌이고 싶다면 말이다.



IMDB 2.6점에 빛나는 <보이저스>



5. 고이시 유카, <카메라, 시작해보려 합니다>


정말 왕초보 카메라 가이드다. 예전에 샀던 니콘 카메라에 들어 있던 카메라 가이드북에서 봤던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를 팁 몇 개를 적어본다.


- 물건이 둘 이상 있을 때는, 대각선 구도로 배치한다.

- 화이트밸런스를 흐림/그늘로 해서 포근한 이미지(붉은색 계열 강조)를 만들어보자.

- 인물 사진은 역광으로 찍어보자. 순광은 얼굴에 그림자를 만든다.

- 인물 사진에서는 머리 위에 공간을 두지 않는다.

- 실내에서 물건 사진을 찍을 때는 알루미늄 포일을 구겼다 펴서 반사판을 만들어 사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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