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5개의 창업 팀과 동고동락하며 느낀 점
7월말부터 8월말까지, 약 한 달 동안 5개의 예비/초기 창업팀의 창업 멘토링(퍼실리테이팅)을 담당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하나금융그룹에서 주관하는 하나 소셜 벤처 유니버시티라는 프로그램의 창업 퍼실리테이터로 선정되어서 활동했습니다.
저는 이전에 창업 1년차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초기 창업자로서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감회가 남다르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초기 창업자로서, 이번에는 멘토이자 퍼실리테이터로서 참석을 하게 됐으니까요.
이번에 예비/초기 창업팀의 5팀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저 역시 많이 겪었던 실수이지만, 예비/초기 창업팀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실수가 공통적으로 있었습니다. 그 실수 중 하나는 바로 '아이디어'를 바로 사업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먼저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왜 이런 실수를 하게 되는 지를, 이제는 조금 알것 같습니다. 이런 실수는 사실 예비/초기 창업팀에게는 너무 당연합니다. 이 실수를 극복하는 방법도 물론 있습니다.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아래에 공유해보겠습니다. 결론이 궁금하다면 맨 아래로 이동하셔도 됩니다.
첫 번째 이유, 번뜩이고 기가막힌 그 아이디어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 떠오른 아이디어가 번뜩이고 기가막힌 아이디어인지는 잠재 고객을 만나보기 전까지 모른다. 아마도 나의 뇌피셜일 수도 있다. 가장 최악은 이 단계에서 큰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큰 리소스는 앱을 개발하거나, 사무실을 구한다거나, 광고를 한다거나 하는 등이다.
[해결 방법]
- 의외로 간단하다. 잠재 고객을 만나보면 된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도 좋고 온라인으로 설문을 돌려봐도 좋다. 내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고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의외로 사람들은 호의적으로 잘 대답해준다. 만약 조사가 쉽지 않다면 약간의 보상(기프티콘 등)을 주는 것도 좋다.
두 번째 이유, 누군가 이미 그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잘하고 있을 것이다. '차별화' 할 수 있는 점이 있는가?
- 내가 생각한 신박한 아이디어는 누군가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게 진짜 좋은 아이디어라면 누군가 그걸로 사업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해결 방법]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글로벌에서는 Producthunt, 우리나라에서는 Disquiet을 살펴보자. 당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로 누군가 이미 사업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확인하고 차별점을 고민해보자.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피벗해도 좋다.
세 번째 이유, 그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돈'을 벌기 어려울 수도 있다.
-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딱히 경쟁자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 이런 경우에는 보통 '돈'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그 아이디어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물론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VC에게 투자를 받거나 사업 자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에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매출을 만들고 수익을 확보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아이디어라면, 중간에 고꾸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요즘 같이 사업 자금이 돌지 않는 시기는 더욱 더 그렇다.
[해결 방법]
- 일단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보자. 우리가 흔히 아는 커머스, 구독, 광고 등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어도 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브런치에서 '비즈니스 모델'로만 검색해봐도 꽤 많은 사례를 볼 수 있다.
- 만약 돈을 벌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면, 일단 검증부터 해보자. 테스트해볼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서 내 잠재고객에게 구매 여부를 테스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의외로 테스트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제조업이나 요식업과 같이 테스트가 불가능할 것 같은 업종도 충분히 테스트 제품/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컨셉 이미지나 샘플을 만들어서 테스트 가능하다.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이디어를 믿지 말자.
잠재 고객을 만나보고 테스트를 하고 사업화해도 늦지 않다.
몸소 뼈저리게 느낀 교훈입니다.
저는 이 교훈을 얻기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을 썼습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길 바라며 제가 수업료는 대신 내드린 셈으로 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