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이야기들이어서 더 아리다
닫혀있기만 한 책은 블록일 뿐이다.
-토마스 풀러
아쉽게도 난 그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굳이 꼽자면 내 애청 프로그램들 중 하나인 KBS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이라는 점.
그 이외에는 없다.
헌데 그가 최근 시집 한 권을 냈다.
그리고 나는 서점에서 그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되었고
그 책을 월척 낚아채 듯 신명나는 스냅으로 낚아채왔다.
내 첫 번째 먹잇감,
그 시집 한 권이 나를 바꾸어놓았다.
당신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불행한 세상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어서 행복했고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어서 불행하였습니다.
우린 서로 비껴가는 별이어야 했지만
저녁 물빛에 흔들린 시간이 너무 깊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서로를 붙잡을 수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었고
할 말을 마치기에 그 하루는 나빴습니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 만나서 참으로 남김없이 불행하였습니다.
2016년 8월
다시 감성마을 慕月堂에서
류근
참고로 위 글은 절대 시집에 수록된 '정식적인 시'가 아니다.
단지 워밍업, 즉 '시인의 말'이다.
류근의 슬픔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허나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 류근의 슬픔을 한 번씩 가져본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 시인의 말만 보아도 그렇다.
내게는 시집에 수록된 그 어떠한 시들보다도 이 시인의 말에 더 공감이 간다.
낯설지만 한 편으론 익숙한 이 이야기.
이 시인의 말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진다.
그게 류근의 강점이자 이 시집의 전체적인 윤곽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환기>>
저녁에 과연 분꽃 피었다
다섯 살 아들이
방귀를 뀌어놓고 헤헤 웃는다
( )
우주의 냄새가
조금 달라졌다
거대하고 방대한 연구에 의해 도출된 기름진 시를 쓰지않고
우리의 일상을 다룬다하여
절대 시의 깊이나 무게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아주 일상적이지인 이야기들을
잘 다듬어 우리에게 새롭고 맛깔나게 선보인다.
류근의 시를 읽으실 분들께서는 이 점을 꼭 염두해두시라.
<< 낱말 하나 사전 >>
내가 버린 한 여자
가진 게 사전 한 권밖에 없고
그 안에 내 이름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만으론 세상의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조차 없었던,
말도 아니고 몸도 아닌 한 눈빛으로만
저물도록 버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
어머니,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이 시집의 시들 중 '한탄'하거나 '쓸쓸하게 회상'하는 시들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떠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일상적인 언어들로 풀어내는 그를 보면
꼭 우리네 아버지가 생각난다.
한평생 허리 굽어지게 고생을 하셨던 우리네 아버지말이다.
난 이런류의 시들을 매우매우 선호하는 편이지만
분명 이런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을 선호하지않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이들은 이 시집을 회피하고 싶을 테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이들에게 더더욱 추천하고 싶다.
앞서서 언급했듯이
우리네 아버지처럼 조용히 그리고 담담히 위로해주니까.
내가 너무 흥분해서 횡설수설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시집의 재미와 감동 그리고 그 너머의 무언가를 제대로 못 전한 것 같아 매우 아쉽다.
그러나 위의 구구절절한 내 말들을 한 마디로 줄이자면,
아울러 류근의 저서 중에는 이 <<어떻게든 이별>> 말고도 시집 <<상처적 체질>>,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등이 있음을 밝히며 글의 종지부를 찍겠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