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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Sep 16. 2015

19. 한우가 외국산 소고기보다 맛있는 이유는?

소고기 등급제도와 '마블링'의 문제점 제기 


마블링이 예술이야~


한국에서는 소고기 품질을 평가할 때 마블링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고기 사이로 흰 마블링이 잔뜩 껴있으면, '와 맛있겠다' '마블링이 예술이다'는 말이 절로 나오죠. 한국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에 높은 등급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마블링 많은 소고기를 선호하는 현상은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1++A 등급 한우라며 마블링이 잔뜩 낀 고기를 보여주고, 출연자들은 이에 감탄하는.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근육 사이에 지방이 껴 있으면, 고기를 구울 때 지방이 녹아 흘러 고기가 부드러워 지고 더 맛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많은 소고기'가 더 품질이 우수한 소고기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마블링은 본래 미술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물과 기름이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효과를 내는 기법입니다.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소고기 마블링은 육류를 연하게 하고 육즙이 많게 하는 ‘지방’의 분포를 말합니다. 마블링은 고기의 근육 섬유질이 늘어날 때 약간의 수분과 단백질이 지방으로 변해 생긴 것입니다. 마블링은 고기의 풍미를 높여준다고 합니다. 


한국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소고기의 등급 판단하는 기준은 '육질 등급'과 '육량등급'입니다. 육질등급은 근내지방도(마블링),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에 따라 고기 품질을 1++, 1+, 1, 2, 3등급으로 구분합니다. 육량등급은 도체중량, 등지방두께, 등심단면적 등을 고려하여 구분합니다.


먼저 육량등급에 의한  판정기준입니다. 


다음으로 육질 등급에 의한 판정 기준입니다. 아래에 보이는 그림과 같이 마블링이 많이 낀, 근내 지방도가 높은 소고기가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아래 그림은 지방색입니다. 배최장근단면의 근내지방, 주위의 근간 지방과 등지방의 색깔로 1~6번까지는 정상입니다. 

아래는 소도체의 육 색입니다. 배최장근단면의 고기 색깔로 2~6번까지는 정상범위입니다. 

근내지방도와 지방색, 육색 외에 조직감과 성숙도 역시 육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조직감이란 등급판정부위에서 배최장근단면의 보수력과 탄력성을 말하고, 성숙도란 왼쪽 반도체 척추 가시돌기에서 연골의 골화정도를 말합니다.


이 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도체는 등외판정을 받게 됩니다. 

<등외판정 (D등급)>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육량등급과 육질등급에 관계없이 등외로 판정합니다.

1.    성숙도 구분 기준 번호 8,9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비육상태가 매우 불량한 노폐우 도체이거나, 성숙도 구분 기준 번호 8,9에 해당되지 않으나 비육상태가 불량하여 육질이 극히 떨어진다고 인정되는 도체

2.    방혈이 불량하거나 외부가 오염되어 육질이 극히 떨어진다고 인정되는 도체

3.    부분 폐기 정도가 심하다고 인정되는 도체

4.    도체중량이 150kg 미만인 왜소한 도체로서 비육상태가 불량한 경우 수해, 화재, 정전 등으로 냉도체 등급판정방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시, 도지사가 인정하는 사고 당일 도축된 도체 



전 세계적으로 소고기 마블링이  이처럼 각광받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마블링은 근육 사이에 낀 흰색 지방입니다. 마블링이 가장 많은, 1++한우는 근내지방도가 20% 이상입니다. 한국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등급에 따른 근내지방도를 정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마블링을 고기의 풍미를 더해주는 것 정도로 여기고, 몸에 해로운 지방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좌> 호주인들이 즐겨 먹는 지방없는 소고기 / <우>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마블링많은 고기

1인당 연간 약 70kg의 소고기를 소비하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소고기를 장작에 4시간 이상 구워 기름기를 빼고 먹습니다. 세계 제 1위 소고기 수출국인 호주는, 기름기가 거의 없는 부위인 엉덩이살을 즐겨먹습니다. 이렇듯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름기가 없는 소고기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마블링이 형성된 기름기 많은 고기를 최상이라고 여깁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입니다.  


소 도체에 마블링이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닙니다. 풀만 먹고 자란 소에게는 근육 내 지방층이 끼지 않고, 노란 지방이 형성됩니다. 반면,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소는 하얀 지방층이 형성됩니다. 마블링의 원조 국가는 미국입니다. 옥수수 생산량이 넘치던 시절 미국 농민들이 어떻게 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소에게  먹이는 방안을 생각해 낸 것이 마블링의 시초입니다. 미국에서는 옥수수 알갱이를 압착시킨 후, 굽고 이를 플레이크 형태의 사료를 만듭니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옥수수 사료의 양은 약 10kg으로, 하루에 1.4kg를 찌울 수 있습니다. 


소에게 옥수수 사료를 먹인 농민들은 '부드럽고' '풍미가 좋다'며 상품들을 홍보했고, 비싼 값에 시장에 내놓아 부유층들을 공략했습니다. 1920년 미국 농무부는 농민들이 비공식적으로 매기던 소고기 등급을 공식화했습니다. 이 때 처음 생긴 소고기 등급제도가 일본을 거쳐 20여 년 전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미국의 제도를 본 따 1993년부터 한국에서도 소고기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수입산 소고기의 한우 둔갑을 막기 위해, 한우의 근내지방도를 확 높여 육안으로도 차이가 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즉, 한우는 눈으로 봐도 수입산보다 지방이 많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소고기의 지방이  많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제도는 굉장히 많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비자와 직결되는 문제는 소고기 가격 상승입니다. 20여 개월만 지나면 도축할 수 있는 소를 마블링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더 오랜 기간 사육해야 합니다. 한우의 경우 32개월까지 사육합니다. 비육기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한 소에 들어가는 사료비가 많아지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거세를 하지 않으면 더 빠른 속도로 자랄 수 있는 소를 거세해 더 오랜 기간 사육하고, 지방이 적은 수소보다 암소를 선호합니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사료의 양이 10kg, 1년 간 먹는 사료의 양이 4톤입니다. 옥수수 자급률이 0.9% 밖에 되지 않는 한국은 사료를 위해 연간 1,000만 톤의 옥수수를 수입하고 이는 3조 원에 달합니다.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소 도체에 마블링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은, 동물 학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소의 간 기능이 손상되고, 대사기능이 거의 마비되어야 비로소 근육 내부로 지방이 침투한 마블링이 형성됩니다. 소 100마리 중 많으면 10마리 이상의 소가 염증성 질환이 생기고, 지방 간이 된다고 합니다. 마블링 많은 소고기를 선호하는 현상은 국민 건강 관리 비용의 증가를 야기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소고기의 지방은 포화지방이 많아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비정상적으로 사육된 건강하지 못한 고기를 먹고 질병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처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한우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제도는 한국 축산업계를 더욱 힘든 실정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한국은 옥수수 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미국의 옥수수를 수입해야 하는데,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옥수수가 바이오에탄올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비싼 옥수수를 사들일 수 없는 농가는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옥수수 사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마블링이 많은 도체를 생산할 수 없고, 이는 저품질로 평가받아 헐값에 팔리기 때문입니다. 1++등급을 받은 소는 한 마리에 900여 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3등급을 받은 소는 300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소매시장에 형성된 가격 역시 1++등급의 한우가 3등급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값을 받습니다. 


옥수수 사료를 잔뜩 먹여 마블링이 많은 소는 농가, 소, 소비자에게 모두 해롭다는 것을 인지해 건강한 소를 사육하겠다는 농가들도 하나 둘 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축산물품질평가제도라는 현실에 벽을 넘기에는 아직 무리입니다. 



소고기 등급제가 시행된 지 20년 이상 지난 지금, 소비자들에게는 마블링 많은 소고기가 좋다는 인식이 깊이 자리 잡혔습니다. 한우산업 부흥을 위해 시작된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는 마블링을 고품질을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방 적은 건강한 소고기를 먹고 싶어도, 없어서 못 먹는 실정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없는 '마블링' '1++'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마블링에 대해 바르게 인지하고 건강한 소고기를 찾게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한국 축산업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소들에게 도축 직전까지 더 건강한 삶을 살게 할 수 있을지


어렵겠지만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문제 입니다. 며칠 전(9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재의 소고기 등급판정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현 제도는 고기의 신선도나 안전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준이며, 식품과 영양, 안전의 관점에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저는 김 의원의 주장이 바른 먹거리 문화를 위해 한 걸음 다가가려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참고: 육식의 반란-마블링 음모

https://www.youtube.com/watch?v=IgLfu6-8zW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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