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연애학 - 후각

향기는 마음의 기억이다

by 정담훈

《감각 연애학》


4화. 후각 – 향기는 마음의 기억이다


✒️ 정담훈 (Jung Dam-Hoon)


그 사람을 떠올릴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목소리도 아니고, 그 사람이 했던 말도 아니다.

오히려 어떤 향기다.


향수인지, 세제인지, 혹은 그 사람 고유의 체취인지조차 분간되지 않지만,

분명히 그 향기는 그 사람의 것이었다.


그 향기는 이름이 없다.

향수의 브랜드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향기를 맡는 순간, 정확히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그 향기는 마음 한구석에서 오래도록 숨죽이며 기다리다가,

아주 조용하게 나를 감정의 문 앞까지 이끈다.

마치 오래된 편지의 종이 냄새처럼,

그 사람의 향기는 시간을 타고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다.


어떤 냄새는 사랑을 불러오고,

어떤 냄새는 슬픔을 깨운다.

또 어떤 냄새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까지 함께 데려온다.


향기는 시간보다 정확하게 과거를 소환한다.

누군가의 체취가 문득 스쳐갈 때,

나는 그 사람과 함께 걷던 밤길,

함께 울던 식탁,

말없이 앉아 있던 방 안의 침묵까지도 다시 떠올릴 수 있다.

향기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감정의 타임머신이다.


후각은 감정의 시간 여행 장치다.

어떤 말보다, 어떤 얼굴보다,

냄새가 먼저 기억을 흔든다.

시각이 기억의 풍경을 불러온다면,

후각은 그 풍경에 감정을 입힌다.

냄새는 그저 스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아주 오래된 감정을 꺼내는 열쇠가 된다.


우리는 향기로 사람을 좋아하게 되거나,

향기로 멀어지기도 한다.

"그 사람 향기, 진짜 좋았어."

혹은 "냄새가 썩어~코를 후벼 파~."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냄새는 사람의 취향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와 온도를 측정하는 도구다.

어떤 냄새는 나도 모르게 가깝게 만들고,

또 어떤 냄새는 나를 천천히 멀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예민한 게 아니다.

몸이 먼저 반응한 감각이다.

감정이 머뭇거릴 때,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법이다.

사랑은 머리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코끝에서 시작된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아마 그건 향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후각은 '논리'를 거치지 않는다.

시각이나 청각은 뇌에서 해석되지만,

후각은 감정중추로 곧장 연결된다.

그래서 향기는 '이성'을 건너뛰고 감정에 먼저 닿는다.


우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데도 울컥할 때가 있다.

그건 감정이 새로 생긴 게 아니라,

감각이 오래된 감정을 깨운 것이다.


사랑은 향기로 저장된다.

연애하던 시절의 향수,

입던 옷의 냄새,

함께 먹던 음식의 향기...

모든 사랑은 후각으로 은밀히 보관된다.

그리고 모든 이별은 후각으로 천천히 침투해 온다.


어떤 향기는 가슴에 오래 남아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향기는 머리로 기억되지 않는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감정이 나중에 설명을 붙인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향기였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냄새를 모른다는 것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코는 무뎌진다.

그래서 내게선 아무 냄새가 안 나는 것 같지만,

타인에겐 확실하게 '느껴지는 향'이 있다.


좋은 향기든, 나쁜 냄새든,

그건 결국 당신의 감정과 관계를 대변한다.


악취는 말보다 먼저 불쾌함을 만든다.

좋은 냄새는 성격보다 먼저 호감을 준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상대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그건 단지 체취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의 문제다.

향기를 가꾼다는 건 감정을 가꾸는 일이고,

자신의 냄새를 관리한다는 건 서로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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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정말 연예인처럼 잘생긴 사람이 있다.

옷도 잘 입고 말도 잘한다.

하지만 연애가 늘 짧다.


그 사람에게는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냄새가 있었다.

3~5일 동안 샤워를 하지 않은 듯한 깊은 땀내와

오래된 방 안의 쩐내,

그리고 고유의 체취가 섞여서

마치 몸 전체에서 강한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서기도 조심스러웠다.


그런 경우라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고,

식습관과 생활습관, 세탁과 청결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정말,

그 냄새까지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게 바로 진짜 운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사랑은 향기로 다가오고,

냄새로 멀어진다.

향기는 감정의 첫인상이다.

당신의 향기가 누군가의 기억에 어떻게 남을지는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언젠가 입안의 기억이 되기도 한다.



연애를 위한 감각 연습


향기를 예민하게 느껴보라.

감정은 코끝에서 시작될 수 있다.


기억나는 사람의 향기를 떠올려보라.

후각은 감정을 다시 불러오는 리모컨이다.


자신의 냄새도 확인하라.

좋은 냄새는 좋은 기억을 만든다.

나쁜 냄새는 말보다 빠르게 관계를 끊는다.


향수를 뿌리기 전에, 청결부터 점검하라.

향기는 감정의 첫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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