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꽁치 Jan 04. 2020

개인의 취향

문유석, <쾌락 독서>

  베스트셀러에 한참이나 이름을 올린 작가였음에도 문유석 판사님의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었다. 전작의 다른 책들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쾌락 독서'는 제목에서부터 유쾌함과 궁금증을 자아내 선뜻 첫 장을 펼치게 만들었더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읽고 나니 꼭 친구를 만나 신나게 책 이야기 나누고 난 기분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일이나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일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얼마 전 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던 것은 책장에 꽂힌 책들이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득 꽂힌 책을 볼 때와는 또 다르게 누군가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일은 개인의 취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참 재밌는 일이지 싶다. 쾌락 독서를 읽는 내내 반가운 기분이 들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을 듯하다.


  가급적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겠다는 다짐이 늘 책을 대하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좋아하는 책 잔뜩 읽어도 괜찮다고, 어려운 부분은 그냥 뛰어넘어 읽어도 된다고 어깨 툭 치며 시원하게 이야기해준다. 꼭 속마음을 들킨 것 만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리도 시원하게 말해주니 퍽 고마운 마음도 든다. 이천이십 년은 좋아하는 책 대놓고 편식하며 읽어보기로 과감한(?) 다짐까지 했더랬다.


  베스트셀러 작가였음에도 선뜻 전작에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판사라는 타이틀을 지녔기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나 고급진 표현이 있을 것만 같은 혼자만의 선입견에 사로잡혀 책 한 장 넘겨보질 않았으니. 그런 내 선입견과 달리 너무도 쉬운 문체로 써 내려간 데다가 추억의 '유리가면' 같은 만화책(요즘도 휴가 때 만화책방에 들러 찾아 읽기까지 한다)까지 등장하니 작가님의 이전 책들도 정말이지 궁금해진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쾌락 독서'가 문유석 작가와의 첫 만남이어서 참 좋다. 게다가 마냥 책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편에 생각할 거리를 묵직하게 남겨주니 더 좋아라 할 수밖에 :)


p. 170 “책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몇 가지를 글로 적어보거나 남과 수다를 떨어보는 거다."
p. 183 “글이랑 쓰는 이의 내면을 스쳐가는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공감을 받을만한 조각들의 모음이다. 나는 그래서 책이 좋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커피 두 잔 값으로 타인의 삶 중이서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엿보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어의 온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