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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joo Im Feb 05. 2016

#00_만드는 디자이너

컴퓨터에서 손으로

이 브런치라는 앱 서비스가 있기 전 내 인생에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책 쓰기. 항상 내 생각을 정리할 때 글을 많이 쓰곤 했는데 (문장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나만 알아볼 수 있게) 그걸 한번 다 모아서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서비스가 있어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아주 두서없이  다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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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with 컴퓨터 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라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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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는 영역 안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지 5년남짓정도 되었다. 한국의 미대에 입학하기 위해선 다양한 실기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당시 내 주종목은 과에 맞추어서 석고 정물수채화를 했었다. 가 고시 었던 과는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을 디자인하는 제품(산업) 디자인과였다. 그래서 원하는 과를 갈 수 있었을까!? 당연히 못 갔다. 당시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기에 점수에 따라 학교와 학과가 달라지는 시스템에 의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게 된 과는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였다.


입학했을 당시엔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조차 몰랐었다. 그냥 제품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학년이 지나는 동안에 그래픽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으며 다양한 컴퓨터 툴들과 친해지고 있었을 무렵 군대를 가게 되었다. (초기화)


군 전역 후에 부모님의 제안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이때 또한 과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아직 산업이나 제품, 만져지는 물건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었나 보다. 영국의 학과를 선택할 땐 그래도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점수나 부모님의 권유!?)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었기에 가고 싶던 제품 디자인을 선택하게 되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적응도 하기 전에 쏟아지는 영어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대략 2학년 두 번째 학기까진 이렇게 보낸듯하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2년간 익힌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 인디자인 덕분에 다른  친구들보다는 보여주는데 조금 나았다. 군대 때문에 까먹었을 줄 알았는데 툴도 어렸을 때 배운 자전거와 같았는지 무의식 중에 단축버튼에 손이 가더라. 그리고 말이 잘 안 통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서 이때부터인지 컴퓨터도 컴퓨터지만 무엇을 만드는데 더 익숙해져만 갔던 거 같다. (살기 위해)


하지만 역시 만져지는 물건들을 디자인함에 있어 물체를 만드는 시간보다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지는 시간들이 더 오래가기 일수였다.


이렇게 컴퓨터와 계속 가까워졌고 졸업을 해서도 세 군대의 인턴과 한 번의 창업 동안에도 컴퓨터 툴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지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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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만남 with 손작업

나무, 목선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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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연구소를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시했던 부분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은 손으로 만든다였다. 내가 기획하고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드는 동안 사용하는 컴퓨터 툴은 하나도 없다. (물론 그동안 익힌 툴들 덕분에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명함을 만들 때 등 내가 그동안 익힌툴들로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에 그동안의 시간이 괜히 필요했던 게 아니었구나 느낀다.)



concrete light (2010)



이 선택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나무, 목선반이었다. 영국에서 공부를 할 때, 프로젝트 중에 조명을 만드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사용했던 툴(컴퓨터가 아닌 진짜 기계)이 바로 목선반 (영어로는 우드 터닝) 이었다. 콘크리트 조명을 만드는데 헤드 부분을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나무로 된 마스터피스를 만들고 몰드를 만들었다.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위와 같은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다.


자세한 사진은 웹사이트를 찹 조해 주세요

www.cargocollective.com/jungjooim


생각해보면 이때 목선반과 손작업의 매력에 빠져 지금의 작업들이 이루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은 무언가 다른 느낌이 있다. (아직 정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한국에 돌아와 그 아쉬우면서 좋았던 기억을 되찾고자 목선반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었다. 처음엔 목선반을 이용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는데 점점 다양한 나무들을 만나게 되었다. 흔히 나무는 속을 까보긴전까진 알지 못한다 라는 말이 있는데 같은 수종의 나무여도 무늬 하나하나가 다르고 색도 다르다. 컴퓨터로 제품을 디자인할 때 특히 많이 고민하는 것들이 몇몇 가지가 있다. 형태 디테일 컬러 라인 메테리얼 피니쉬 등 그중에서 컬러나 메테리얼을 정하는데 많은 리서치를 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내가 나무를 만나고 나서는 이 고민을 나는 나무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 나무가 디자인을 하는 것이지 내가 디자인을 한다고는 할 수 없다. (선 택또 한 하지 못한다. 말 그대로 어떻게 나올지 1mm를 깎아낼수록 달라지는 게 나무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난 손작업과 목선반 그리고 나무와의 만남이 물건연구소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고 앞으로 물건연구소를 운영하는데 가장 큰 축이 될 것 같다.


고3 입시미술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만져지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일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어떠한 변화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손으로 하는 일은 변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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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곳에는 물건연구소에서 물건들을 만들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처음에 썼듯이 글도 다듬어 지지도 않고 내용도 왔다 갔다 하고 읽기에도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기에 이렇게 남기려고 한다.




물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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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주

디자이너 / 디렉터 /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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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objectlabs.inf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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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

object labs, 2nd floor building B,
10, Gail 1-ro, Gwacheon-si,
Gyeonggi-do, Korea

1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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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object-labs.com

@object_l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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