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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joo Im Feb 12. 2016

#01_물건연구소

물건연구소가 만들어지기까지

물건연구소라는 공간이 만들어 지기까지는 많은 생각과 시도 끝에 만들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건연구소는 말 그대로 물건을 연구하는 곳이 되고자 한다. 물건이라 함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 사용되는 모든 만져지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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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아닌 물건을 디자인한다는 생각을 갖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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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혹은 산업디자인을 전공을 한 디자이너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한다. 지금 내가 만지고 있는 아이폰, 눈앞에 있는 맥북에어, 저 멀리 놓여있는 플레이 샘 장난감 차, 책장 양쪽에 달려있는 아이케아 조명들 모두 제품이나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손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나 또한 물건연구소를 열기 전까지는 그러한 일(아이데이션을 하고, 리서치를 하고, 스케치를 하고, 3d모델링 및 렌더링을 하고, 목업을 만들어 테스트를 하고 실제 제품을 만드는 그런 일)들을 해왔다. 많은 제품 혹은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일들을 대부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점점 일을 하다 보니 만져지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는데 컴퓨터 앞에 더 오래 앉아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전편에서 말했듯이 만드는 일을 더 좋아함에 불구하고) 당연하게 스케치를  할 땐 종이보다 포토샵을 더 많이 이용하고 리서치를  할 땐 돌아다니기보다 핀터레스트나 네이버 혹은 구글링을 더 많이 했으며 3d 모델링을  할 땐 라이노를 붙잡고 이틀이며 삼일이며 밤을 새워가며 모델링의 디테일을 높이고 좀 더 나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브이레이나 키샷으로 렌더링을 수십 번씩 돌리고 목업을 만들고 또 만들고 또 만드는 일들을 반복했다. 그러니 점점 좋아하던 디자인에 지쳐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컴퓨터 앞에서의 일들이 지쳐갈 때쯤, (누구나 그렇듯)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그 생각을 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내가 제품 디자인을 처음 접했던 공부하던 시절을 생각했다. 내가 처음 영국에 갔을 때 튜터가 제일 먼저 보여줬던 프레젠테이션인 '제품 디자인의 3요소 - 기능(function), 아름다움(aesthetic),  가격(cost)'이라고 적혀있었다. (이게 답일지 아닐지는 개인의 차이에 있는 것 같긴 하다. 근데 난 이렇게 배웠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한 가지가 있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우리가 고려는 하지만 접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가격(cost)'. 우리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판매로 이루어지거나 가격으로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간접적인 경험은 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직접적으로 몸에 닿는 경험은 할 수 없었고, 튜터들 또한 가격보다는 기능과 아름다움에 더 많은 시간을 가지게끔 했다.  (그중에서는 나는 기능에 더 집중을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단락에...) 위에서 말한 디자인 하는 과정 중에 유독 나는 이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떻게 만져지고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기능 들을 갖추어야 하는지 등 이러한 것들을 리서 치하고, 직접 나무나 블루폼을 사용해서 Rapid prototyping 과정을 통해 실험을 하는 것들을 좋아라 했다. 졸업을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가격이라는 요소보다 물건 자체를 바라보고 물건의 본질이나 목적 그 사용성과 사용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고려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즉, 판매를 위해 만드는 제품이 아닌, 물건의 '본질'에 대해 묻고 답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까사리빙 11월호 인터뷰 내용 - 박은영 기자)


나는 이렇게 3년을 배웠는데 일을 하면서 당연히 가격에 치여 소재를 고르고 시장도 달라지고 소비자들의 타겟팅도 달라지게 되는 경험들을 하고 있으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분명 학교에서 시작은 물건으로 시작했는데 말이다. 물론, 그런 것들은 필요하다.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나 또한 당연히 고려는 한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내가 만얀 나의 디자인(클라이언트 워크가 아닌)을 한다면 가격은 나의 우선순위에서 뒤쪽으로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품을 디자인 하기보다 물건을 디자인해보자."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만들기보다 연구해서 만든 물건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자."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물건을 연구하는 곳으로 만들어보자." 등 


이러한 생각들을 기본으로 물건연구소의 방향을 잡아보았다.

(밑의 내용은 물건연구소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말하는 내용이다.)


물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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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연구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안에서 필요한 물건을 만듭니다.

물건연구소는 물건을 사용하는 사용자를 위해서 기획하고 만들어집니다.

물건연구소는 그 물건이 가지는 목적에 질문을 하고 답을 합니다.

물건연구소는 판매를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물건의 본질을 연구하는데 집중합니다. 
(그래서 제품보다는 물건이라는 단어를 사용)

물건연구소는 물건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그 요소들이 사용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물건연구소는 연구의 지속성을 위해 연구의 결과물을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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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건을 보는 관점

나머지 두 가지 요소 '아름다움',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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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운 3요소 중에 위에서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여기선 '아름다움'과 '기능'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디자인에서 '아름다움'이라 함은 흔히 우리의 눈으로 봤을 때 단순하게 말하면 '이쁘다.  멋지다.'라는 말이 나오게끔 만드는 일이다. 대부분의 제품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면 멋들어진 스케치 하나쯤은 뚝딱 그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난 솔직히 말하면 난 이 부분은 잘하지 못한다. 나도 좀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1학년 때부터 열심히 따라도 해보고 새로운 디자인에 적용도 해보았지만 역시 안 되는 건 안되더라. 그래서 그때 못하는걸 잘할 때까지 하는 것보다는 내가 좀 더 잘하는걸 더 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 부분은 조금 다르게 표현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 가지 요소 중에 기능(물건의 본질과 목적)에 좀 더 중심을 두면서 대학교 3년 동안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왔다. 이게 내가 그나마 3요소 중에서 제일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이었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건의 기능과 목적에 중심을 두다 보니 형태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그 형태가 나의 final 디자인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즉, 그 형태가 나에겐 아름다움이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반의 말도 있지만 나는 그저 내 상황에 맞게 디자인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사실 루이스 설리반이라는 건축가도 예전에 이 말을 많이 들은 적이 있어 누가 한말인지 찾아봐서 알았다. 전편에서 언급했듯이 이론에 많이 약하다.) 지금도 그 디자인을 하는 나만의 방법론은 많이 변하지 않았고 물건연구소의 많은 물건들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아래 이미지는 그러한 생각들의 결과물이었던 졸업할 때의 프로젝트이다.


anti-splash urinal (2012)


자세한 설명과 이미지는 웹사이트를 참조해주세요.

리서치 과정 - http://cargocollective.com/jungjooim/Anti-splash-urinal_part_02

결과물 - http://cargocollective.com/jungjooim/Anti-splash-urinal_part_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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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연구소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사실 학생 때 했던 많은 프로젝트들과 졸업 후에 여러 일들이 물건연구소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아직 디자이너로서는 경험도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 물건연구소 안에서의 경험으로 또 다른 나의 가치관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순간순간을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면 좀 더 발전된 나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기억을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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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왜 나무를 선택했는지 왜 목선반이었어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봐야겠다.




물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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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주

디자이너 / 디렉터 /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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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objectlabs.inf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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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

object labs, 2nd floor building B

10, Gail 1-ro, Gwacheon-si

Gyeonggi-do, Korea


1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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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object-labs.com

@object_l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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