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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joo Im Feb 21. 2016

#02_물건연구소의 나무

 평생 옆에 있어줄것만 같은 나무

이전의 글을 통해 물건연구소는 핀터레스트나 구글의 이미지보다는 직접 만들어 경험을 통해 수정하고 다시 또 만들고를 반복하고 포토샵과 일러스트, 라이노보다는 손 스케치로, 3D 프린팅보다는 손으로 깍고 만들고하는 컴퓨터와는 조금 멀다는 것을 내 스스로 조금 정의를 내린것 같다. (글 쓴이후로 컴퓨터는 더더욱 이 글을 쓸때와 영화감상 및 음악감상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늘은 나무에 대한 물건연구소의 생각에 대해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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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가구? 원목도마?

물건연구소가 바라보는 나무라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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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소재를 만나기에 가장 가까운 물건은 10명중 9명은 가구를 말할 것이다. 아니면 그나마 요즘 많이 이슈화가 되고 소비가 많이 이루어져 알고 있는 원목도마정도일것이다. 그러면 물건연구소에선 나무를 사용해서 물건을 만드니깐 가구랑 원목도마도 주문 제작이 가능한가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답은 "아니요."이다. 첫번째 가구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가구는 나보다 잘 만드는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다. 나는 제품디자인을 전공하고 가구라는 제품보다는 다른 손안에서 만져지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 많아 자연스래 가구에서는 조금 멀어진것 같다. 두번째 원목 도마는 왜? 이것도 단순했다. 너무 많다.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 만들어 줄 수 있을것만 같았다. (고민은 많이하지만 결국 단순하게 결정되는 이상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음)


그러면 "물건연구소에선 왜 나무로 시작했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사실 예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었고 이 글을 쓰기까지에도 더 많은 고민을 했다. 정확히 왜 나무로 물건을 만들고 있을까? 


첫째, 내 경험상 나무는 다른 소재에 비해서 스케치에서 만들고 실제 사용되는데까지의 시간이 가장 적게 걸렸다. 제품디자인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가지의 소재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알류미늄 혹은 철, 스테인레스, 플라스틱이 있는데 이들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많은 제품들이 이 소재들로 만들어지게 되고 자연스레 그 제품을 디자인하기에 가장 흔하게 만지는 소재들이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콘크리트 그리고 나무. 하지만 나무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소재들을 만났을땐 매우 복잡한 과정(그때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과정들)들을 거쳐서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지게 되고 사용자들이 사용하게 된다. 그 과정은 대충 말하자면 아이디어부터 스케치까지는 모든 소재를 디자인하는 과정은 비슷하나 나무를 제외한 다른 소재들은 형태를 만들기위해 라이노나 솔리드웍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3D 작업을 하여 형태를 만든다. 그리고 렌더링을 돌려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고 3D 프린팅(이외에 다양한 출력방식)이나 CNC 과정을 통해서 (소재에 따라 가공방법이 달라지게됨) 3D 파일을 형태로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한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 반복이 되어야 하는데 완벽하게 만들수록 형태를 만나기까지의 시간은 계속 늘어만 간다. 콘크리트도 형태를 뽑기위해선 몰드를 매

번 만들어야만 한다. 즉, 디자인이 바뀌면 위에 과정을 통해 몰드를 다시 만들고 콘크리트를 양생하여 만든다. 

또한 물건연구소의 첫번재 에디션인 그릇을 예로 들자면 도자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도자기는 흙을 물레로 빚어올려 말리고 깍고 가마에 1차 초벌을 하고 유약을 바르고 다시 가마에 들어가게 된다. 도자의 흙이나 마감방법에 따라 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물론 나무역시 다양한 제조방법과 마감방법이 있지만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들은 내가 생각한 디자인을 스케치를하고 바로 만들고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형태적인 문제가 있을때 다시 만들고 사용하는데 까지 다른 소재들에 비해 훨씬 시간이 짧기 때문에 더 다양한 테스트들과 경험들을 쌓을 수 있기에 나에게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만들기 바로 전 과정인 스케치 대부분 이렇게 스케치를 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둘째, 나무는 변한다. 음? 그럼 소재로써 안좋은것 아닌가? 뒤틀리거나 변형이 일어나면 제품의 퀄리티가 낮아지는것 아닌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내가 목선반을 시작하면서 나의 스승님께선 제자들이 다양한 나무들을 경험하기를 바라셔서 대략 세보진 않았지만 20가지 이상의 나무를 깍아보고 직접 사용해봤다. 20가지이상의 나무중에서도 같은 나무라도 제재한지 한달도 안된 생나무부터 자연건조된지 10여년이 지난 나무, 삭힌나무, 인공건조한 나무 등 다양했다. 가구에선 함수율이 높을수록 변형이 많고 함수율이 적을수록 변형이 적어 완전 건조된 나무를 대부분 사용한다. 목선반도 변형을 줄이기위한 목적으로 함수율이 적은상태에서 완성을 한다. 변형이 적어야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사실 기정사실화 되어있기 때문에 잘 건조된 나무를 만들기위해 많은 작업자들은 다양한 노력들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나무를 사용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내가 사용하는데로 나를 닮아가는것 같았다. 초기의 작업들중에 테스트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아주 험하게(물건연구소 주의사항에 포함된 사항을 모두 다 경험한 그릇) 사용한 그릇들은 역시나 휘거나 삭은 부분이 갈라지거나 이가 나가거나 했고, 아주 관리를 잘한 (물건연구소 주의사항에 포함된 사항을 아주 잘 지킨) 그릇들은 색상만 조금 짙어졌을 뿐 변화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그릇이 있었다. 어쩌다 한번씩 쓴그릇. 앞서 말한 두 그릇은 아주 의도적으로 테스트를 위해 사용했지만 마지막 그릇은 그 자체가 나를 보는듯했다. 나무의 함수율 때문에 살짝 휘기도 하고 (어느땐 주변환경의 수분의 영향으로 다시 형태가 돌아온다.)햇볕에 노출이 되어 있어서 색이 바래지고 담겨져있던 음식의 색상이 자연스레 염색되어 색도 살짝 진해졌다. 근데 이상한건 이 그릇에 정이간다. 이게 나무그릇인듯하다. 도자기처럼 이쁘고 반짝이지도 눈에 띄지도 개성이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기능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다. 나무그릇은 찬장 안쪽에 있다가 가끔 생각나면 나타나는 존재이다.   

그렇다 나에겐 나무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유연하면서 여유가있는 존재이다. 내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변화하거나 내가 개입을 했을땐 내가 사용한 환경대로 변화한다. 꼭 나랑 자주는 아니지만 어느샌가 내 옆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듯 하다. (이런 말 쓰는거 별로 안좋아하지만 표현할 말이 이거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나무는 항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질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좋다.


목선반 초기에 작업했음에 불구하고 아직까지고 우리집에서 제일 많이 사용되고 있는 그릇


셋째, 나에게 나무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무만를 만지고 다양한 물건을 만든지는 2년이 조금 넘었고, 만든 물건들의 갯수를 새면 못해도 1000여개는 만든것 같다. 그러면서 느낀감정은 나무는 주인공처럼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존재들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잘한다. 예를 들자면 케이크를 받쳐주는 케이크 스탠드, 칼의 손잡이, 큰 유리문의 나무 손잡이 등 다른 물건들 혹은 음식들의 장점을 더 부각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으로 나는 물건연구소의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재밌게 작업하고 싶다. 그래서 하나의 철칙은 콜라보를 할때는 < 물건연구소 x 다른브랜드 > 가 아닌 < 다른브랜드 x 물건연구소 > 가 되길 바란다. 이 말인즉슨 내가(나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것이 다른 물건이든, 음식이든, 아트웤이든, 기획이든... 


현재 한남동에 위치한 카페인 수르기에서 사용중인 52° 월넛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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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연구소에게 나무는 다른 나무작업을 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 

물건연구소에게 나무는 단순히 소재로써의 역할을 하는것 이상을 하고 있다. 

앞으로 평생 나무만을 사용하여 물건을 만들것이라는 확언을 하긴 힘들지만 

확실한건 나무는 평생 내 옆에 있을것이다.   



물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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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주

디자이너 / 디렉터 /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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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objectlabs.inf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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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

object labs, 2nd floor building B

10, Gail 1-ro, Gwacheon-si

Gyeonggi-do, Korea


1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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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object-labs.com

@object_l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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