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누군가의 병풍이 되는 일은 계속된다.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뻔한 면접에, 공모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마음을 쏟아가며 그곳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될 사람 따로 있는 자리에
병풍 노릇하러 앉아 있는 것 같은 일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그들은 알아야 한다.
오래전 언젠가 이렇게 실망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도 기대 이하의 이런 허무한 일은 어디에선가 계속된다.
눈 가리고 제 사람 꽂아 두는 일에 왜 수많은 들러리가 동원되어야 하는지?
힘과 권력을 가질수록 잔인하고 못된 어른이 되기 쉬운 것일까?
칼의 쓰임처럼 누구에게 어떻게 그것이 쥐어지는지가 늘 문제이다.
이제 갓 피어나는 새순을 상처 주고 잘라내는 무서운 어른이 있음도 변함이 없고,
고개 숙이고 낙심하는 젊은이가 있는 것도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못된 어른만 그득한 세상이 아니니,
이런 일도 언젠가 깨끗이 달라지는 날 있으리라 애써 믿어본다.
글·그림 반디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