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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Mar 08. 2018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때라는 게 따로 있는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면 더없이 짠한 마음이 든다. 

꽃이 있는 정물을 그려야 그림을 팔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난 뒤, 그가 열심히 정물에도 집중했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어서이다. 그저 모델료를 감당할 길 없어 아를의 들판에 핀 꽃을 꺾어 그렸던 것인지는 몰라도  수많은 그의 작품에 섞여있는  정물화들을 보면 분명 그도 많은 그림을 파는 인기 작가가 되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토록  성공을 기원하는 동생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알려진 바대로 그는 살아생전 겨우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 수 있었다. 그것도 고흐의 기운 형편을 익히 아는 친구의 여동생이 구입한 것이니 어쩌면 제대로 된 판매라고 보기도 어렵겠지만.    

 

가끔씩 고흐의 정신분열 원인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나오는 것을 보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그저 단순히 미치도록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 그 광기의 본질이 아닐까 나름의 해석을 해보곤 한다. 그의 인정 욕구가 독이 되어 그를 삼켜 버린 것은 아닐지 짐작해보는 것이다.   

  

고흐 사후 11년  유작전으로 그의 그림이 서서히 세상에서 빛을 발하게 되니, 만약 그가 십 년만 그 ‘안달’을 버텨 냈더라면 그는 자신의 성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살다 보니 모든 것이 노력과 실력으로만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에 마음이 기우는 것이다. 잘 되고 안 되는 것은 운이 7이고 실력이 3이라는 소리니, 실력만 가지고 모든 것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력하고 행하는 것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때가 있다. 


지랄 같은 극성이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이고 도전과 절실함이 세상을 뒤엎을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고흐처럼 넘쳐 오르는 열정을 품고 염원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어쩌면 그의 멋진 그림은 너무 빨리 세상에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세월이려니 치고 친구인 의사 가셰와 담소하며 십여 년의 세월을 더 버텨 낼 수 있었다면   변화된 세상이 자신을 받아주는 때를 만났을지도 모를 터...


누구보다 형의 재능을 먼저 알아봤던 고흐의 동생 테오가 “신은 형에게 뭘 원하시는 걸까?”라며 탄식하며 남긴 편지의 글과 같이,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하늘에게 묻고 싶을 정도로 답답한 순간이 온다. 아마 그것은 열정을 바쳤던 사람만이 물을 수 있는 질문과 탄식 일지 모른다.    

 

그토록 팔고 싶어 했으나 팔지 못했던 자신의 그림 모두가 오늘날처럼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콜렉터들의 손을 거치는 날이 올지 그는 꿈에도 예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치도록 원했으나 살아서 얻지 못했던 명성과 성공이 죽음 이후에 무슨 소용일까 싶은 때도 있다. 그래서 고흐와 테오 형제의 안타까운 운명을 생각하면 그 찬란한 그림 뒤에 어딘지 모를 슬픔이 서려있는 듯해 매번 가슴이 아프다. 우리의 이 짠한 마음을 그도 느끼고 있을지?



글·그림   반디울

                                                    https://www.instagram.com/bandi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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