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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Mar 29. 2018

소심한 성격도 타고나는 것

 타고난 성격은 참 고치기 어렵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기획 담당자 미팅을 갔다 와서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일종의 설문이 곁들여진 꽤 오랜 대화 시간 동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곱씹어 보니 

‘아 그때 왜 그렇게 얘기했을까...’ 자잘한 후회가 밀려온다.


유일한 의논 상대인 남편은 잘 갔다 와서 왜 그런 신경을 쓰냐고 하니... 

 ‘그래,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어? 오늘 자려면 ‘그냥 잊어버리자’하고 되새김하던 문장들을 종이 구기듯 접어두고 잠이 들었다. 

역시 다음날 나는 그 꾸깃한 기억들을 다시 주워 들고 안절부절못한다. 이건 또 며칠짜리 이불 킥이 될 것인가? 


이런 일들의 반복은 오래도록 나를 ‘못난’ 인간으로 만든다.

내 모자란 자존감 때문인지... 

‘그게 다 자존감이 낮아서예요.’라는 말이 감춰야 할 덧니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나에게 또 하나의 문제의 리스트를 남기는 것 같아 지치게 한다.


‘그냥 괜찮다고 생각하기’  ‘나대로 나를 인정하기’ ‘자존감을 채우는 비법’ 등 나의 성격을 고쳐 볼 방법을 찾아 이 책, 저책 기웃거려 보다가 가끔은 ‘그래, 이 말이 명언 일세!’ 하며 딱 맞는 처방전을 받아 든 기분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한 것이, 소심 유전자를 타고 난 나에겐 그때만 반짝할 뿐 효험이 길게 가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책과 말로 코칭할 수 있는 야무진 사람들은 소심 유전자가 불치의 것임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방법이 있다.’ ‘인정하고 꿋꿋해져라.’ ‘신경 쓰지 마라.’ 조언하지만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미리 간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성격도 외모처럼 타고나는 것고쳐지기 어렵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높은 기준으로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세심한 마음을 기대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다 쉽게 실망하고 의기소침해하며 마음을 다치고 마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다가선 만큼의 상냥한 눈빛과 말투, 따뜻한 교감과 밀접한 상호관계를 바라는 높은 이상의 소유자들이며 달콤한 몽상가 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달리, 세상은 그렇게 넘치는 배려와, 따뜻한 친밀감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천국 같은 곳이 아님을 참 늦게 알게 되었다. 때론 충분히 오고 간 마음조차 사소한 오해로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어서 ‘나는 왜 이럴까?’에 깊게 빠져 버리는 것이 큰 오류가 될 수도 있기도 하고 말이다.     


‘타고난 느긋한 성격도 복이구나.’  

    

단단하고 야무진 사람들에게 부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오늘도 이 ‘되새김 병’에 임시 처방될 책 한 권을 찾아 나선다. 잠시라도 마음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반디울 글 그림.

                                                     https://www.instagram.com/bandi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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