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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Sep 02. 2020

짜장면도 못먹는다고?

가난의 기운이 싫은 이유는 ...


전 국민을 상대로 짜장면에 대한 에세이를 공모하면 아마 모든 국민이 이 한주제만으로도 각자 서너 편의 글을 쏟아 낼 분량의 추억들이 소환되지 않을까?

예측컨대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는 싫다고 하시며 아들에게만 시켜주던 GOD의 노래 가사 속 짜장면처럼 눈물 어린 짜장면의 기억이 한두 개쯤은 뇌리에 가닥가닥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GOD의 ‘어머님께’ 가사 속 주인공은 ‘남들 다하는 외식 몇번 한적 없었고’ 라는 구절로 홀어머니와의 가난을 묘사하고 있다. 90년대 초반 짜장면은 허기를 달랠 정도의 일상 식으로 점차 변화해 가고 있어서 이런 가사가 상대적으로 적절히 우리 마음을 아프게 후벼 팠지만, 서민 모두가 가난했던 70년대 말만 해도 일반적으로 짜장면은 일 년에 한번 어린이날 엄마아빠와 어린이 대공원 옆 중국식당에서나 먹어볼 수 있던 특식중의 특식이었다. 당시 내게 소갈비는 몇 년이 지난 후로도 거의 들어도, 먹어도 본적 없는 음식 이였고 우리 집은 80년대 중반이 돼서야 큰맘 먹고 돼지갈비를 먹으러 외식을 가는 정도였다.

그날 가족들에게 고기 좀 먹였다는 가장의 뿌듯한 마음이 번지고 모두가 배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며 ‘옷에 배인 숯불냄새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결혼 후 내게 짜장면은 반복되는 잦은 이사 때 마다 이 동네 짜장면은 실망 안 시키려나? 하고 탕수육 짬뽕과 곁들여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시켜먹게 될때를 빼곤 너무나 일반적인 마성의 음식.

   

     

 IMF를 겪고 오히려 전셋집을 줄여 나가게 된 후 얼마 후의 일이다. 남편과 오랜만의 외출에서 짜장면이나 먹으러 가자는 내 제안이 거절당하는 일이 생겼다. ‘짜장면이 싫다고 할 사람이 아닌데...’ 나름대로 나는 형편 생각해서 대단한 음식도 아닌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했거늘 남편은 영화 봤으니 그냥 집에 가서 밥이나 먹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야이 야이야아 그렇게 살아가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래 가사 속 짜장면에 서린 서글픔이 내게 배어드는 듯한 느낌이 들어 뭔가 슬프고 무서워 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요즘 같은 세상에 외출해서 짜장면 하나 맘대로 못 사 먹는다고?’ 난 그날 마음이 꼬여 화가 났고 긴축을 해도 너무 하려는 거 아니냐며 남편을 몰아 붙였다.

결국 이후로 한동안은 외식 얘기도 꺼내지 않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날 그렇게 툴툴거리며 돌아오는 길, 남편 마음은 편했을까?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호텔에 정식으로 취직이 되었던 남편은 호텔 조식 준비를 위해 새벽 5시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뜨거운 불앞에 서있다 저녁 7시에 끝나 돌아오는 하루 14시간 노동을 매일 견뎌냈다. 그리고 간간히 보태던 나의 수입이 더해져도 별로 나아지는 것 없었던 당시 우리의 생활.

IMF를 관통하며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노동자 부부의 삶은 어느새 이렇게 팍팍해져 갔다.   


       

짜자장면을 모르고 살던 조부모 세대의 아버지는 10형제 사이에서 자라났고,

아이를 데리고 일 년에 한번 짜장면 외식을 할 수 있었던 부모님은 아이 둘을 나았으며, 갑자기 짜장면 외식이 부담스러워 질 수도 있는 일이란 걸 알게 된 IMF 관통 세대인 나는 아이를 낳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한 또래들 모두가 우리 부부처럼 결혼엔 과감했으나 아이 낳는 일엔 주저 하는 커플이 되진 않았지만 후로 지금과 같이 저출산을 걱정하는 시대가 도래 된 이유 중 하나는 ‘삶의 안정 없이 아이를 먼저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어지고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금의 내가 옛이야기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짜장면 하나의 가격에 고심을 하고 있는 지금의 청춘들이 어딘가 엔 분명 있을 테니.   


            

글 · 그림   반디울     


                                                  https://www.instagram.com/bandiul/?h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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