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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Oct 27. 2020

‘찐’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가는 길

         



단순한 삶의 태도, 소박하고 심플한 생활. 이것은 욕망과 소유의 과정에 지친 사람들이 찾는 자연스러운 비움의 과정일 것이다. 바쁘게 살아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불안을 가지고 사는 요즘  현대인의 삶에, 그래서  미니멀리즘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면 생기는 행복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희생을 자연히 동반한다. 사랑에도 불안과 행복이 교차 반복되는 감정노동의 과정이 뒤따르고, 진급에는 때로 목숨도 걸어야 하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일만 해도 책임과 정성, 비용이 발생할 테고 말이다. 


모든 욕망은 거기에 따르는 각오와 노력, 대가와 희생이라는 이라는 무거운 이면이 있고 보상과 기쁨 희망과 보람 등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자신이 가진 욕구에 회의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이러한 부정적인 모든 면을 감수하고서도 나의 욕구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나는 정말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아이를 갖는 문제에 관한 욕구가 차오르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아이를 가지는 문제를 접었다. 따라서 양육의 어려움과, 부모로서의 희생, 아이를 위한 금전적, 정신적 소비 등을 하지 않을 심플한 인생을 살 수 있었고, 한편 아이가 주는 교류와 사랑 정서적 만족이란 부분을 포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굳이 감당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부분에 대해 자발적인 비움을 실행한 것이다. 이 비움은 이미 채워진 것을 없애는 차원이 아닌 실재하지 않은 아이에 대한 욕망과 생각, 기대에 대한 비움이라 하겠다.          



내 집 마련이란 욕망을 안고 생겨난 대출금을 갚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남편의 미래 기대 투자라 할 수 있는 대학원 등록금 등... 우리의 욕구에 대한 소비와 지출을 위해 남편과 난 계속 열심히 일해야만 했다. 이러한 욕구는 어느 정도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법이어서 아이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우리 부부만을 위한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데 유리한 점이 있었다. 양육의 부담 없이 일하며 석사 과정도 이수하고 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해서 더 열심히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여유를 서로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 유무에 대한 큰 고민과 아쉬움 없이 우리만을 위한 소비와 노동을 한다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이 있었다.           


부모가 되면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게 되고 무언가 더 이룰 수 있는 힘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 말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딩크의 미니멀한 삶으로 보면 그렇게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한 다는 점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나를 위한 노력은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일명 ‘엿장수 맘’의 자율성이 있는 반면, 부모로서의 책임은 의무가 아닌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자발적인 마음이 충만하지 않고서는 둘 만을 위한 욕구를 메워 나가기도 힘든 세상에 굳이 마음에도 없는 큰 의무를 찾아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부부만을 위한 생활 역시 삶의 압박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수입의 거의 모든 면을 학비와 대출금으로 쪼개가며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 점은 아이를 기르는 다른 집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서로 특급 호텔과 중견기업에서 원하는 일을 하게 된 우리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 생각하던 목표에 다가섰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쉼 없이 달려가던 어느 날 바쁘게만 돌아가는 생활에서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사실 많이 지쳤으며, 좀 더 자기 발전을 위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유학을 결심했고 퇴사를 하기로 했다.     

     

아마 아이가 있었다면 그렇게 마음을 굳히기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결혼부터 직업선택, 아이 문제까지 직관을 믿었던 우리는 크게 잃을 것 없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결심 후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지금에 와 돌이켜 봐도 그 결정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었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진정한 삶의 미니멀리스트는 혼자 사는 삶이 아닐까? 누군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짊어지지 않은 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의 대상은 본인 뿐이니 말이다.

부부는 아무래도 서로의 인생에 잘못된 결정을 지을 부분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혼자일 때보다 좀 더 심사숙고하는 면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가 있더라도 결심을 하고 단행하는 데에는 불가능할 일을 없겠지만 그래도 그 중간에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의 삶의 좌표를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건 꽤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아이가 없는 집은 가족 구성원이 둘 뿐이라는 단출함부터 실질적인 아이의 물건이 집을 차지 않는 점, 아무래도 몇 인분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부부의 삶에 아이에 대한 기대와 욕구가 더해지지 않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원하는 사람에게 가서 채워지는 것은 풍요의 선물이 될 수 있겠지만 내가 원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 쌓이는 것이 과잉이며 비우는 것이 맞는 것이란 생각이다.   

  

아이를 소유하지 않은 몸도 마음도 가벼운 자유로움 때문에 우리 부부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미니멀리즘 한 생활의 매력은 여전히 쏠쏠하다.          



글 · 그림   반디울


                                                      https://www.instagram.com/bandi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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