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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Nov 30. 2017

SNS 계급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한 회사원이 해외로 휴가 여행을 떠났다.  

모처럼의 달콤한 휴식은 정말 좋았고, 휴가의 마지막 날 노을 지는 멋진 해변사진과 함께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는 짧은 글을 덧붙여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일상에 지쳐 떠난 휴가지에서 달콤한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이처럼 아쉬운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런데 별거 아닌 SNS 휴가지 자랑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이 짧은 멘트는

그가 돌아 온 후 큰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회사 대표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는 그 직원의 SNS글을 보고 크게 격노한 것이다.     

그렇게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에 왜 돌아왔냐며 화를 내는 

윗분에게  단단히 찍히고 만 직원은 그후 남은 계약기간만을 채우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한마디로 ‘사장님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오싹한 글귀가 현실이 된 것이다.

공부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와 비슷한 개념일까?          


오너 입장으로는 직원에게  섭섭한 마음이 폭발한 것일지 모른다.

직원이 회사와 구성원들에게 쏟은 자신의 애정을 무시하고 

단번에 회사를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해석한 듯하다.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를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오너의 마음을 이해하려해도 직원에게 일의 영역을 넘어서 

SNS에서까지 충성스러운 마음을 얻겠다는 대표의 욕심은  다분히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SNS는 과연 사적인 영역일까? 분명 개인의 사적인 영역까지도 서슴없이 내 보이는 곳이 맞지만 노출되는 순간 그 어는 곳 보다 넓은 영역으로 오픈되는 공간.          


이제 SNS의 사정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 때문에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사적인 이야기를 자유롭게 기록하는 오픈된 일기장치고는 

간섭 받거나 지켜보는 시선의 불편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이 크기에

SNS활동을 과감히 접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층과 학생의 경우는 비교적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직장인들의 경우는 특히 함부로 꼬투리 잡힐 단서를 남기지 말아야지 하는 경계가 커지는 듯하다.          

법적으로도 SNS가 사적인 영역으로만 규정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고 한다.

연예인들은 대중의 눈을 의식해야하고, 회사원들은 직장 내의 눈을 살펴야 하고, 학생들 또한 또래나 부모를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곳. 

그래서 가급적 눈치를 덜 보아도 되는 작은 집단으로 쪼개져 숨어드는 우리의 모습은 

점점 작게 나뉘는 블록 같단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유롭게 표현 욕구를 분출하고 글로벌한 소통의 영역이 되기도 하는 양면의 명과 암이 공존하는 SNS에서도 분명 작은 계급과 권력의 상하관계는 존재하고, 곳곳에 주의가 요청되는 룰도 생겨난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노는 이른바 요즘 세대와는 다른 내가

SNS라는 공간에서 고민 해봐야하는 문제는 이렇게 많은데, 

어쩐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정쩡한 어른에 머무르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앞선다.      


         

글·그림   반디울


                                                     https://www.instagram.com/bandi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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