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치명 Oct 19. 2021

나와 고양이

너의 선택

우리의 만남은 이상하기도 하고 참 신기했다.


나는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우리 집은 내가 대학생이 되어 서울로 떠날 때까지


마당에서 개를 계속 키웠다.


그래서 나는 어떤 동물보다  익숙했다. (2순위는 소)


같이 살던 언니가 사업 차 서울을 떠났고


나는 혼자 원룸을 얻어서 살았다.


쓰레기를 버리러 집 앞에 나갔는데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왔다.


그리고 내 다리에 계속 머리를 부볐다.


밥 먹었어?, 가 인사일 정도로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 나는 고양이가 안쓰러웠다. 얼마나 배고까.


집에 가서 고양이한테 줄 만한 음식이 있는지 냉장고를


뒤졌지만 어묵이 최선이었다.


나는 어묵을 가지고 나와 잘게 찢어 주었다.


고양이가 어묵을 먹기는 했지만 어묵보다는 나한테 관


심이 있는 듯 했다.


나는 고양이한테 말했다.


"우리 다음에 또 만나면 같이 살까?"


나는 고양이를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나는 쓰레기를 버리러 집 앞에 갔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또 나타나 나한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고양이는 나보다 먼저 빌라로 들어갔다.


(당시 1층 출입 자동 현관문은 고장이 난 상태로 열려 있었다.)


그리고 3층까지 계단을 올라 가더니 나의 집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쓰레기를 버리고 후딱 들어올 생각에 문을 열고 나옴.)


나는 얼떨결에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했다.


고양이라고 부르면 다른 고양이랑 다를 게 없잖니.


이제 너를 콩심이라고 부를 게.


나와 특별한 관계를 증명하는 너의 이름이 생긴 거야.


나는 그 길로 마트에 가서 급한 대로 사료와 모래를 사왔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진짜야. 나는 콩심이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 얘 스스로 온 거야! 근데 어떻게 나가라고 해."


내가 지켜줘야 할, 나와 함께 살아갈 누군가가 사고처럼, 기적처럼 나타났다!

작가의 이전글 나와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