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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quer Sep 07. 2019

세상을 인식하는 프레임

어떤 창으로 무엇을 바라보는가, 어떤 색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한 개인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모든 측면에서 올바른 관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인식하고, 정보를 필터링하며 그에 따라 형성된 가치관을 토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한 개인이 특정 분야에 대해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올바르게 안다고도 할 수 없으며, 개인이 가진 프레임이 오류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세상을 올바르게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의미없게 보일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기에 더욱 더 세상을 올바르게 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길을 가려면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많은 공부와 경험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확률을 1%라도 높여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결국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불완전한 사회를 조금이나마 낫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시작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상에 대해 무지하고 편협된 사고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내가 일해보지 않은 분야의 일, 많은 사람, 경험, 지식 등을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나마 편협한 사고를 깨고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번 글은 예전에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프레임에 대해서 짧게 정리하여 교수님들이나 각 분야 전공자들에게 보냈던 메일의 내용에 관련된 것이다. 나의 생각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싶어 정리 후 많은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냈었고,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메일의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개념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아마 나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분야가 한번에 서술되었던 이 메일의 내용을 파트별로 나누어, 따로 쉽고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글을 쓰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메일은 쓸 당시에 순식간에 써내려져갔고, 형식과 틀보다는 내용전달에 초점을 맞춰 진심을 다해 썼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그리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많이 흥미로워했었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는 정제된 글보다도 더 나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비유를 하자면, 정제되지 않은 원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이번 글에 내가 과거에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자 보냈던, 내가 세상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서술했던 메일을 그대로 올려보고자 한다. 오류도 많고 부족함이 많지만, 아래의 내용이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용이라면, 읽고 한 번쯤 사유의 시간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메일 내용(인사말과 같은 내용은 삭제하였음) -


0. 시작


제가 메일을 쓰게 된 이유는 바이오 관련하여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여쭈어 보고 싶기도 하고, 예상되는 인류의 여러가지 문제에 관련하여 바이오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앞서 제가 바이오와 인류문제에 관심을 왜 갖게 되었는지 조금 적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해양대를 졸업하여 선박기관사로 약 3.5년간 근무하였습니다.

수학 중 특히 공간기하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수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촌형들따라 해양대를 가게되었습니다. 저와는 맞지 않아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그 분야가 경제, 금융, 과학, 공학, 심리학, 역사 등 다양하게 확대되어갔습니다.



1. 반복되는 루프와 고착화되는 삶의 프레임


어느 순간 저는 제 삶을 돌아보며 제 삶이 발전이 있는 것은 별개로 계속해서 특정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다른 행동으로 보이더라도 그 기제와 근원은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겉으로는 달라보이지만 부모님의 행동과 그 기제나 근원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관련 공부를 한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으나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우연히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책을 읽게 되면서 유전학과 동물행동학, 진화심리학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련 공부를 한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더욱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때까지 공부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필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개인이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였습니다.)



2. 불확실성, 기하급수, 프랙탈구조


그 중 하나는 '세상은 프랙탈구조가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통해 확장하며(반대도 가능), 그 과정에서 혼돈(불확실성)이 생겨난다.' 입니다.

Chaos, Exponential, Fractal 세 가지가 가장 근본적인 원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특성 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태어날때 유전자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성(각각 절반)들이 전해지는데, 막 태어났을때는 말랑말랑한 두부처럼 변하기 쉬운 상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이후에 외부요인들에 의해 그것들이 고착화되는데, 그 영향력은 지수함수적 특성처럼 어릴수록 영향력이 강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나비효과처럼 어릴수록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기 쉽고 동시에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환경이 변하면 인간의 특성도 변할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구요. 부모님을 닮는다 라는 것이 부모의 유전자로부터 전수된다는 심리학적 견해도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에 그것이 더욱 강화될 뿐 환경이 완전히 변하면 꼭 부모를 완벽하게 따르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DNA꼬리표에 대해서 알기 전 이었는데, 이후에 후성유전학 관련 내용을 공부하게 되면서 어느정도 맞아떨어지자 희열을 느꼈습니다.



3. 같은 행동 기제의 반복, 유전자.


이는 인류의 반복되는 역사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인류는 역사속에서 그 근본 기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할까' 라는 의문을 품었는데요.

특히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라는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엔트로피는 1970년대에 쓰여진 책으로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세계가 돌아간다라는 것을 서술한 책입니다. 다만 책을 읽으며 현 세계와 이론이 뭔가 맞지 않음을 느꼈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1970년대, 피크오일에 대한 공포가 큰 시점에 쓰여진 책이었습니다.


제게는 이 책이 실제 증거를 바탕으로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세계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 미래의 새로운 세계 모델을 고려하지 못한 그 당시의 오일기반 경제와 산업에 기반하여 역으로 법칙이라는 것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고 느껴졌습니다.

즉, 긴 세월을 관통하는 법칙이라기 보다는 짧은 시기의 현실 상황에 껴맞춘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엔트로피 법칙이 틀리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선형적 사고를 하는 인간의 특성, 그리고 금융과 투자의 역사 공부를 하면서 느낀 인간의 공포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4. 인간 그리고 미래 에 대한 질문.


저는 사피엔스는 특성상 우주 문명을 개척하고 방대한 것을 다루기에 너무나도 나약한 인종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개인의 이익이 아닌 대 의제를 함께 협업하려는 이타적 성향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기본 행동 기제이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면 인류문명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인간은 지구 속에서 스스로가 인지하는 것들과 알게 모르게 비교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지구 문명 자체를 하나의 큰 모델로 보고 다른 문명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저는 인류 문명의 성장에서 보면 낭비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개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 않을수도 있겠지만요. 실제로 인간의 진화에 있어서도 이러한 부분이 보였습니다. 인간의 진화와 자연선택은 최고의 프레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요. 그만큼 그러한 부족함이 다양성을 구축하는 근간이 되기도 했구요.(물론 이는 다양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배제하고 볼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저는 문화적 다양성 보다는 인류 문명과 지구촌의 문제 해결에 더욱 초점을 두었습니다.)



5.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과 실제 세상 사이의 간극.

미래에 자동화 및 기술발전으로 인해서 계속해서 낮은 숙련도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고 사람들은 일자리에 대해서 문제를 가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당장 일자리를 갖고 싶다면 청소라도 할 수 있지만 미래에는 그런 일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고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일자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특히 저소득층은 시간 및 투자가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제 기준에서의 빈민층이 약 10억 정도로 생각하였습니다만, 실제 데이터상 70억 인구중 오직 상위 10억명만이 월 소득 100만원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국가별 gdp가 다르기 때문에 생활수준 및 물가수준 차이가 있으므로 이것이 모든 것을 반증하지는 못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에는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게 있으니까요.(예를 들어 비행기값, 여행 등) 낮은 소득의 사람들이 여행 한번 못하고 평생 집안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것 또한 비극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선박기관사로 일하던 중에는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일을 하였었는데, 대학 졸업생의 경우 초봉이 200달러 수준에 못미친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인도네시아 선원은 2700달러를 받으니 생활수준 차이가 엄청 컸었습니다. 200달러면 평생 아이폰을 구매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한 인구가 너무 많아 국가적으로는 성장을 함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이 너무 낮아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원이 힘들어도 인기가 많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경험들이 제가 인식하는 세상과 실제 세상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6. 인간 마음 매커니즘에 대한 생각.


역사를 보면 각 국가별로 급성장하는 약 30년 구간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갈수록 그 혜택을 누리기가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미래에도 분명 승자독식은 이어질 것이라 보여집니다. 기본소득제가 바탕이 되더라도 문제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가진 기본 사고 구조 회로입니다. 위의 이야기와 종합해보면 인류의 기본 행복 기제가 동일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기존의 사고방식은 인류 전체에 있어서 낭비가 심하다고도 생각되구요. 인간의 심리와 행복 등 그 행동기제라는 것에 생각해보면서 느낀 것들이 유발하라리의 책들을 읽으면서 더욱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유전학 적으로 뇌의 구조를 분석하여 그 사고와 구성방식 자체를 바꿔볼 것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크리스퍼 가위는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7. 우리 세대의 책임감.


물론 실제로 이것은 사회적으로 불가능할수도 있고 윤리적인 문제 등 많은 것을 내포합니다.

하지만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인간이 더욱 자신이 타고난 재능을 파악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이타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극도로 싫어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일을 다시 찾아보고자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가능한 좋은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만, 이는 제 경험 기반일 뿐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와같은 대화를 나눌 경우, '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 라는 답변이 주 였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예측하는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닌 결국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것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저절로 유토피아가 오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스스로 도덕적 기준과 책임감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지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해야만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 우리의 다음 행동 그리고 질문.


바이오를 전공하신 교수님의 관점으로, 교수님께서 인지하고 계시는 인류의 현재 및 미래 문제 중 가장 급박하게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 요구되는 분야는 어떤 분야라고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제 관점과 경험 하에서는(개인적인 관심도나 가능성을 포함하여) 전염병이나 암치료도 중요하지만 유전자 분석, 유전자 꼬리표 분석, 뇌 매커니즘 분석을 바탕으로 생명체의 변화를 탐구하고 유전자가 만들어낸 뇌와 생명체의 행동, 성장, 특성. 그리고 그 기반아래 인간이 스스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등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미래에는 자동화로 인해 가치 없어질 지도 모를(최소한 기존 인간의 매커니즘 아래에서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지도 모를) 인간의 생존을 위한 증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실제 중요도와 별개입니다.)



어떤 창으로 무엇을 바라보는가, 어떤 색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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