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경험만을 통해 판단하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나도 짧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에 있어서 왜 우리는 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가?
인생을 살면서 그 해답을 찾기란 참 어렵다. 오래 살아도 나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 채 시간은 지나간다.
오랜 기간 고민을 해도,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잡는 것처럼 정말 그건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우리는 이럴 때 인터넷, 책을 통해 답을 찾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 많은 일을 해보라는 똑같은 소리.
사실 계속 듣고 있자면 다 같은 말인데, 그 말에 힘을 얻어 또 해보고, 실패하고 또 그 말을 듣고 힘을 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결국 이득을 보는 사람은 그런 말을 적어놓은 사람들일 뿐, 막상 그런 말들이 우리의 인생을 바꿔주었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 내 결정은 계속 틀리는 건지, 왜 알면서도 실수를 반복하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내 모든 인생을 분기별로 쪼개어 기록해보고 느낀 것은,
'당시에는 무언가 다른 일, 최선의 일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현상만 다를 뿐 결국 같은 일이나 다름없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하 글 참고
[ 고착화되는 삶의 프레임과 반복되는 루프 : 매트릭스를 탈출하기 위해 내가 사용한 방법 ]
확실히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또 억지 동기부여를 통해 하게 되는 행동들은 지금은 최선일지 몰라도 미래에 돌이켜봤을 때 하지 않아도 될 행동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구조를 탐구해보기 시작했다.
논리라는 것은 데이터의 양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틀에 의해 구성된다.
그 점에서 인간의 논리는 취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데이터(경험 및 지식)의 양이 매우 적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틀이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왜곡되기 쉽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양이 ZB(제타바이트) 단위를 넘어서는 2020년에도 단순히 경험을 통해서만 결론을 도출하려 하는, 조금은 오래된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양이 무한에 가까운데, 언제 그 모든 것을 다 해보고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몇 번 되지 않는 경험만으로 일반화를 도출하려는 오류를 매일 범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루프를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경험과 데이터 속에서 뭐가 내게 잘 맞고 잘 안 맞는지도 모른 채 시행착오만 하다가 죽겠구나 싶었다.
그 아이디어는 역사의 패턴과 '작은 돌'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인간 전체의 게놈지도도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는 현재에 '작은 돌'을 데이터로 전환하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우주를 꽉 채워도 부족하다.
이 말은 즉, 데이터를 추출하는데도 추상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역사도, 큰 맥락에서 보면 아날로그적인 자연현상에 대해 정량화 및 프레임을 만들고 의미부여를 해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의 일부인 나에 대해서도 일종의 추상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험 및 검증을 거쳐 사고의 프레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귀납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에서 일반식을 도출하는 것은, 반복되는 경험과 정보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통제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식에 오류를 가질 확률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하다면 최소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추상적 기준, 가설, 실험을 통해 배울 필요도 있다.
과학 연구에 대한 접근법과도 일맥상통한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대신할 것이라며, 이론의 종말이라는 것에 대한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빅데이터가 아닌 이상, 이론을 통해 실험의 방향성을 잡고 검증하는 기존 과학발전의 방식이 오히려 사람에게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쉽게 정리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귀납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결론을 도출하지만, 이성적이고 연역적 사고를 어느 정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 뇌, 유전자, 행동심리학, 과학, 역사적 패턴 등에 대해서 다양하게 공부를 해보면서 나름대로의 이론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온전히 나만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라서 일반적인 길은 아니기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큰 배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 길을 가는 것도 가설을 세우고 실험해보는 측면에서는 같은 맥락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떤 정보로 전환하는가'에 초점을 두었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데이터로 삼아 가설과 비교해보면서 나름대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 틀을 잡아나갔다.
최상위 추상화적 기준을 잡게 되면 하위 현상들은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 나름대로의 틀을 잡아나가면서, 나는 망망대해에서 내가 최소한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룰을 알고, 플레이어를 파악해야 게임을 잘할 수 있다는 게임이론처럼, 나를 알고 큰 맥락에서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라는 필드를 이해하면서 어떤 부분이 잘 안 맞고 잘 맞는지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노력이 부족한 핑계인지, 방향성의 문제인지 다시 되짚어보고 필드 선택에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일 또한 선택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있다.
꼭 내 방법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었고 과거 교육에 의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보자.
인간이 반사적으로 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이성적 사고로 기준을 만들고 그 프레임 안에서 하나씩 탐색해나가는 것이다.
돋보기로 한 점에 빛의 초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은 큰 맥락에서 결국 반복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체이다.
자유의지, 미화되곤 하는 성공스토리와 노력의 아름다움은 들을 때는 동기부여가 되고 마음은 편안할지 모른다.(하지만, 생존 편향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것들로 인해 정작 우리의 행동이 변화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잘 따져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쓴 약이, 차가운 이성이. 도움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