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실무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지난 온라인 마케팅사에서의 첫 출근도 언배시사였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하던 시사회 티켓 배포 업무를 엣나인필름 직원분들께서 하고 계셨다. 이전에는 상업 영화를 마케팅하며 언배시사에서도 릴스 등의 2차 콘텐츠로 가공할 수 있는 이슈 포인트에 집중했던 터라 조금 더 감도 있는 질의응답을 기대하며 <3670>의 언배시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최종 과제를 맡았던 작품인지라 실제 마케팅 플렌과 그에 따른 외부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였다. 사진은 도착해서 받은 <3670> 공식 보도자료.
영화 <3670> 보도자료
영화 <3670>은 자유를 찾아 북에서 온 성소수자 ‘철준’이 동갑내기 남한 친구 ‘영준’을 통해 관계와 감정의 엇갈림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특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4관왕(배급지원상, CGV상, 왓챠상, 한국경쟁 배우상)을 차지하며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 <3670> 스틸컷
아무래도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시각적인 부분이었다. 영화의 타이틀은 실제 지하철 출구 표시와 동일하게 6은 괄호 숫자를 사용하고 시간을 나타내는 7은 7 세그먼트 디자인을 활용하였다. 0은 공집합 기호를 사용하여 아무도 없음을 강조하였다. 캐릭터 포스터 또한 거울 셀카 구도를 활용하여 가장 대중화된 만남 어플의 디자인을 차용하였다. 이는 최종 과제에서 선재물을 기획할 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해 이미지적으로 진부해 보일까 걱정했던 우리의 고민에 대한 배급사의 해답 같았다.
영화 <3670> 포스터
영화 상영 후 박준호 감독님, 조유현, 김현목, 조대희 배우님께서 참석하여 기자간담회를 이어갔다. 엣나인필름에서 준비해 주신 질문을 먼저 답변하시고 이어서 기자분들의 질문을 받았다. 상업영화와 달리 소수의 기자분들만 참석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질문의 질은 더욱 좋았다. 질문과 답변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첫 장면을 고수한 이유’였다. 영화를 접하고서도 퀴어 장르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에게 철준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이 영화에 대한 올바른 안내를 하기 위함이라고 하셨다. (첫 장면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영화에서 혐오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연출하지 않은 이유도 기억에 남는다. 혐오를 이 영화에서 재연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되 그 범위를 커뮤니티 내부의 이야기로 닫자고 결정했다며 답변하셨다. 과제를 하면서도 생각했지만 다시 한번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캐릭터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 것이 느껴졌다. 감독님의 말씀 중 ‘다음 세대의 퀴어 영화’라는 표현이 이 영화의 명쾌한 요약 같다.
영화 <3670> 언론/배급 시사회 기자간담회 현장
영화 일을 하면서도 결국엔 마케팅 대행사의 (전) 직원이었던 난 현업에 있을 때도 과제를 하면서도 영화를 상품과 작품의 사이에서 중심을 잘 맞춰 놓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러나 배급아카데미를 수료하며 자신이 맡은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하는 영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진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시사회 역시 영화인들이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 배급아카데미 6기 이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