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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Dec 16. 2023

피구할때 서로 안싸우게 만들 수 있는 2가지 방법

지난 주에 겨울비가 내려 온 세상을 흠뻑 적시게 한 이후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추위가 찾아와도 신체활동에 대한 아이들의 열정은 절대 얼어붙지 않기 때문에 운동장이 아닌 실내 공간에서 신체놀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기에 담임교사의 머리는 복잡해집니다. 


피구....


혹시 피구를 한번도 안해본 사람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치곤 한명도 없을껍니다. 아주 오래전 체육 교육과정에 '피하기형'활동으로 도입된 이후에 지금은 교육과정에서 사라진 활동입니다만 아직까지 교육 현장에서 '피구'는 버젓이 살아 숨쉬고 있지요. 


피구가 아직까지 교육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이유를 몇 가지 간추려본다면 첫 번째,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고 두번째, 바닥에 있는 선 몇개와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기에 준비와 진행이 간편하며 세 번째, 생각보다 운동량이 굉장히 많아서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는 나름의 보람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구는 분명 문제도 있는 활동입니다. 사람을 목표물로 하여 잘 죽일수록(?)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워낙 빠른 템포로 진행되기에 공에 맞았는지 안맞았는지에 대해 논란이 항상 발생하지요. 승리에 대한 열망이 이글거리는 학생들에게 피구란 불난집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는 활동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피구형 게임을 하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줄이는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드리려구요. 


첫 번째는 두 팀의 대결 구도를 공수전환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말이 어려우니 쉽게 설명해 볼께요. 

보통 피구를 하면 공간을 절반으로 나누어 공격과 수비가 계속 전환되는 느낌으로 활동이 진행되죠, 안쪽 공간에 남아 있는 양팀의 인원수가 바로바로 비교가 되기 때문에 어떤 팀이 유리한 상황인지에 대해 바로 인지하고, 지고 있는 팀은 더 절실하게 판세를 뒤집기 위해 떄로는 떼를 쓰는 상황도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한 팀은 원을 만들어 그 주변을 빙 둘러싸고 다른 한 팀은 원 안에 들어가서 밖에 있는 팀이 공을 굴려 공격하는 것을 피하는 방식입니다.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오는 공을 피하기 위해 안에 있는 팀원들은 쉴새 없이 이리저리 점프하며 방향 전환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혹시 공에 맞으면 원 밖으로 나가서 나온 순서대로 차곡차곡 줄을 섭니다. 그리고 원 주위에서 공을 돌리던 팀이 만약 공을 뒤쪽으로 흘리게 되면 줄을 서 있는 순서대로 1명씩 다시 부활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진행하게 되면 공격하는 팀원들은 내 주변으로 굴러 오는 공이 옆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집중해야 하며, 한 두 명이 공을 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 주변에 있는 모든 팀원들이 비교적 공평한 기회를 갖게 됩니다. 나에게 오는 공을 잘 소유했다가 빨리 다시 공을 굴릴수록 원 안에 있는 상대팀의 혼을 쏙 빼놓을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템포는 빨라지고 집중력은 높아집니다. 전력으로 공을 던져서 사람을 맞추는 상황이 절대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감정이 상하고 부상을 입게 되는 경우도 없습니다. 


두 번째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피구할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를 순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3월 새학기가 시작될때 학생들과 꼭 약속하는 것 중 하나가 '야!' 하지 말고 '이름을 불러주기'인데요, 피구를 할때도 꼭 이름을 불러야 된다는 것을 약속합니다. 보통 피구할때 누군가가 공에 맞게 되면 학생들은 


'야, 나가. 야 너 공 맞았어, 빨리 나가라고'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요, 안그래도 공에 맞아서 기분이 안좋은데 야 야 거리며 빨리 나가라고 재촉하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죠. 


그래서 함께 약속한 용어는 'oo, 아웃' 이렇게만 말하는 것입니다. 학생 이름이 손흥민이라면 

'흥민, 아웃!'

여기까지만 말하는 겁니다. 더 이상 부연설명은 필요치 않아요. 이렇게만 말해주면 학생들은 순순히 인정하고 원 밖으로 나갑니다. 원 밖에 나가서 대기줄에 서 있으면 금방 다시 입장할 수 있는 순서가 찾아옴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공격과 수비 역할을 번갈아 하기 때문에 어떤 팀이 이겼는지, 졌는지에 대해 구분하기도 애매합니다. 간혹 원 안에 있는 팀원들이 모두 아웃되는 시간까지 측정해서 굳이 비교를 하는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원래 피구를 하는 방식처럼 그렇게 예민하게 생각하진 않더라구요. 


제가 교직 경력이 짧았을때 경쟁형 게임을 학생들에게 지도할때 '그냥 게임은 게임일 뿐 졌다고 성질내지 말자'고 강조하곤 했었는데요, 교사가 신체 활동 규칙 자체를 학생들의 열정이 활활 타오르게 세팅을 해 놓고는 승패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라는 식으로 지도했던건 아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얼굴이 다 화끈거리네요. 


학생들의 신체활동에 대한 열정은 마치 마그마와 같습니다. 뜨거운 온도를 가진 마그마가 잘 흐를 수 있게 만들어주면 화산 폭발이 아닌 온천과도 같은 따뜻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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