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연상인데 만나볼래? 2주 전인가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두 장의 사진을 받았는데 어느 게 최근 사진인지 헷갈렸다. 사진마다 피부색도 다르고 헤어스타일도 달라서 둘 중에 어떤 사람과 만나는 건지 궁금했다. 일주일 뒤에 학교 시험이 있어서 연락하고 2주 뒤에 만나게 됐다.
내가 성격이 급한 건지 여느 때처럼 내가 약속장소를 골랐다. 매번 내가 고르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이번엔 꽤 괜찮은 곳을 골랐다. 상대가 카페에 들어와 자리에 앉자 담배냄새가 확 풍겼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니 2번 사진에 더 가까운 거 같았다. 키는 생각보다 작으셨다. 일 얘기를 하다가 연애에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이것저것 질문을 하셨는데 정신없이 대답하느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셔츠 안 너머로 굵은 금목걸이가 보였는데 마작하는 중국인이 떠올랐다.
대화는 물 흐르듯이 흘러갔고 배가 점점 고팠다. 대답을 너무 했는지 생각을 정리하러 집에 가고 싶어 졌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딱 지났다. 주위엔 연인과 가족들이 빵과 차를 먹고 있었다. 난 언제쯤 다른 환경에서 자란 타인과 저렇게 강한 연대감을 가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3시 30분을 가리켰고 배는 고픈데 식욕은 없었다. 배고프단 말에 상대는 서둘러 식당을 찾아보고 있었다. “혹시 식당도 찾아보셨나요?”라는 말과 함께 다급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만지셨다.
차는 다 마셨고 식사하기도 그런 시각이라고 에둘러 말하니 거절인 거냐고 에둘러 물어보셨다. 아직 거절할 의사는 없었는데 거절하는 입장이 돼버렸다. 대답을 고르고 골라 일단 담배 탓을 해 보았던 거 같다. 더 만나 뵙고 싶긴 한데 담배를 피우고 오셨다 어쩌고를 남발했다. 오랜 시간 친구처럼 의지해온 담배를 끊을 이유는 없을 테니. 하루 본 나를 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왔다는 소리를 들으니 술을 먹고 싶었나란 생각이 들었다. 전철역까지 바래다주시면서 키우는 고양이 얘기를 하셨다. 역에 다다를수록 주변 시내가 논밭으로 바뀌었다. 밭에서 나는 거름냄새에 코가 익숙해질 때 즘 고양이 이름이 테라라는 걸 들었다.
“맥주이름 테라요.” 술과 담배를 즐기는 분이었구나.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분위기가 무언가 했는데 예전에 술과 담배를 즐겨하던 전 남자 친구의 얼굴 낯빛이 스쳤다.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진 기분이랄까.
좀 더 신중하고 싶어서 그다음 날 문자를 해 보았다. 한 시간 정도 뒤에 연락이 왔는데 샤부샤부를 먹고 있었다고 들었다. 막상 연락이 되니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흥이 계속 떨어졌다.
어쩌면 완벽한 인연은 없는 기분이 들었다. 앞서 말했던 전남친도 가정을 이루고 사는 걸 보면 말이다. 서로의 결핍을 보듬어줄 수 있다면 인연이 되는 거겠지. 아무튼 나이라는 굴레에 갇히지 말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