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로서 반드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

주방에서만 답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

by Junsung Hyun

요리를 시작했을 때는 이 일을 오래, 깊게 하면 자연스럽게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했다. 실력이 쌓이고, 경력이 늘어나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보면 그에 맞는 보상과 안정도 따라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남았다.


“요리를 정말 잘하는 것만으로 앞으로도 계속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까?”


기술은 남지만, 환경은 계속 바뀐다


요리라는 기술 자체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만든 음식이 가진 가치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다만 분명히 느끼는 건, ‘요리만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자리’는 점점 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대량 생산, 자동화된 조리 시스템은 이미 일상이 됐고, 효율이 중요한 영역일수록 사람의 손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은 다를까? 코로나를 겪으면서 느낀 건 어떤 자리도 영원히 안전하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요리를 계속할 수 있을까?”보다 “요리사로서 어떤 선택지를 늘릴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경쟁력’의 의미


내가 느낀 경쟁력은 누군가보다 더 잘하는 한 가지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몇 개의 영역이 겹칠 때 생기는 지점에 가까웠다. 요리를 하면서 영상, 사진, 마케팅, 브랜딩, 사업 구조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들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였다.


장인정신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기술만으로는 모든 사람이 같은 트랙에서 경쟁하게 된다. 경쟁을 피하는 방법은 더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을 함께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구성하는 것들을 다시 적어봤다

어느 순간,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을 전부 적어봤다.


1. 나의 취미, 경험, 전문분야를 모두 적는다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오픈해 봤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셰프들과 일을 해봤다

한국, 호주, 필리핀,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에서 살거나 여행하며 다양한 식문화 경험이 있다.

전 세계, 특히 아시아권 식문화 경험이 풍부하다

10년 차 요리사다.

영상제작과 사진촬영을 독학했다.

시네마 카메라를 다룰 수 있을 만큼 공부했다.

프리미어 프로, 다빈치, 파이널컷, 로직프로, 포토샵, 일러스트, 라이트룸, 캡처원, 엑셀로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사용 가능하다.

영상으로 돈을 벌려고 비즈니스 마케팅 & 브랜딩도 독학했다

교육에 큰 뜻이 있다


이 장점들을 살려서 내가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나열해 보고 이 3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것을 골라서 밑줄을 친다.

1. 나에게 의미 있는 일

2. 내가 잘하는 일

3. 하루종일 매달릴 정도로 좋아하는 일


2.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모두 적는다

취미로 요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가르친다

레스토랑 창업을 한다

회화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영상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상제작을 가르친다

영상제작 서비스를 판매한다

마케팅대행 서비스를 판매한다

자영업자 분들에게 셰프로서 나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한다

유튜브로 다재다능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한다


레스토랑 창업을 제외한 5가지 아이디어를 2년 동안 직접 실행해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가치가 세상에 나왔다.


3. 위에 일들을 모두 해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가치를 탄생시킨다

스타트업 레스토랑이 성공할 수 있게 돕는 마케팅&운영&경영 컨설팅회사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자영업자들이 무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

현직 셰프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돕는 퍼스널 브랜딩 교육 사업

이 온라인 사업들로 규모 있는 자본을 확보 후 북미지역에 프리미엄 아시안 레스토랑 그룹 설립



내가 콘텐츠를 제작하게된 이유


내 경험상, 생각과 경험을 가장 멀리 전달할 수 있는 도구는 영상이었다. 전문가처럼 촬영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논리적으로 정리해 전달할 수 있는가다. 영상 앞에 서는 순간, 사람은 더 이상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요리사로서, 앞으로


나는 여전히 요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주방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주방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요리사라는 정체성을 유지한 채 다른 언어와 도구를 함께 익히는 것. 그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비슷한 질문이 생겼을 때, 이런 고민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정도로 기억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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