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외여행 준비하기: 환전팁

by 산들

해외에서 한국돈을 쓸 수 있을까, 없을까?

답은 쓸 수 있다. 다만 쓸 수 있는 나라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이런 불확실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안전하게 환전을 해가지고 가는 게 좋다. 이왕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좋은 조건에 하는 게 좋다. 환전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좋은 시기에 환전하는 것이며, 둘째는 환전 수수료를 싸게 하는 것이다. 이 중 시기는 정말 중요한데, 같은 금액을 바꾸는데도 언제 바꾸느냐에 따라 받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이 해외여행 갈 계획을 세웠다면 그 나라 환율의 변화에 한 번쯤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조건일 때 사면 좋겠지만 그거야말로 신의 몫이다. 급하게 떠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한 달쯤 환율 흐름을 지켜보다가 비교적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되면 그때 환전하는 것이 좋다.


환전.jpg


환전수수료 90% 줄이는 환전 팁

가장 쉬운 방법은 은행에서 환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환전 수수료를 가져간다. 그다지 부담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일행이 많거나 환전하는 액수가 크면 부담이 간다. 수수료도 쌓이면 얕잡아 볼 일이 아니다. 나는 그래서 환전수수료를 90% 아끼는 식으로 경비를 줄인다.


1. 가까운 은행으로 간다.

2. 인터넷을 이용해 환전을 한다.

3. 공항에서 환전한다.


당신이라면 몇 번을 택하겠는가?

만약 3번을 택했다면 당신은 은행의 주주이거나, 주주라고 해도 이렇게는 하지 않겠지만, 정말 급한 경우일 것이다. 소액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장 피하고 싶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1번은 어떨까?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환전이 가능하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은행에 가서 환전을 할 때 보면 그날자로 파는 가격과 사는 가격이 나온다. 그 금액 차이가 상당한데, 그 차액을 은행에서 수익으로 챙기는 것이다. 그러니 나라면 이것 역시 피하겠다. 경우에 따라서 은행에 여러분이 가려는 나라의 화폐가 없을 수도 있다. 나 역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에 갈 때는 그냥 갔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갔다는 게 아니라 달러로 환전을 해가지고 갔다.


20150717_110424.jpg


환전에서도 돈을 절약할 방법이 있다고?

환전할 때, 가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환전 수수료 할인이다. 보통은 ‘환율 우대 제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환전 수수료 아끼겠다고 서울역 환전센터까지 가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다. 일단 인터넷에서 최대 90%까지 해주는 은행을 찾는 게 유리하다. 내가 가끔 이용하는 것은 신한은행 스마트폰뱅킹용 ‘쏠(SOL)’이라는 웹이다. 59.42MB짜리 이 앱을 깔면 신한은행 계좌 보유 고객은 90%까지 할인받는다. 예전에는 비회원도 90%를 해주었는데 지금은 70%로 줄었다.


이 앱의 가장 큰 장점은 직접 은행을 가지 않더라도 출국하면서 인천공항의 신한은행 지점에 가서 여권만 보여주면 거기서 현금으로 바로 지급해준다는 사실이다. 앱 까는 걸 귀찮게 생각하는 이라도 한 번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여행 간다고 흥분해서 바로 출국하지만 않는다면 제일 편한 방법이다. 지금 검색해보니 국민은행에서도 전용 앱인 리브(Liiv)에서 환전 시 최대 90%의 환율 우대를 해준다고 한다. 가끔 은행에서 휴가철을 맞이하여 이처럼 우대환율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으니 꼭 환전하기 전에 포털사이트에서 ‘환전*90%’라고 검색 한번 했으면 좋겠다. 만약 앱 까는 게 귀찮고 피곤하다면 아까 이야기한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다.


동전.jpg


위법을 하지 않고도 가장 싸게 환전하는 법!

더 싸게 환전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그것은 동전으로 환전을 하는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동전이 남아서 재환전을 할 때는 제 값을 받지 못한다. 그만큼 동전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운이 좋게 만약 당신이 이용하는 은행에서 그 나라의 동전을 보유하고 있다면 30%까지 저렴하게 환전할 수 있다. 즉, 1000원짜리를 700원에도 살 수 있다. 반면에 남은 동전을 한국돈으로 환전하면 50% 가격대로 바꿔준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느냐? 은행 입장에서는 지폐에 비해 무겁고 처치 곤란한 동전을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 은행이 동전 환전에 인색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동전 환전을 꼭 시도하고 싶다면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 또는 외환 길잡이 사이트에서 '외국동전 환전 가능 점포'를 먼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당신이 동남아를 여행한다면 그 나라 화폐로 바꿔야 할까?

글쎄다. 나라면 달러를 바꿔가지고 가겠다.

그럼 외국에서는 달러를 선호할까? 달러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통용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렇다면 달러는 그냥 환전해가면 될까? 나라면 100만 원을 환전한다면 이렇게 하겠다. 일단 100달러로 7장 정도, 나머지는 20~50달러 섞어서. 10달러 정도는 1달러로.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느냐고? 사실은 사용하는 데 각각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1달러는 숙소에서 나올 때나 도움을 준 이에게 팁으로 주기 위해 환전한 것이다. 하지만 동남아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바꿀 수 있는 한 100달러로 바꿀 것이다. 소액은 어차피 남을 테니 그것만 1달러로 바꿔도 된다. 그 이유는 동남아에서는 20달러를 바꿀 때와 100달러를 바꿀 때 다르게 돈을 주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것이다. 같은 돈인데 다르게 돈을 환전해준다. 사실이다.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라오스, 베트남 현지에서 환전을 해본 결과 실제로 그랬다. 그래도 믿을 수 없는 분을 위해 사진을 올려놓겠다. 우리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도 몇 원, 몇십 원 때문에 횡재한 것 같을 때도 있지 않은가! 현지에서 환전할 때도 큰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러니 혹시 동남아 여행을 준비한다면 달러 단위가 큰 걸로 바꿔가시라.


KakaoTalk_20190306_223933645.jpg


동남아 환전 시 유의할 점!

동남아 화폐를 환전할 때는 한화→달러화→현지화의 순으로 환전이 진행된다. 당연히 수수료가 비싸다. 하지만 동남아에서는 이 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훨씬 좋은 조건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다. 대개 사설 환전소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위조지폐를 조심해야 한다.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현지 화폐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장난을 치는 일도 있다. 말레이시아나 베트남처럼 화폐 단위가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기 쉽다. 100달러만 바꿔도 상당한 금액을 바꿔준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단위가 큰돈을 한꺼번에 받으면 혼란스러워진다. 이때를 틈타 질이 안 좋은 환전소에서는 흔히 영화 <타짜>의 ‘밑장 빼기’처럼 이야기한 금액을 주면서 한두 장을 뺄 수도 있다. 그러니 당신이 사설 환전소를 이용한다면 꼭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한다. 수수료 아낀다고 하다가 한 번이라도 이런 일을 당하면 즐겁던 여행이 짜증 나는 여행으로 바뀔 수 있으니.



쓰다가 돈이 남으면 어떻게 할까?

규모 있게 준비를 해도 여행이 끝나고 나면 어느 정도 돈이 남게 마련이다. 이때 고민이 든다. 환전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게 조만간에 갈 수 있는 나라(달러,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라면 한국에 돌아와서 환전하기보다는 그냥 보관했다가 다음에 나갈 일이 있으면 쓰겠다. 그렇지 않은 나라라면 은행에서 하는 환전은 살 때도 팔 때도 수수료가 붙는다. 그러느니 그냥 가지고 있는 편이 더 좋다. 만약 금액이 크다면 외화로 저금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동전이다. 지금이야 유럽이 유로화로 통일을 해서 다행이지만 예전에는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 나라 동전이 조금씩 남는 바람에 돌아와서 보면 어떤 게 어느 나라 동전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러니 동전이 남았다면 여행 마지막일 즈음해서 현지에서 간식거리나 기념품 등을 사는 게 어떨까 싶다. 만약 기념으로 간직한다면 한두 개 정도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탈탈 털어도 아무 문제없다. 그게 아니면 공항 등에서 유니세프 기부나 동전 모으기 행사를 하기도 하니 그렇게 사용해도 좋겠다. 다만, 필리핀처럼 공항에서 출국할 때 공항세를 받는 경우도 있으니 꼭 확인해서 쓰기 바란다. 돈을 다 쓴 다음에 써야 할 일이 생기는 것처럼 난처한 일이 없다.


여행경비.jpg


적당한 여행경비를 모르겠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가장 고민은 여행경비를 얼마만큼 준비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이거야 말로 답이 없다. 흔히 말하는 럭셔리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순례자 같은 여행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행만큼 액수를 정확하게 하기 힘든 게 또 있을까?


패키지야 비교적 계산이 간단하다. <여행사 경비 + 가이드 비용 + 선택관광 + 개인 용돈 + 선물 구입비> 정도면 답이 나온다. 앞의 3가지 항목은 여행사에 지불하는 공식적인 비용이고, 개인 용돈과 선물 구입비는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래도 감이 잡히지 않고 막연하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20150712_162805.jpg


그래서 내가 자주 하는 방법은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다녀온 다른 사람들의 경비를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 고수들은 감사하게도 메모와 기록을 많이 남기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물론 자신이 다녀온 코스 일정까지도 포함해서. 정말 친절한 사람들은 자신의 일정과 사용 금액을 엑셀로 정리해서 올리기까지 한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탄복이 나온다. 그러니 시간 없고 경험 없는 우리는 고수들의 노하우를 살짝 엿보기로 하자. 그들의 여행코스를 기초로 해서 나만의 일정을 다시 짜보는 것이다. 그러면 막연하던 일정도 좀 더 구체화되고 경비 산출도 쉬워진다. 즉, 막연하기만 하던 전체 여행의 이동 경로와 필요 금액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여행할 나라를 다녀온 사람이 하루에 5만 원 정도면 용돈으로 적당하다고 했다면 당신도 그 정도선에서 정하면 된다. 약간의 차이가 생길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의 대부분 경비는 항공권과 숙박, 그리고 교통비가 가장 많이 차지한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식비는 동남아는 한국보다 0.5~0.7 정도로 좀 싸다는 느낌으로, 동남아 식당은 가성비가 좋다. 국수 종류를 좋아한다면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가면 현지 맛집에서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쌀국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IMG_2064.JPG


또 한 가지,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의외의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거기서 만큼은 꼭 하고 싶은 여행 체험이 생길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터키에서 열기구를 꼭 타고 싶었다. 사실은 그것 때문에 터키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물론 가격이 비싸서 부담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터키를 떠올릴 때마다 행복했다. 이 정도라면 기꺼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 평생 그 기억을 회상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비싸다고 해도 그리 비싼 게 아니다.


해외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물을 판다. 한국처럼 공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파리 에펠탑이 보이는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으면서 물이 먹고 싶었지만 한 잔 가격에 5천 원이나 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팍팍하게 먹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아무튼 유럽권에서 식사를 할 경우, 한국에 비해 1.5배에서 2배 정도 예상하면 큰 무리가 없다. 물론 미슐랭급을 간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동네 맛집 정도를 원한다면 그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IMG_2281.JPG


여행경비에 대한 생각 하나!

다만 나는 당신이 떠나는 여행이 너무 쪼들리는 고행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 순례자의 길을 떠나는 것은 아니므로. 모처럼만에 떠나는 여행에서 자신을 위해 보너스를 제공한다는 느낌으로 좀 너그럽고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


몇 년 전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여행자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한눈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알고 보니 돈을 너무 빠듯하게 준비해 가는 바람에 여행 내내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바게트로만 연명했다는 것이다. 내가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레옹 식당에서 먹었던 홍합요리 이야기를 하니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런던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요기할 걸 사주고 헤어지기는 했지만 그런 여행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간혹 여행지의 맛집에서 먹은 식사 한 끼가 그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으니. 아내는 지금도 스위스 제네바 호텔 앞 식당에서 우연히 먹었던 마르가리따 피자와 맥주 이야기를 한다. 이런 소소한 추억이 당신의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다음으로 여행지에서 입장료나 체험비를 아끼지 말라고 하고 싶다. 프랑스에 가서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까지 갔는데 입장료가 비싸서 못 들어가고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온다면 어떠겠는가? 아무리 비싸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거기까지 가기 위해 들인 시간과 경비만큼 하겠는가. 그러니 조금이라도 끌린다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야 한다. 가끔 다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다음은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다. 그러니 과감히 입장료에 투자하라. 다만 사전에 미리 준비한다면 여행경비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 뮤지엄 패스를 이용하면 각각 표를 끊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여러 군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이용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청소년이나 대학생이라면 국제학생증을 발급받아 할인받는 방법도 있다.



나만의 느긋한 여행을 즐기는 법

비상금 정도는 챙겨야 한다. 그것도 자신의 여행경비와 다른 곳에 보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행경비를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닌다면 비상금은 배낭에 넣는다거나 해서 분산해야 한다. 해외에서 통하는 카드 한두 장 정도도 준비하는 게 좋다.


IMG-481.JPG


나의 경우,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 3번 다녀왔다.

그 많은 그림 중, 유독 나를 사로잡았던 작품은 고흐의 <오베르 쉬즈 우와즈 교회>라는 작품이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턱 하니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꿈틀대는 붓의 느낌이 내 무딘 감성을 마구 헤집고 다녀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충격과 감동이 여행을 다니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어디에 있건 간에 파리를 떠올릴 때마다 그 그림이 생각났다. 15년 후, 다시 그 그림을 보았을 때 예전의 강렬했던 느낌은 달라져 있었다. 그림은 여전히 좋았지만 예전의 그 감동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작년에 보았을 때의 느낌은 또 달랐다. 결국 아쉬움 끝에 그림의 배경인 오베르 쉬즈 우와즈까지 다녀왔지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감동의 전율은 첫 번째 그림을 보았을 때 가장 강렬했다.



IMG_0067.JPG



지갑을 소매치기당했어요!

여행이 즐겁기만 하다면야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만약 당신이 여행 중에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안 좋은 사고를 당해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이 좋으면 현지인에게 돈을 빌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생전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거액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한국인을 만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게 해외 신속 송금 서비스이다. 우리나라에서 제공하는 신속 해외송금 지원제도란, 국내에서 외교부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해외에 있는 해당 재외공관에서 현지화로 금액을 받아볼 수 있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만약 당신이 프랑스 여행 중에 지갑을 분실하였다면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하여 외교부 계좌로 한화를 입금한 후, 해당 금액을 프랑스 재외공관을 통하여 유로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여행자가 현지 재외공관에 방문하여 긴급 경비 지원을 신청하면, 재외공관에서 사유를 따져보고 신청 승인 및 송금절차를 안내한다. 안내에 따라 여행자의 국내 지인, 가족 등이 외교부 계좌로 입금을 하면 재외공관이 여행자에게 해당 금액을 해외 현지 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인 셈이다. 여행자가 직접 재외공관에 방문하여 수령하여야 하고, 1인당 최고 3,000달러라는 한도는 있지만 이만하면 유용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파리.jpg



떠날 준비를 하며

나는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다닐 때면 으레 가지고 간 물건의 하나 둘 정도는 잃어버릴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다. 나 역시 파리 지하철에서 소매치기에게 핸드폰을 잃어버린 후, 한국에 돌아와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내 핸드폰이 파리에 있어서 전화번호가 없으니 다시 알려달라고."


이건 나만의 위로법이었다. 사람들이 왜냐고 물으면 그때서야 소매치기 이야기를 꺼냈다. 안 그랬더라면 여행 내내 우울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파리는 내게 마음 설레게 만드는 곳으로 다가온다.


돌이켜 보면 간혹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힘든 적도 있었지만 여행을 그만두거나 포기할 정도로 큰 사건은 없었다. 이제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마음을 좀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 어색하겠지만 만나는 여행객들에게 가벼운 눈인사라도 해보자. 처음은 이상하고 낯설겠지만 그쪽도 자연스럽게 받아줄 것이다. 여행지에서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 당신이 체험한 것들이 당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줄 테니 걱정은 접어버려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나 역시 매번 여행을 나설 때마다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혹시라도 비행기가 연착되지는 않을지, 짐은 제대로 도착했을지, 호텔 숙소가 제대로 예약되었는지 걱정할 게 너무 많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날씨도 걱정해야지, 현지 음식도 입맛에 맞을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별문제 없이 여행을 하곤 했다. 그나마 비행기를 놓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건강히 돌아올 때마다 감사할 뿐이다. 어쨌거나 당신은 무사히 안전하게 집에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이 당신이 힘든 고비마다 버틸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고, 다시 살아갈 희망을 줄 것이다.


20150713_154916.jpg



마지막 팁 하나!

사진은 찍지 말라고 해도 찍겠지만 꼭 메모를 했으면 한다.

이번이 당신이 떠나는 첫 여행이라면 수첩 한 권과 함께 하는 연습을 해보자.

낯선 여행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써 내려간 글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더 빛나게 해 줄 것이다.

길지 않아도 좋다. 부담 가면 단어 몇 자만 써도 좋다.

그 글이 당신 마음에 뿌린 씨앗이 될 테니까.

언젠가 당신은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게 당신의 운명일지 어느 누가 알겠는가?

신의 뜻에 따라라는 의미의 인샬라처럼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외여행 준비 첫걸음: 여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