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더라?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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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이틀 째 가을비가 오던 날

친구 Y를 만났다.

무늬만 신앙인인 나와는 달리

Y는 매 순간 신께 감사하며 산다고 했다.

심지어 힘든 상황에 조차 그 또한 그 분의 뜻이라고 말한다.

하여 11월은 위령성월이라 만나는 장소를 양화진 성지로 정했다.

여행을 할 때에도 박물관에 가는 것을 제일 싫어했는데

Y를 따라 간 곳에 박물관이 있었다.

대충 건성건성 보려는 나를 Y가 붙잡아 세우고는

우리나라 최조의 신부님에 대한 역사를 조곤조곤 설명했다.

나는 그냥 도심 한 가운 데에 있는 가을이 물든 산과 그 아래 흐르는 강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친구를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걸었고

박물관을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꼼꼼하게 관람했으며

성물방에 들러 책선물까지 받았다.


점심을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Y는 나의 빈약한 신앙생활에 대해 충고와 조언하기를 늦추지 않았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내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된거지?"

"신우회 아니었을까?"


궁금해 한 적이 없었는데 막상 묻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Y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그런데 학교에 다닐 때에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결혼 전 직장에 다닐 때

우리는 H그룹사의 나는 건설회사 소속이었고 Y는 자동차에 다니고 있었다.

알고 지내기는 했지만 그녀는 나와는 성향부터 다른 부류라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주눅이 들어 늘 소심하고 우울했던 나와는 달리

Y는 매사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피부도 하얗고 콧날이 오똑한 그녀의 외모가 그런 성향을 뒷받침해주는 느낌이었다.

언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어정쩡한 사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Y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지점마다 있었다.

영세받기 전 날 도망치려던 나를 붙잡아 주었고

천주교식 결혼식에서 신부측 증인으로 서 주었다.

그리고 드문 드문

잊을만 하면 어떤 경로로 연락이 닿아

한 번씩 만난 적도 있었지만

그게 지금까지 연결이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입사 동기 아니었나?"

"아니야, 난 다른 계열사 다니다가 나중에 갔어."


집으로 오는 길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오래 전 일기장을 뒤져봤지만

Y를 만난 얘기는 간혹 있어도 처음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없다.


다음 날 문자메시지가 왔다.

전 날 뒤 늦게 전해 준 [엄마 덕분입니다]를 벌써 삼 분의 일이나 읽었다고 했다.

너는 천상 글쟁이가 됐어야 했구나 싶다고 했다.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정말 재주가 좋구나, 라며

소설도 낼 거냐고 물었다.

소설 나오면 막 자랑할 거라며

기도할 거라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책을 선물 받았으니 으레 하는 인사라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기분이 좋아 헤실헤실 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친구를 위해서라도 소설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간으로 따지면 삼십 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이제 처음 만난 것처럼 서로에 대해 조심스레 알아가는 중이다.

Y의 이름과 내 이름이 앞 뒤 글자가 바뀌어 비슷한 것 말고도

아들 둘에 딸 하나인 내 형제 구성과

딸 둘에 아들 하나인 Y의 형제 관계도 비슷하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다.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단지 궁금하다.

그냥 궁금한 게 아니라 몹시 궁금하다.

우리는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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