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켜면 소위 xx이란 특정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이것이 오락성을 띠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 채널에서 중복적으로 방영대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취향성 볼거리와 정보 전달이라는 면에서 편성된 것일 뿐, 별 대수로운 건 아니게 보인다. 그렇지만 왜 그런 프로그램이 중복적 다수를 차지할까? 요즘 같은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에서 이것도 저것도 중요한 건 없고, 다만 극도로 파편화된 개인에게 그런 소소한 대리 만족이나 쾌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성행하는 것일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이 상황을 빈번히 대하다 보니, 이게 과연 바람직한가 싶기도 하다. 다양성 제한이라는 측면보다는, 우리의 판단을 고정시킨다는 점이문제라는 것이다. 더욱이 현 사회 시스템이 독자적으로 무고한 순수함을 말할 수 없다는 점도 이런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억압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어떤 명분의 전쟁이든 반대한다고 떠들어 봐야 거기에 무관할 사람은 없다. 무기를 만드는 산업에는 거기에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할 뿐이지 철강, 반도체 제공 등 이래저래 간접적으로 죄다 연루되는 것이다. 그게 오늘의 우리 세계가 엮인 방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누구도 '그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같은 이유로 특정 프로그램도 1차적 욕망을 부추기며 그래서 유해스러운 것이라 비판하면, 아마도 '너는 떳떳하냐? 별 x랄을 다하네!'리는 반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라는 매운 말만 되돌아온다. 그런데 그것이 또 다른 혹독함으로 귀환한다. 이도저도 좋다는 상대주의적 관용이 유행할 동안, 옳고 그름이 좋고 나쁨에 따라 한참 밀려버렸다. 물론 참, 거짓을 앞세울 때 따르는 폐해도 만만찮은 것임을 알고 있다. 재단하는 일자의 폭력이 가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 태도가 오늘의 사태에 하나걑이 엮이도록 획책하고, 말을 더듬거리게 한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어떤 개성 없는 프로그램 한편을 별 관심 없이 눈만 껌벅거리며 쳐다보더라도 어느새 그중 하나를 따라 해 보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거나 폐쇄적인 인종이나 되는 듯하듯이 그 감염성을 잘 못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미 부당한 공모에 끼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앞에서 꺼져버려!' 하는 사나운 반박이 필요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반응은 관대해진다. 마치 작금의 현실은 그것을 가혹하게 일깨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정쩡한 뒷걸음질을 버리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란 듯이. 그렇다. 내 머리를 세뇌시키는 물질주의의 불법 침입을 불허하는 바보상자와 거리 두기가 우선인 데, 그것을 원인으로 삼지 않는 것이 먼저인 데... 그리고는, "꺼져버려!", Get the f*** out of here"를 단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