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 일을 하기 위해 집에서 나선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며 오늘과 내일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다음날 일을 하기 위해 저녁을 먹는다.
그 사이사이에 잠깐의 커피, 담배연기, 맵고 짠맛, 이런 것들을 행복이라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시지프스처럼, 건설자재를 지고 계단을 올라 그것을 내리면, 그는 다시 새로운 자재를 몸뚱이에 싣기 위해 내려간다.
아주 얇은 끈이 진동한다. 그러자 내가 생겨난다. 나의 과거들과 미래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 중 한 점이 내 마음에 피어난다. 이것을 '알아차린다'.
나는 백지를 그리는 화가다. 마침내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그것은 아무런 미적 가치를 찾아볼 수 없는 백지, 하얀 백지일 뿐이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붓질을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하얀색 물감뿐이다.
시계추가 흔들린다. 왼쪽의 시계추, 오른쪽의 시계추, 그 사이 어딘가의 시계추들. 그것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언젠가 사라져 있다. 그렇게 생겨난 것을 우리는 역사라 부른다. 하지만 역사는 흐른 적이 없다. 시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시간으로 존재할 뿐,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다.
오랜만에 내 잡념들을 쏟아낸다. 팔자 좋게, 넓은 방 아늑한 조명 아래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노트북으로. 어느 날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삶을 경험해 내리라 마음을 다잡으며.
야옹, 야옹? 야옹! 앵, 애애앵!
파김치. 삶은 감자. 군만두. 짜장면. 달걀프라이. 수정과. 이것들을 삼킬 수 있는 식도와 담을 수 있는 위장. 그리고 결국 그것들은 창자에서 실컷 혹사당한 뒤에야 내 몸을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런데 나를 잡아먹은 것은 대체 무엇인가.
무지한 목소리들이 내 귀를 답답하게 한다. 염증이 날 것 같다, 아니 이미 염증이 내려앉았나. 하지만 나도 무지한 걸, 사람들은 모두 무지한걸, 그렇다고 모두가 조용히 하기엔 입이 너무나 많은걸.